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장에서 4대 종단 성직자·신자들이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국회 앞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장에서 4대 종단 성직자·신자들이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4대 종단(개신교·불교·원불교·가톨릭) 종교인들이 11월 16일 국회 앞 차별금지법 농성장에서 화요기도회를 열었다. 국회가 종교계 반대 등을 구실로 법 제정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4대 종단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한 화합和合의 뜻을 다시 한번 모은 것이다. 개신교인을 비롯해 각 종교 성직자·신자 30여 명이 모인 기도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기도회는 불교-원불교-개신교-가톨릭 순으로 종파별 30분씩 진행했다. 개신교 기도회는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평등세상) 정혜진 목사(기독여민회)가 인도했다. 참석자들은 찬양 '사랑이 이기네' 등을 함께 부르며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여름 씨(무지개신학교)는 "종교의 차이를 넘어 각자의 다름을 지닌 채 이 자리에 모인 다양한 우리를 축복해 달라. 예수를 따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소외·배제당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낮은 곳에 머무르셨던 그리스도를 잊고, 가장 앞장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에 노출된 사회에서는 모두가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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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기도회는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네트워크가 인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최형묵 목사(한국민중신학회)는 '이웃 사랑'을 명시하고 있는 레위기 19장 18절과 34절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최 목사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큰 걸림돌이 된 개신교의 모습을 자성한다며, 성서가 말하는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보편적 사랑이라고 했다. 그는 "공동체의 평화와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규범을 제시하고 있는 레위기는 '구약성서판 차별금지법'에 준한다. 그 핵심에 있는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전적인 타인마저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이 대할 때 하나님의 생명 질서가 구현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애쓰는 것은 바로 그 뜻을 새기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원불교 인권위원회 강현욱 교무는 '차별에 찬성하느냐'는 물음에는 누구나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었지만, '차별을 금지하자'고 약속하는 차별금지법은 1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 교무는 "한국 사회는 시민 90% 가까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할 정도로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다. 이제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그 합의를 명문화해, 우리가 어렵게 내딛고 있는 이 발걸음을 더 이상 뒤로 물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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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인권위원회 강현욱 교무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합장하고 염불을 외며 불교 예식를 진행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박상훈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기도문을 읽고 성찬례를 진행했다. 박 신부는 "평등길을 함께 걸으며 '이렇게 큰 열망과 믿음이 있는데 왜 법 제정이 어려운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자 건강검진이다. 병의 증후를 드러내고,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희망을 잃지 말고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조금씩 나아가자"고 말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4대 종단 화요기도회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다. 평등세상이 주관하는 첫 번째 개신교 기도회는 오는 11월 3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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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각 종단 예식이 이어지는 2시간 동안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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