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군대에서나 보던 윤형 철조망이 교회 건물 곳곳을 휘감고 있었다. 은빛 철조망 주위에는 '안전제일' 문구가 들어간 테이프가 마구 엉켜 있고, 입구로 향하는 길목은 바퀴 달린 책상이 막아서고 있었다. 그 누구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악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이쯤 되니 교회가 아니라 전쟁을 치르는 하나의 요새 같았다.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에 있는 축복교회(김정훈 목사) 모습은 무더운 여름 날씨마저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예배당 통유리창에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축복교회 교인들은 사이비 집단 하나님의교회에 예배당을 절대 넘겨줄 수 없다', '알고 보니 내부자도 이단 소속'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원래 축복교회는 수천 명이 출석하던 대형 교회였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는 지교회도 있다. 문화·예술 선교에 힘을 쏟아 유명 연예인들이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재정난을 겪던 2015년 7월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김주철 총회장)에 예배당을 매각했다가, 지난한 소송에 휘말렸다.

축복교회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돼 있다. 당시 하나님의교회는 81억 원(시설비 2억 포함 - 기자 주)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축복교회 김정훈 담임목사의 지시로 이뤄졌다.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이단에 예배당을 판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회 안에 논란이 일었다. 매매를 지시한 김 목사가 선교 명목으로 미국에 가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일부 교인은 '교인 총회' 등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하나님의교회를 상대로 '매매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3심까지 일관되게 매매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하나님의교회는 건물 소유권 이전등기를 완료했다. 이어 축복교회를 상대로 건물을 인도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교회 측은 거부했다. 하나님의교회는 부동산 인도 단행 가처분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올해 4월, 다시 한번 하나님의교회의 손을 들어 줬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채권자는 (매매계약 확인소송) 확정판결에 따라 건물에 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상당 기간 건물을 사용·수익하지 못함으로써 손해(월 임대료 약 4300만 원)를 입고 있다"며 축복교회가 점거한 예배당 건물을 하나님의교회에 내주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축복교회 측은 "절대 이단에 예배당을 넘겨줄 수 없다"며 여전히 건물을 내주지 않고 있다. 몇십 명 되지 않는 일부 교인이 예배당에 철조망을 두르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으며 버티고 있다. 

수원 축복교회는 건물을 놓고 하나님의교회와 대치 중이다. 김정훈 담임목사는 미국에서 설교 영상만 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수원 축복교회는 건물을 놓고 하나님의교회와 대치 중이다.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김정훈 담임목사는 미국에서 설교 영상만 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소 중지'된 김정훈 목사
"위대한 역사 일어나게 해 달라 기도하자"
축복교회 관계자들 '취재 거부'

축복교인들은 수년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김정훈 목사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총회장을 지낸 김 목사는 교회 건물을 매각하기 직전인 2015년, 해외 선교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다. 예배당 최종 관리자·책임자인 담임목사가 다른 나라에 머물고만 있는 것이다.

김정훈 목사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6년간 영상으로 설교를 전하고 있다. 김 목사의 설교는 축복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그의 근황도 소셜미디어와 언론 보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몇몇 매체는 김정훈 목사를 '한류 전도사'로 소개하며 그가 미국 전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활발하게 사역 중인 김정훈 목사는 왜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일까. 한때 김 목사의 최측근으로 예배당 매매 실무에 관여한 ㄱ은 7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목사는) 하나님의교회가 고소한 것 말고도 몇 개나 더 걸려 있다. 다 돈과 관련한 소송이다. 한국에 오면 (수사기관에) 잡혀갈까 봐 못 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김 목사는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2016년 2월, 소재 불명으로 김 목사를 '기소 중지' 처분했다.

ㄱ은 "하나님의교회와 매매계약하라고 지시할 때는 언제고, 교인들만 내세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김정훈이 미국에 가 있으니까, 하나님의교회가 이제는 남아 있는 교인들을 상대로 고소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교회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축복교회 교인이었던 ㄴ도 김정훈 목사가 법적인 문제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ㄴ은 "목사님이 금전적인 문제로 송사가 얽혀 있다. 이것 때문에 못 들어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 빼놓고는 잘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올해 초 축복교회를 떠난 ㄷ은 김 목사가 2015년 이후로 한 번도 한국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했다.

축복교회는 현재 김정훈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목회자만 남아 있는 상태다. 하나님의교회와 소송 중인 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7월 25일 일요일 교회 앞에서 마주한 협동목사와 교인 3명은 취재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촬영물을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협동목사는 "우리는 언론 보도에 응하지 않겠다. 지금 (하나님의교회와) 소송 중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도가 나가든 우리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교회 대표 김정훈 목사는 왜 미국에서 오지 않는 것인지' 묻자, 그는 "김정훈 목사는 대표가 아니라 설교 목사일 뿐이다. 우리가 요청해서 설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교회 대표가 누구인지 물었으나 그는 "말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축복교회 홈페이지는 여전히 김정훈 목사를 당회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축복교회 곳곳에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교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찾았지만, 관계자들은 취재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축복교회 곳곳에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교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찾았지만, 관계자들은 취재를 거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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