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안양의 한 대형 교회가 내년 12월 은퇴하는 담임목사에게 주택비 12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 매달 사례비의 70%(600만 원)를 주기로 했어요.일단 제직회에서 통과가 됐는데, 공동의회에서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요. 19년간 이 교회에서 시무해 온 담임목사는 인품이 좋고, 교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일부 교인은 은퇴 예우가 '과하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주택은 지원하되 교회 명의로 하고, 은퇴 후 사례도 400만 원 정도로 지원해 주자고 했어요. 만약 제직회 통과 안대로 하면 앞으로 목사에게 들어갈 비용만 '30억 원'에 이른다며 사회 통념에 비춰 봐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어요. 

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은퇴 후에 저렇게까지 큰돈이 필요할까.'
'저 돈을 다른 데 쓰는 게 낫지 않을까?'
'거액의 전별금을 받는 대형 교회 목사보다 적게 받긴 하네.'

생각이 사방팔방으로 튀면서 정리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인생의 솔로몬(아내)에게 이번 사례를 들려주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요.

"퇴임하면 끝이지 왜 또 돈을 줘? 집까지 준다고? (교회가) 목사한테 약점 잡힌 거 있어?!"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맑아지고, 오장육부를 감싸고 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게 느껴졌어요. 물론 교회라는 특수성을 어느 정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그러기에는 제보 교인이나 아내 주장대로 예우가 과한 건 분명해 보였어요. 공동의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기사를 써야겠다고 판단했어요. 팩트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구한 다음 기사를 쓰기 시작했죠.

한참 작은방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데 아내가 다크템플러처럼 조용히 다가와 제 오른쪽 귀에 대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어요. 

"목사 해. 목사 좋은 거 같아." 
"…."

막장 드라마에서 나오는 전개가 현실에서도 이뤄지긴 하네요. 저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한마디했어요. 

"나.가."

편집국 용필

친절한 뉴스B

해고 노동자들에게도 성탄의 기쁜 소식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코로나19로 움츠러들기는 했지만 거리 곳곳에는 성탄 트리와 장식들이 보입니다. 추워진 날씨에 행인들은 한껏 몸을 움츠리고 바쁜 걸음을 옮기는데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는 생존을 걸고 투쟁을 이어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세종호텔 로비에 있는 농성장에서 해고 노동자 김란희 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경력 29년의 호텔 노동자인데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노조 탄압과 임금 삭감, 그리고 비정규직화에 맞서 10년째 싸워 왔지만 들려온 것은 승리의 소식이 아닌 '해고'였죠. 이 과정에서 사측은 해고자를 선정하기 위해 기존 업무와 무관한 외국어 시험 응시, 재산세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힘들면 왜 노동자가 가장 먼저 해고돼야 할까요.'
'점수를 매겨 해고자를 선정하는 부당한 절차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 오래도록 해결되지 않는 질문에 부딪혀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물건처럼 내쫓는 회사보다, '누군가를 내쫓기 위한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마음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다가오는 성탄절, 해고 철회와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매일같이 농성장으로 출근하고 있는 그에게도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편집국 수진


CBS '기독교 정신에 위배' 금지곡 판정 논란 

기독교방송(CBS·김진오 사장)이 한국 최초 성소수자 그룹 '라이오네시스(LIONESSES)'의 신곡(Christmas Miracle)을 '금지곡'으로 지정했어요.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가수(성소수자 그룹)'라는 이유인데요. 심의 결과를 접한 라이오네시스는 "흑인이라 안 된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황당해했죠. 

지난 1년간 CBS 음원 심의 결과를 전수조사해 보니, 특정 가수의 성별이나 성향을 이유로 금지곡 판정이 나온 경우는 없었어요(심형래도 있던데…). 불교 신자 가수 노래도 나오고, 가톨릭 신자 노래도 나오는데, 멤버 4명 중 3명이 크리스천이라는 라이오네시스는 '성 정체성'을 문제 삼고 한 발 더 나아가 그것이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고….

논란이 일자 CBS는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가사 때문'이라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신곡에는 "널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신앙고백(?)도 있거든요. 

오히려 10월 말 심의를 통과한 라이오네시스의 데뷔곡 'Show me Your Pride'는 더 직접적으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가사 때문'이라는 CBS의 수정 공지가 더 옹색한 이유입니다. 

아이러니하게 CBS는 이전에도 성소수자로 유명한 이들의 곡을 여러 차례 틀어 왔죠. 엘튼 존, 프레디 머큐리 같은 세계적 가수들의 노래는 종종 CBS 전파를 탑니다. 그냥 '성소수자가 싫다,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솔직할지도 모르겠네요. 

12월 16일 공개된 라이오네시스의 뮤직비디오를 보니, 도대체 이 곡의 어느 부분이 '기독교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인지 정신이 아득해지네요. 위 이미지에 유튜브 링크를 넣었으니 한번 클릭해 보세요!

편집국 승현


'말'을 강요받는 아이들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소보사) 김주희 대표를 만났어요. 소보사는 '수어'를 가르치는 대안 학교를 운영해요. 김주희 대표가 교장을 맡고 있죠.⛪ 3세부터 16세까지 10명의 농인 아동과 코다(CODA) 학생이 이곳에서 수어를 배우며 꿈을 키워 가고 있어요.

독자님은 혹시 수어를 할 줄 아시나요? 아니면 수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적 있나요?

간혹 교회에서 하는 수어 찬양을 제외하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요. 주변에서 농인을 보기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는데요. 김 대표의 말로는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고 해요. 국내 수어 교육 환경이 매우 열악하거든요.

우리나라는 법으로 수어를 음성언어와 동일한 자격을 지닌 고유 언어로 인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상은 음성언어의 보조 수단 정도로 취급받고 있대요. 수어를 가르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찾기 힘들고, 국공립 특수학교에서조차 100% 수어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대요. 수어를 할 줄 아는 교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요.

이런 환경에서 청각장애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수어'를 배울 기회를 상실하고, 음성언어만을 강요받게 됩니다. 스스로를 다른 친구들보다 무언가 모자라고 부족한 존재라고 인식할 가능성도 크고요. 한창 사랑받고 지지받으며 자신감을 키워 나갈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요?

김 대표가 소보사를 세운 것도 아이들에게 '수어'를 가르치며 건강하고 바른 정체성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고 해요. 소보사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세요! 

사역기획국 요셉

※처치독은 일주일 동안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이슈와 사건들을 쉽게 풀이해 주는 뉴스레터입니다. 구독을 신청하시면,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처치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