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월 26일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익명을 요청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생이 글을 보내왔습니다. 기고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부득이 익명 게재합니다. 독자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신학교 시절 한 선배는 "작은 자들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낫다"는 구절이 무섭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를 실족하게 만드는 목회자가 되느니, 평범한 신앙인으로 살겠노라 말했다. 대형 교회 목회 세습을 둘러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촌극은 얼마나 많은 영혼을 실족하게 했을까. 그 죄는 누구의 책임이며, 누가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법원은 명성교회 교인들이 제기한 김하나 위임목사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교단 헌법에 불가하다고 명시된 간단한 내용이었다. 어렵지 않은 문제였지만, 우리 총회는 참 어렵게 질질 끌어왔다. 이번 판결은 외로운 싸움을 이어 오신 관계자들, 학교 미스바광장과 총회에서 피켓을 들고 기도를 이어 온 신학생들을 위한 하나님의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응당 기뻐해야 할 소식이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무겁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섬기는 '야훼 하나님'이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Dike)'보다 못하다는 조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불순종이 정의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부활을 고백하는 눈뜬 신앙인이었으나 진실과 정의에 눈 먼 자가 됐고, 되레 눈을 가린 사법적 정의가 객관적 실체와 진실을 직시했다.

일터에서 만난 몇몇 명성교회 교인들은, 젊고 스마트한 김하나 목사가 와서 너무 좋다고 했다. 밖에서는 시끄럽지만 교회는 별 탈 없이 잘 돌아간다고 했다. '목사가 문제지 평신도가 무슨 죄가 있겠나' 싶어, 그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신대원을 졸업하면 명성교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교회 교인들을 왜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지… 하나님의 신비가 오묘하다.

명성교회와 김하나 목사가 교회와 총회를 위해 감당하는 일은 일개 전도사에 비해 수천수만 배는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사역과 수고가 사람들을 잘못된 신앙으로 인도하고, 한국교회에 발길을 끊게 만든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김하나 목사 한 명이 미워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십자가 아래서 우리는 얼마든지 서로 용서하고 용납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성경은 회개하거든 용서하라고 했다. 회개의 첫 수순은 김하나 목사가 교단과 한국교회에 사죄하고 담임목사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그래야 노회와 총회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세습은 공적 신앙을 사적 영역으로 축소하고, 교회를 개인 사업체로 만드는 병적 누룩이다. 나쁜 건 빨리 퍼진다고, 이미 여수은파교회를 비롯해 여러 사례가 뒤따르고 있지 않는가.

그들이 여전히 몽니를 부리고 교단 헌법에 손을 대려 하거나, 총회를 뒤집었던 자신감으로 사법부마저 겁박하고 판결을 뒤집으려 한다면 그 죄과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 옛날 예루살렘성전과 유다 성읍이 훼파된 것처럼 모두가 감내하기 어려운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김하나 목사는 여러 사람 실족하게 하는 일을 그치고 이만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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