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레위기에는 "여자와 동침함과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18:22, 20:13)고 나온다. 반동성애 기독교인은 이 구절을 근거로 "성경은 동성애를 반대한다", "동성애는 창조질서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약학자 이영미 교수(한신대)는 "해당 구절은 특정 상황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 대상에게 적용됐던 법이다. (레위기) 저자가 동성애 자체를 금하고 있는 건 아닌데, 기독교가 이를 동성애를 정죄하는 대표적인 근거 본문으로 삼아 왔다"며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영미 교수(한신대)는 7월 21일 <퀴어 성서 주석 Queer Bible Commentary·QBC>(무지개신학연구소) 강독회 '모다들엉 퀴어신학' 3번째 모임을 열었다. 데이비드 탭 스튜어트(David Tabb Stewart)가 쓴 '레위기' 주석을 해설하며 동성 성행위 금지 규정이 생긴 배경을 살피고, 퀴어적인 해석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레위기를 읽을 때 '성결법'을 보편법이 아닌 특정 시대·대상을 위한 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레위기 17~27장의 성결법전은 바벨론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거룩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특정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뭉친 사람들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법전이라고 볼 수 있다. 주요 청자는 성전을 중심으로 성결한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는 남성 제사장들이었다. 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법"이라고 말했다.

레위기 18·20장이 남성 간 성행위를 금지하는 것 맞지만, 이는 핵심이 아니라고 했다. 이영미 교수는 "남성 간 성행위, 친족 간 성관계 금지 조항 외에도 다른 금지된 성관계 모델들이 등장한다. 레위기 저자가 강조점을 두는 것은 오히려 자녀를 몰렉에게 희생 제물로 바치거나, '하나님의 아들들'과 같은 신적 존재들과 성관계를 맺는 일이다. 거룩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적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남성 간 성행위 금지 조항이 오늘날의 동성애를 지칭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성서 본문이 여성을 배제하며 레즈비언의 성관계는 언급하지도 않고, 오로지 남성이 행하는 특정 종류의 성적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성서에서 금기시하는 동성 간 성관계는 '동성애자'라는 '조건·상태'가 아니라, 가부장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장인 이성애자 남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가리킨다. 이 조항은 성결하게 구분되고자 했던 성전 종교 공동체에서 '이성애자 남성 제사장'을 중심으로 한 성 윤리 지침이었다"고 말했다.

주석가 스튜어트와 이영미 교수는 레위기의 '성결법'이 당시 제사장 사회에서는 중요한 법이었지만 현대 그리스도인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럼에도 레위기 해석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오늘날 기득권을 가진 해석 공동체가 이를 그대로 차용해 자신들의 힘과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미 교수는 "바벨론 제국 왕정과 고위층 재산을 변호하기 위해 만든 함무라비법전을 오늘날 행동의 근거로 삼는 사람은 없다. 그 사회가 사라짐으로써 법의 효력도 사라졌다. 시대와 법적 주체가 달라졌는데도 '성서의 권위'를 내세워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시대에 맞게 법의 의미를 끊임없이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서에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틈새'가 있고, 다양한 해석이 모이면 해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하나의 해석이 유일한 해석이 되지 않도록 해체를 통해 힘의 평준화를 이뤄야 한다. 하나님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대상·해석만이 중심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동성애 기독교인들은 고대 율법을 근거로 성서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성애 중심주의, 가부장제가 타파되고 있는 오늘날 문자 그대로 성서를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줌 화면 갈무리 
반동성애 기독교인들은 고대 율법을 근거로 성서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성애 중심주의, 가부장제가 타파되고 있는 오늘날 문자 그대로 성서를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줌 화면 갈무리 

레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타자를 향한 사랑'이다. 이영미 교수는 "성적인 법을 다루고 있는 18장과 20장 사이에는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19:18)는 구절이 있다. '이웃 사랑'이 레위기의 중심이자 성경의 핵심이다. 우리는 너무 문자에만 코를 박고 있어서 동성애 금지에 집착하고, 독소 조항을 마치 하나님의 유일한 법인 것처럼 칼로 휘두르고 있다. 테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QBC 강독회 4주 차는 데린 게스트(Deryn Guest)가 쓴 '사사기'를 함께 읽어 나간다. 모임은 7월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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