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드라마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재밌게 봤어요. 저에게는 주인공 '나희도'가 일기를 열심히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극 중 펜싱 선수인데, 훈련이나 경기를 마치면 내용을 기록하고, 동경하는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절절하게 편지를 쓰기도 해요.

드라마를 보며 제가 올해 초 마련한 일기장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새해를 맞아 일기장을 두 권 구매했거든요. 하나는 제 일상을 기록하는 개인용, 다른 하나는 업무용 일기장이었는데요. 습관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동기 부여가 좀처럼 되지 않아서인지, 2분기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남긴 기록이 그리 많지 않아요.

드물지만 간혹가다 겪는 특별한 경험도 있고, 당시에는 강렬하고 생생하게 느낀 감정들도 있었는데, 자세히 기록하지 않고 지나온 날이 무척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당시 기억이나 느낌과 기분이 희미하고 어렴풋하게만 떠올라서요. 기록하지 않으면 소중한 추억이나 단상이 잊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마침 최근 한 친구가 글쓰기 모임을 제안해 주었어요. 일주일에 두 번 자유로운 형식으로 글을 쓰고, 멤버들이 서로 읽으며 합평하는 모임인데요. 강제로라도 꼬박꼬박 쓰지 않으면 기록하는 삶과 점점 멀어질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쓰기 모임을 계기로 제 일기장이 조금 더 채워졌으면 좋겠네요.

독자님들도 또 다른 시작이 있는, 새롭고 즐거운 2분기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세향

처치독 리포트

다른 길은 있으니까

신학교 다니던 시절, 항상 궁금했습니다. "신학교 나오면 '목사'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왜 신학교에 온 사람들은 모두 '목사가 되라는 소명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물음에 시원한 답은 별로 없었습니다. '경영학과 나와 봐야 치킨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적어도 치킨집 아니면 피자집 아니면 카페 같은 선택지라도 있는데, 신학과는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고민에서 '다른 길로 간 신학생들'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신학생이 목사의 길을 포기했다고 해서 믿음까지 저버린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면서도, 그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지키고자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한때 한국에는 목사가 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목소리에 열광했죠. 마치 믿음 생활의 '끝판왕'은 성직자가 되는 것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평신도=초심자', '목회자=고수'라는 일종의 계급의식이 작동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매번 미달을 면치 못하는 신학과 경쟁률을 보니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네요. 아무래도 목회자가 너무 많고, 직업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신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관성적으로 목회의 여정에 뛰어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사명은 그대로

지금까지 두 기사가 나왔는데요. 첫 번째는 목사 대신 경찰이 된 신학생 김민혁 씨(가명) 이야기입니다. 선교 단체를 통해 아랍권에 선교를 갔고, 거기서 아랍어를 배웠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여느 선교사·목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김 씨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공감, 도움이라고 생각해 목사의 길을 접었습니다. 그들에게 성경책을 들이밀기보다는 그들과 함께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경찰 시험에 합격한 그는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이태원 지구대 발령을 자처해 거기서 아랍인들을 만나고 도왔습니다.

두 번째 기사는 스톰프 한진호 대표 이야기인데요. 2년만 더 버티면 목사가 될 수 있었지만 과감히 목회를 포기했습니다. 그는 한국교회에 다소 생소한 '디제잉 워십'이라는 분야에서 활동했고, 한때 '사탄의 음악', '유흥 문화' 등으로 여겨지던 디제잉을 찬양에 접목해 한국교회 청소년·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역했습니다.

직원 여러 명을 둔 회사로 성장한 지금은 전도사 대신 '대표'라는 타이틀이 붙습니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서 '분배 정의'를 실현하고, '기독교인 사장'으로서 세상에서 욕먹지 않고 칭찬받으며 사는 삶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목사 대신 다른 직업을 택한 이들을 두루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신학과=목사'라는 공식에 얽매여 자의 반 타의 반 목사가 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다른 길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어요. 조금 더 홀리하게 얘기해 보자면 '다른 직업으로도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다' 정도가 되려나요. 아무튼 이번 릴레이 인터뷰, 많이 많이 기대해 주세요~!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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