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제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부터 마음에 평화를 얻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영화 '밀양'에서 이신애(배우 전도연 분)의 아들을 유괴 후 살해한 박도섭(배우 조영진 분)은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죄를 지었지만 하나님을 만나 회개했고 자유함을 얻었다는 것이다. 심신을 가까스로 추스른 이신애는 박도섭의 간증(?)에 또다시 '지옥'을 경험한다. 영화 속 한 장면이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도 왕왕 일어나는 일이다.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지었어도, 세상에 죄지은 것은 없다." 한때 한국교회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라이즈업무브먼트(라이즈업) 전 대표 이동현 씨가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5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이 씨는 지난 여름 라이즈업 출신 전 간사들을 고소한 데 이어,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뉴스앤조이> 기자와 대표도 고소했다. 한 교단에 정식 가입하고, 청년 사역 단체 '터닝마이라이프(TML)'에 장소를 제공하고, 몇몇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그가 어떤 참회의 과정을 거쳐 활동을 재개했는지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답변을 회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동현 씨는 "반갑다"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5년 전 사건 당시 <뉴스앤조이>는 이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자신을 대변해 주는 일부 교계 언론과만 소통할 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가며 자신은 '무고'하다고 항변했다.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지었어도, 세상에 죄지은 것은 없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성 문제와 관련해 하나님 앞에 평생 회개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강압적으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더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정 유용 의혹도 부인했다. 라이즈업 전 멤버들이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회계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지난 5년간 내가 한 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엎드린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관련한 문제의 책임을 한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전가했다. 피해자와 라이즈업 전 간사들에게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그와 45분간 통화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사람은 지난 5년간 자신의 잘못을 회개한 게 아니라 정당화해 왔구나'였다.

누가 보더라도 이 씨는 한 입으로 두말을 하고 있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해외총회(예장합동해외총회·김종선 총회장)는 문제 될 게 없다며 그를 받아 줬다. 예장합동해외총회 관계자는 "목사가 아무리 잘못해도 우리 기독교 정신이 뭔가. 사랑 아닌가. 자기가 회개하고 돌아오는데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하는 총회는 잘못된 총회다. 사랑 없고 용서 없는 총회다"면서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우리 기독교 정신에 (이 씨를) 안 받아 줄 수가 없다"고 그를 두둔했다.

이 씨가 자기 잘못을 부정·회피함에도 단지 회개했다는 이유로 감싸 주고, 나아가 피해 입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기독교 정신'에 위배하는데도, 예장합동해외총회는 기독교 정신 운운하며 이 씨를 보호했다. 듣고 있는 내내 민망함이 밀려왔다.

피해자를 향한 반성과 회개 없이 하늘에 대고만 "회개한다"고 외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이런 패턴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몇 년 숨죽이고 있다가 나와서 '나 회개했소', '회개했으니 받아 주자'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 시대다. 진실한 자기반성과 그에 따른 책임이 선행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과거 이동현 씨는 영화 '밀양'을 주제로 설교를 한 적 있는데, '용서는 사람들 앞에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스스로 한 말을 그대로 지켜 따르면 될 일이다. 피해 당사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회개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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