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이 군산입니다. 매주 용산역에서 장항선 새마을호를 타고 집에 가는데요. 역에서 집까지는 보통 자전거로 이동합니다. 그날도 세 시 반 새마을호에 자전거를 싣고 군산으로 가고 있었죠. 예산역에 도착할 즈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언제 데리러 오냐고 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아차, 부모님을 차로 모시고 군산에 같이 가기로 한 걸 깜빡했네요. 제가 원래 좀 이렇습니다.

기차 시간을 보니 예산역에서 다시 용산으로 올라가는 기차가 5분 후에 있었습니다. 얼른 갈아타야겠다 생각하고 서둘러 예산역에서 내렸는데 불과 몇십 초 차이로 기차를 놓치고 말았지 뭡니까. 아이구야…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부모님께서 당진까지만 차를 가지고 오시면 저는 예산에서 당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부모님과 통화 후 예산역 앞에서 국밥을 후다닥 말아 먹고 당진으로 출발했습니다.

예산에서 당진까지는 35km 거리입니다. 열심히 밟으면 자전거로 두 시간. 부모님과 약속한 랑데부 시간까지 여유도 있고 시골길을 즐기면서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풍경을 감상하며 논밭과 작은 마을 사이를 달렸습니다. 그렇게 한참 가고 있는데 무심코 서 있는 작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리 성지 2km'. 이상하게 끌리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진시 합덕읍에 초기 가톨릭 신앙 공동체가 있었다는 기록이 떠올랐습니다. 자전거를 멈추고 검색을 했습니다. 아! 다블뤼 주교가 사역했던 교회! 이건 가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블뤼 주교는 구한말 보령에 있는 갈매못에서 순교당한 가톨릭 신부인데요. 순교 자리에 기념 성당이 세워져 있어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순교 기념 성당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우리 교회도 이렇게 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곳입니다.

갈매못에서 순교한 다블뤼 주교가 사역한 곳이 바로 신리 성지입니다. 강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논 사이로 2km를 달리니 신리 성지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넓게 펼쳐진 잔디와 언덕 위에 세워진 교회, 그리고 신비롭게 펼쳐진 구름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십자가의 길, 비아 돌로로사를 걸었습니다. 넓은 잔디밭 위에 펼쳐진 십자가의 길은 천천히 걸으며 기도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작은 바위에 새겨진 예수님의 마지막 날들을 묵상하는데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채 골고다를 오르는 장면 앞에 멈춰 섰습니다. 발걸음을 좀처럼 떼기 어려워 한참을 서 있는데, 예수님이 마치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고맙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렀습니다.

지친 몸으로 따라오시는 예수님을 돌아보는 시몬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저는 저 벽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지칠 때가 아니다.' 왜인지 모르게 힘이 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몬 뒤를 걸으시는 예수님이 마치 이곳으로 저를 부르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십자가는 힘들어하는 저에게 주신 선물 같았습니다.

뉴스앤조이 도현

친절한 뉴스B

성폭력 가해자가 아닌 
고발자를 나무라는 신학?

처음에 제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제보자 혼자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다고?'
'그렇게 오래 문제 제기를 했는데, 아무도 그를 돕지 않는다고?'

제보자가 학내에서 문제를 제기한 건 벌써 6개월이 지난 일이었어요. 그동안 제보자는,

・ 연세대 신학대학원 전 원장의 성폭력 사건, 
・ 현 원장이 이 사실을 듣고 신고를 무마하려고 한 일,
・ 자신을 향한 전 원장의 인권 침해 등
 여러 일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제보자의 연락을 받은 여러 동문들, 신대원 재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대요. 이러한 분위기를 알기 때문인지 현 신대원장도 사건 신고를 무마하려 하거나, 전 신대원장이 명예퇴직할 수 있도록 돕자고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묻고 싶었어요. 이들에게는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학교와 그 학교를 졸업한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이라 느꼈을까요. 

우리는 이런 경우를 참 많이 봐 왔어요. 성폭력 가해자와 그가 속한 조직의 명예만 우선시하고 피해자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을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공론화한 사람이 오히려 손가락질당하는 일도 발생하죠.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해요. 또 다른 성폭력을 발생하게 만들고, 피해자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사라지겠죠. 

이게 여성학에서 말하는 '강간 문화’의 일부이고, 이러한 관행을 없애야 성폭력에서 안전한 학교, 교회가 된다는 걸 왜들 외면하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들이 말하는 신학은 누구를 위한 신학일까요. 

편집국 은혜


불량 식품, 불량 교회

축복교회 김정훈 목사는 6년 전 교인들 '몰래' 이단에 수원 예배당을 팔고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영상으로만 설교를 전하고 있었죠. 대다수 교인은 교회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를 믿고 지지하는 이들도 있어요. 이들은, 김 목사가 예배당 매매를 한 게 아니라 이단의 사주를 받은 한 교인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해요(감 오시죠?!).

남은 교인들은 6년간 이단과 소유권 이전 소송 등을 해 왔는데 매번 졌어요. 그럼에도 예배당을 넘겨줄 수 없다며 건물 곳곳에 철조망을 두른 채 저항하고 있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수원 예배당뿐만 아니라 서울의 한 지교회도 비슷한 문제로 갈등 중이란 걸 알았어요. 

여기는 재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임대료가 밀린 데다가, 공간을 비워 달라는 빌딩 관계자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요. 심지어 임대한 곳을 '전매'까지 해 버렸다고 해요. 빌딩 관계자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여기 교인 대표는 연락도 안 된다"고 황당해했어요. 저 역시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김정훈 목사는 왜 돌아오지 않는지 축복교회 측에 물었지만, 그들은 답하지 않았어요. 

목사는 타지에서 영상 설교만 하고, 남은 교인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예배당은 봉쇄되고…. 아무리 봐도 제 눈에는 일반적인 교회로 보이지는 않네요. 요즘 정치권에서 '불량 식품' 두고 논란이던데, 축복교회 사례도 지극히 불량하면서 위험해 보이네요.

편집국 용필 


맹꽁이를 지켜 주세요

소셜미디어를 살피던 중, 맹꽁이대책위원회라는 한 단체의 이름을 발견했어요. 'OO대책위원회'는 많이 봤어도, '맹꽁이대책위원회'라고? 이들이 낸 성명들을 찬찬히 읽었어요. 상황인즉, 의왕 월암지구에서 공공 주택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멸종 위기 종인 맹꽁이의 보존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주민들과 환경 단체들이 사업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맹꽁이는 기후변화에 민감해 서식지와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양서류인데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생물(2급)이에요. 개발을 앞둔 동네는 멸종 위기 생물과 함께 삶의 터전을 나눠 온 '도룡마을'이었고요. 주민들은 모두 떠나갔지만, 어디에도 갈 곳 없는 맹꽁이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개발 공사가 맹꽁이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는데, 대체 서식지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맹꽁이들은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전국 곳곳에서 맹꽁이를 비롯한 멸종 위기 생물들이 발견되고, 주민들이 이를 이유로 공사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얼마 전 맹꽁이 서식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도 결국 백지화됐죠. 

월암지구 주민들에게 보상이나 사적 이익을 위한다는 비판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맹꽁이들이 공사를 지연시키거나, 발목을 잡는 것도 아니고요. 애당초 환경영향평가에서 지역 생물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호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겠죠. 생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 사업은 결국 인간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 같아 걱정이에요. 

편집국 수진

이번 달 뭐하지?

캠페인 / 참여 
•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들] 연속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 / 6. 28. ~ 8. 16.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 탄소 중립 실천 콘텐츠 공모전 / 8. 2. ~ 9. 4.

강좌 
• [제3시대] 2021년 안병무학교-민중신학아카데미 여름 학기 '오클로스 속 여성-민중의 목소리를 찾아서 —안병무와 함께 아래로부터, 여성의 눈으로 그리는 마가복음' / 8. 10. ~ 8. 31.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신학 연구 과정현대신학교회사성서학 전문 과정 모집 
• [센트] "목사님/선교사님 뉴스레터는 이렇게 만드세요" / 8. 23. 
• [나비] 제1회 나비 아카데미 '기독 여성과 교회' / 8. 24. ~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 아카데미 2021년 2학기 개강 / 9. 2. ~

토론 / 모임
• [뉴스앤조이] 그리스도인을 위한 자본주의 경제사 강의 / 8. 24. ~ 
• [청어람ARMC]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 함께 읽기여성주의 성서 해석 : 누가복음<요한복음> 함께 읽기 - 성경 함께 읽기 챌린지<질문하는 신학> 함께 읽기 챌린지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생태 놀이판 지구 돌봄을 위한 유쾌한 탐험 '토킹 어스' 리더 양성 워크숍 / 8. 19.

예배 / 대회 
•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월례 기도회 /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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