그 목사는 왜 세습을 마다했나?

명문대를 나와 메이저 언론에 입사했다가 음주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퇴사한 후, 신학대학원에 들어가 목사가 된 A가 있습니다. A는 목사 아들이기도 했는데, 아버지 목사는 서울에서 제법 큰 교회에서 목회를 했습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으로 한창 시끄러울 무렵, 친분이 있던 A를 만나 넌지시 제안했습니다.

"목사님, 목사님도 세습하세요! 아버지 교회 크잖아요. 그리고 <뉴스앤조이> 후원도 하시고요."

영혼 '1'도 없는 제안에, A는 실현성 없는 맞불 제안을 내놓더군요.

"에이… 우리 아버지 교회로는 만족 못 하지. 거기 가면 '십자가' 져야 돼. 차라리 나를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불러 주면 기꺼이 갈 용의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뉴스앤조이> 후원도 고려해 보지요."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서 한바탕 웃고 난 뒤, A는 아버지 교회 세습을 마다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밝혔는데요. 자신은 아버지가 했던 일을 아버지가 한 방식으로 아버지보다 잘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부자 세습을 하게 되면 교회는 변화와 성숙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이고, 세습은 교회 내 건강하지 못한 권력 구조를 지속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하더군요.

메이저 언론 출신(?)이라 그런지 말 한번 잘하더군요. 실제로 A는 아버지 교회에 얼쩡거리지 않고, 저 멀리 '남미'로 선교를 떠났지요. 종종 그가 들려주는 소식을 듣는데 식은땀이 난 적도 있었어요. 어느 날 A가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괴한이 들어와 총기로 위협을 가하며 물건을 훔쳐 갔다고 하더군요. 그러게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하자, A는 '허허허' 웃으면서 "<뉴스앤조이> 때려치우면 한번 놀러 와라"더군요. (한동안 남미는 못 갈 듯합니다….)

요즘 들어 목회지 대물림을 강행하는 교회가 많은데요. 이렇게 세습하는 교회들을 볼 때마다, A와 같이 세습을 거부한 젊은 목사들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뒤를 이어 목회하면 배부르고 따뜻할 텐데, 이들은 "공정하지 않으니까", "법은 지켜야 하니까", "나만의 목회를 하고 싶으니까" 등 나름의 이유를 대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지요.

세습을 강행·찬성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아들 목사가 '능력'도 있고 목회도 잘해서 뽑았다고 말합니다. 그들 말대로, 아버지 밑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교회 문화와 자본을 습득한 아들 목사의 능력치가 좋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꼭 아버지 교회가 아니어도 어딜 가든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좋은 능력을 '하나님나라' 확장하는 데 써야지, '교회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권력과 부를 잇는 데 써서야 되겠습니까. '능력'이라는 표현은 A처럼 공정과 상식, 올바른 신학을 견지하는 이들에게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편집국 용필

처치독 리포트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올리벳대학교 논란
이번에도 노동 착취 의혹

올리벳대학교를 아시나요? 올리벳대학교는 한국인 목사 장재형 씨가 미국에 세운 대학 이름입니다. 장재형 씨는 자신을 재림주로 믿고 가르치게 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인물이죠. 한국 교계 언론사 <크리스천투데이>와 <기독일보>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 유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해 4월 미국 연방 정부 수사기관들이 합동으로 올리벳대학교를 수색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혐의는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와 '돈세탁' 등이었다고 합니다. 유학 비자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학생을 모집한 후 미국에 데려와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노동을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수사관들이 사과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올리벳대학교는 미국 연방 차원의 중범죄를 저지른 셈이 됩니다. <뉴스앤조이>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연방 수사기관 곳곳과 올리벳대, <뉴스위크> 등에 이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요. 올리벳대학교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수색이 잘못된 정보에 의해 집행됐다. 수사관들이 그날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갔다."

판사가 발부한 수색 영장을 들고 한바탕 수사한 연방정부 요원들이 사과를 하고 갔다니…. 선뜻 믿기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에 (파파고의 도움을 빌려!) 이메일로 질의했는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회신이 두 차례 왔습니다.

탈퇴자들의 반복되는 증언

21세기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장재형 유관 단체들의 노동 착취 의혹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유사한 증언이 나왔는데, 모두 고된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다는 내용이었죠.

2014년 미국 탐사 보도 매체 <마더 존스>도 중국인 유학생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한 적 있죠. 올리벳대는 "좌파 매체 <마더 존스> 보도는 2018년 맨해튼 검찰의 수사로 다 끝났다. 검찰 수사 결과는 경범죄였다"는 입장을 보냈습니다.

과연 이번 사건에 장재형이 연루돼 있을까요? 그동안 <뉴스앤조이>가 만났던 한국·일본 제보자들은 이러한 노동 착취가 장재형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증언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계속되는 수사와 미국 현지 보도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꾸준히 터져 나오는 장재형 유관 단체의 착취 의혹. 이번에는 올리벳대 출신들이 세운 IBT미디어가 인수한 <뉴스위크>에서 보도가 나왔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게다가 한때 장재형 집단의 일원이었던 <뉴스위크> CEO 데브 프라가드가 "나는 올리벳을 떠났다"고 공개 선언해 그 무게가 남다르죠. 올리벳대학교는 프라가드의 성명을 부인했지만요.

장재형이 누구인지, 어떻게 한국의 작은 교단 출신 목사가 미국 유수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를 영향력 아래 두게 되었는지는 2018년 12월부터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장재형과 추종자들' 시리즈 기사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간 장재형을 둘러싼 논란의 역사를 한 번에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편집국 승현

※ 교회 개혁과 회복을 꿈꾸는 뉴스레터 처치독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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