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밤을 지날 때 -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 믿음의 사람들> / 다이애나 그루버 지음 /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300쪽 / 1만 6000원
<영혼의 밤을 지날 때 -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 믿음의 사람들> / 다이애나 그루버 지음 /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300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마르틴 루터, 찰스 스펄전, 마더 테레사,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이들에게는 교회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울증'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고든콘웰신학교에서 영성 형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 다이애나 그루버는 젊은 시절 우울증을 앓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상태가 안정된 그는, 신학교 강의실에서 "영혼의 밤을 안내해 주는"(46쪽)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났다. 이후 수년에 걸쳐 교회사 속에서 우울증 혹은 우울증과 다를 바 없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경험한 믿음의 사람들 이야기를 찾아내 이 책을 집필했다. 앞서 언급한 네 명의 인물 외에도 17세기 평범한 잉글랜드 그리스도인 한나 앨런, 18세기 미국 원주민 선교사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18세기 영국 시인이자 찬송가 작사가 윌리엄 쿠퍼까지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 7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우울증에 관한 지식, 역사신학적 소양을 토대로 각 인물이 겪은 고통과 씨름, 삶과 신앙을 입체적으로 풀어놓았다. 사료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불어넣어 소설처럼 써 내려간 각 장의 도입부가 특히 인상적이다.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7인의 이야기에서 지혜와 위로를 얻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를 발견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부록에는 우울증을 앓지 않는 이들이 우울증을 앓는 가족 또는 지인을 실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 열 가지를 정리해 두었다.

"여기 등장하는 위인들의 이야기는 우울증을 죄악시하며 낙인찍는 교회의 편견을 깨뜨린다. 나는 실패자야, 나는 '형편없는 신앙인'이야, 이것보다 훨씬 더 잘 지내야 해, 내가 좀 더 신실하거나 거룩하거나 강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말하는 거짓을 뭉개 버린다. 이런 뻔뻔한 요구서를 이 책에 등장하는 형제자매들에게 들이밀었다고 상상해 보라. 찰스 스펄전에게 성경을 더 읽으라고 말했다면?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에게 더 기도하라고 했다면? 또는 마더 테레사에게 그냥 기뻐하라고 다그쳤다면? 우리는 이 사람들을 믿음의 거인이라고, '성인'이라고 떠받들지만, 막상 그들은 우울증과 씨름하며 살았다. 이들에게 믿음이 우울증에 대한 면역 주사가 아니었듯이, 우리의 믿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울증이란 종종 찾아오는 것임을 알게 된다. 슬픔에 짓눌릴 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몸이 아플 때처럼 뇌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들어가며, 45쪽)

"분명 스펄전은 이 무기력함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서툴게 반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자신의 설교에서 매정하고 둔감한 '도우미'를 향해 일침을 가했던 그다. 쉽게 비난하거나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라며 우울한 사람을 매몰차게 몰아세우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펄전은 '좋은 그리스도인'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는 비난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설교에서 '하나님의 사람도 종종 어둠 속을 거닐며 빛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고결한 성인도 기쁨 없이 살아갈 때가 있는 것입니다'라고 항변했다. 스펄전은 우울증이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신앙의 성장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신실하면서도 우울할 수 있다. '우울하다는 것이 은혜에서 멀어진다는 증표는 아닙니다. 기쁨과 확신을 잃은 때 도리어 영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설교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면! (5장 '찰스 스펄전', 196~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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