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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유행 속 강행된 광복절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 곳곳이 통제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광복절을 앞둔 8월 14일 오전, 서울역부터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도심 일대는 경찰이 설치한 차벽과 바리케이트로 에워싸였다. 서울역을 비롯해 광화문광장으로 통하는 주요 지하철역 대부분이 봉쇄됐고, 지하철 출구에는 '광복절 도심 집회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어 출입구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인도 곳곳에 설치된 경찰 검문소에서는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집회 불가 방침에도 광화문광장에 진입하려는 이들과 통행을 제한하는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이어졌다.

지난해 8·15 집회를 강행했다가 코로나 2차 대유행을 촉발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 국민혁명당은 이번 광복절에는 '1인 걷기 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8월 14~16일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 8·15 국민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집회를 금지하자 1인 걷기 대회로 형태를 바꿨다. 국민혁명당은 "집회가 아닌 자발적 산책"이라며 서울역·남대문·시청·덕수궁·동화면세점·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를 2m 거리를 두고 행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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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자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하지만 경찰은 13일 오후 6시부터 집회가 예고된 장소에 펜스를 설치하고 원천 봉쇄에 나섰다. 14일 오전 9시 무렵,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부근에 모인 국민혁명당 지도부와 집회 참석자, 보수 유튜버 10여 명은 동화면세점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지만, 세종대로사거리를 100m가량 목전에 둔 지점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국민혁명당 부대표 고영일 변호사는 "1인 걷기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역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데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통로에 차단벽을 설치해 국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했다.

진입이 불발되자, 참석자들은 탑골공원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이들이 경찰 통제를 우회해 길을 건너 이동하려고 하자, 방패를 든 경찰은 다시 한번 통행을 가로막았다. 참석자들은 "우리와 술래잡기를 하는 것이냐", "즉각 길을 열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대치가 이어지자, 10시 무렵 국민혁명당 지도부는 통행을 차단한 경찰 벽을 뒤에 세워 두고 임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자회견이 정당법 제37조에 따른 정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발언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국민혁명당 대변인 구주와 변호사는 임시 기자회견에서 "집에 사는 개들도 하루에 두 번 산책하는데, 국민들이 지금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통행을 금지당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국민혁명당 대변인 구주와 변호사는 임시 기자회견에서 "집에 사는 개들도 하루에 두 번 산책하는데, 국민들이 지금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통행을 금지당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국민혁명당 부대표 고영일 변호사는 "헌법 14조는 거주·이전의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간첩들의 사주를 받았거나, 공모했던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했다. 대변인 구주와 변호사는 "광화문은 평양의 김일성광장이 아니다. 지금 경찰과 문재인은 광화문을 김일성광장으로 만들고 있다. 국민들은 절대 여기에 굴복하거나 협조해서는 안 된다. 집에 사는 개들도 하루에 두 번은 산책을 한다. 국민들이 지금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통행을 금지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걸어서 탑골공원으로 이동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던 참석자들은 경찰과 3시간 넘게 대치하다가 12시 20분 무렵 해산했다.

한 참석자는 통행이 금지되자 방언 기도를 쏟아내며 경찰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한 참석자는 통행이 제지당하자 방언 기도를 쏟아 내며 경찰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한 참석자는 통행이 제지당하자 방언 기도를 쏟아 내며 경찰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전날 건강상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전광훈 목사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에 출연해 집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전 목사는 "이번 국민혁명당 1000만 시민 걷기 행동은 3·1운동, 4·19혁명, 5·16혁명 보다 더 의미 있는 사건이자 대한민국을 갈라놓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또 "그동안 문재인의 사기 방역·선거·정치를 모든 국민이 알아차렸다. 오늘부터 3일 동안 대한민국과 헌법을 사랑하고 문재인을 탄핵하기 원하는 모든 국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제2의 건국을 이뤄 나갈 것"이라며 16일까지 걷기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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