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독 59호 보기

안녕하세요. '비자발적 맞춤법 근본주의자'입니다.

최근 간단한 자기소개 문구를 작성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저를 무슨 말로 소개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중 계시를 받듯 퍼뜩 떠오른 문구는 바로 '비자발적 맞춤법 근본주의자'였습니다. 예… 저는 인제 마춤뻡을 직히지안는 살암드를 용서 할쑤 업게 됏씀니다. 정확히 말하면 맞춤법에 어긋나는 단어·문장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고 말았어요. '비자발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제가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기사 교정·교열을 담당하는 편집기자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인터넷 창을 열고 가장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는 각종 포털이나 소셜미디어도 아니고, 유튜브도 아니고, 심지어 <뉴스앤조이> 홈페이지도 아닙니다. 무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홈페이지예요…(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사전).

예, 과도한 업무가 절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뉴스앤조이> 편집 매뉴얼을 받아든 지 어언 1년 7개월. 매뉴얼 첫 페이지에 적힌 아래 문구가 저를 지옥 같은 맞춤법·띄어쓰기의 세계로 초대했어요.

"기본적인 문법은 표준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원 규정을 기준으로 한다. 복합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단어와 띄어쓰기 규정이 허용하는 단어만 한 단어로 인정한다."

어느 선배가 제게 말했죠. "모르면 검색하세요. 알면 더 검색하세요. 그냥… 검색하세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이상하고 아름다운 국어의 세계는 언제나 제 예상을 빗나가는 환상의 띄어쓰기 곡예를 보여 주었어요. '띄어 쓰다'는 띄어 쓰지만 '띄어쓰기하다'는 띄어 쓰지 않는 망할 띄어쓰기.‍이제 웬만한 건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도 '아니 대체 이걸 왜 띄어 쓰라고 하는 거야?', '왓 더... 이게 어떻게 한 단어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단어를 종종 마주합니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에어컨을 만드신 분은 분명 천국에 가셨겠지만, 띄어쓰기를 고안하신 분은 아마(후략).

게다가 대다수 언론·출판사는 띄어쓰기 '허용' 규정을 따르지만 <뉴스앤조이>는 여전히 '원칙' 규정만을 고수하고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요. <뉴스앤조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낸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내용이 아니라 맞춤법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 '이건 띄어 써야 하는데', '이건 한 단어인데 띄어 썼네' 하게 된다는 말이에요. 책을 읽을 수가 없어요. 이제는 자동입니다. 제 뇌가 그렇게 세팅되고 말았어요. 심지어 개인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거나,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주고받을 때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게 맞는지 검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가끔은 '내가 이러려고 기자를 한다고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요(아님).

어쩌다 보니 직업병(?)을 호소하게 됐는데요. 누가 저를 이 맞춤법 지옥에서 좀 구해 주세요 제바아아알~(안 됨).

편집국 운송

'개척교회 생존율' 데이터 기사를 접었습니다

독자님, 한국 개척교회 폐업률이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으신가요? 

바꿔 질문하면, 목회자 100명이 교회를 개척했을 때, 5·10·15년 뒤 남아 있는 교회가 몇 개나 될 것 같나요? 안 그래도 목회 현장은 어려운데, 코로나19로 대면 예배가 중단되고, 특히 개척교회는 상가 임대료를 못 내 줄줄이 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그래서 궁금증이 밀려왔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니, 음식점을 개업한 자영업자들의 5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더라고요(2020년 12월 발표 '2019 기업 생멸 행정 통계'). '그렇다면 교회는 어떠할까?' 몇 년간 취재 현장을 다녀 본 <뉴스앤조이> 기자들은 '족히 30~40%는 10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지 않을까?' 추정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실증적인 답을 찾기 위해 교세가 가장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 보고서 15년치를 뒤졌습니다. 왜 예장합동이냐면요. 이 교단이 가장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기 때문이죠. 예장합동 총회 보고서에는 전국 160여 노회가 올린 교회 현황 문건이 있는데요. 매년 설립하고 문을 닫는 교회의 이름, 담임자, 주소, 신고일 등을 포함해 폐교한 사유까지 자세히 나와 있어요.

개척교회 생존율이 90%라고?

그래서 저는 2006년(91회 총회)부터 2021년(106회 총회)까지 15년치를 살펴봤어요. 

· 2006~2021년 동안 설립된 교회: 2457개
· 같은 기간 폐교한 교회: 1638개
→ 정리하면 매년 평균 163.8개 교회가 설립됐고, 109.2개가 문을 닫았어요.

가령 2006년 개척 설립 신고를 한 교회는 총 185개였는데요. 지금까지 몇 개나 남아 있을까요? 설립 데이터와 폐교 데이터 중 노회·교회·담임자·주소를 필터링해 보니, 23개(12.4%)가 문을 닫았어요. 87.6%는 없어지지 않고 존속한 것이죠. 

이후 설립된 교회들도 비슷비슷했어요. 2007년 설립된 교회 181개 중 문을 닫은 곳은 24곳, 생존율 86.7%를 기록했고요.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 시기였던 2008년은 생존율이 75%대로 확 낮아지기는 했지만, 2009년~2015년까지 약 90%가 망하지 않고 생존 중인 것으로 나왔어요. 

· 2006년 생존율: 87.6% (개척교회 185개 중 23개 폐교)
· 2007년 생존율: 86.7% (개척교회 181개 중 24개 폐교)
· 2009~2015년 생존율: 약 90%

명부상 살아 있는 교회
이름 없이 개척했다 사라진 교회

개척교회 생존율이 90%라니‼️⁉️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현장 취재를 누벼 온 동료 기자들도 데이터 결과에 의문을 표했는데요. "주님의 교회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참인 걸까요? 

이대로 바로 기사 쓰는 게 찜찜해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들에게 물어봤어요. 개척교회 '생존율 90%'는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답변이 돌아오더군요. 당장 소속 노회만 보더라도 교회 폐교율이 20~30%가 넘는다면서요. "그렇다면 지금의 데이터는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공식 보고서에 등재되지 않은 숨겨진 데이터가 많을 거래요.

목회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어요.

① 폐교를 신고하지 않는다
- 현재 한 노회의 임원으로 있는 목사는 "폐교를 하고도 노회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폐교해 버리면 큰 교회나 단체에서 보내 주는 선교 후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회를 안 하지만 명부상 살아 있는 교회가 많다"고 했어요. 

② 노회 구성을 위해 남겨 둔다
-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고 해요. 예장합동 규정에 따르면, 노회 1개를 구성하려면 소속 당회(교회) 21개를 확보해야 하는데요. 만약 전수조사를 통해 '호적 정리'를 하면 사라질 노회도 많다(!)는 거죠.

③ 개척부터 신고하지 않았다 
- 또 다른 목사는 폐교 데이터뿐 아니라 설립 데이터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지난 15년간 2457개 교회가 생겼는데, 실제로는 더 많을 거라면서요. 그는 "노회가 설립 신고를 까다롭게 받는다. 재정과 교인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만 설립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개척교회가 훨씬 많다"고 했어요. 
- 이름 없이 설립됐다가 사라지는 교회까지 더하면 폐업율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예장합동 목사들은 "우리 총회 보고서를 신뢰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웃프더라고요. 생존 경쟁에 내몰린 목회자들의 삶과 구조를 들여다보기 위해 시작한 기획인데, 총회가 발표한 데이터를 믿을 수가 없으니 결국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나마 예장합동은 형식적으로라도 교회 현황 데이터를 보고하지만, 다음으로 교세가 큰 예장통합이나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데이터조차 없더라고요.

"목회가 어려움"✍️

이번에 취재하면서 짧은 문장 한 줄로나마 접한 폐교 사유들은 제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2012년 한 교회는 "담임목사 1월 지병으로 소천, 지병으로 보증금도 없는 상태며 교인도 없으므로 더 이상 교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음"이라는 사유를 남겼어요. 재정도, 교인도 없는 상태여서 더 이상 '교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어요. 

2020년 폐교 신고를 한 교회의 사유는 "목회가 어려움" 단 여섯 글자뿐이었는데, 강한 울림을 받았어요. 

한국교회는 누구나 부흥과 성장을 얘기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척교회나 작은 상가 교회에는 주목하지 않아요. 밤낮으로 전도했더니 100명, 1000명, 1만 명이 됐다는 성공 신화는 교계 언론에서 많이 봤는데, 실패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비록 이번에는 기사화를 못 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어떻게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살펴보고자 해요. 만약 정확한 데이터를 얻게 되면, 그때 뜨끈뜨끈한 데이터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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