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를 움직이는 힘 

독자 님, 안녕하세요. 이은혜 기자입니다. 저는 얼마 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맞았냐고요? 후후. 백신 접종을 확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예약 사이트에서 동네 의원을 검색해 미리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거든요. 간호사님이 "대기자에 올려도 언제 맞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고 하셨는데. 웬걸, 접종 시작한 27일에 바로 연락이 왔지 뭐예요. 

오후에 취재 일정이 쭉 있던 터라 살짝 걱정됐지만, 지금 아니면 못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접종은 별거 없더라고요. 안내문 읽고 서명하고, 체온 재고, 팔뚝에 주사 한 방 맞고 나온 게 전부였어요.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이 올 수도 있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그런지 좀 걱정했는데요. 접종 다음 날, 맞은 부위 통증과 피곤함, 등과 허리 근육통에 잠시 시달린 것 외에는 큰 증상 없이 벌써 5일째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행동이 좀 굼뜬 편입니다. 기사 마감도 맨날 늦고, 일단 뭘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제가 백신 맞았다고 하니까 지인들도 다 놀라더라고요. '너 같은 굼벵이가 벌써?'라는 느낌으로요. 취재 아니면 어디 전화하는 것도 싫어하고, 뛰는 것도 싫어해 좀처럼 늦을 일 안 만드는 제가 이번에는 왜 이렇게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였는지 저도 궁금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족의 힘이 아니었나 싶어요.(네, 식상한 답변인 거 저도 잘 압니다 ㅠㅠ) 저에겐 하나밖에 없는 언니가 있는데요, 코로나19 터지기 전에 조카들과 함께 해외로 이민을 갔어요. 떠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못 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오가는 길이 불투명한 지금, 백신에 희망을 걸었던 것 같아요.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백신을 맞아 두면, 언젠가는 가족들을 만나러 갈 수 있을 거라는 꿈을 막연하게 꾼 것 같네요.

실제로 언제쯤 만나러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백신 한 대 맞았다고 괜히 천하무적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코로나19 이전처럼 매일 사무실 나가 동료들과 시덥지 않은 수다도 떨고, 마스크 없이 개와 산책하고, 감염 걱정 없이 사람을 마주하게 될 날이 곧 오면 좋겠습니다. 참, 백신 맞으실 분들은 아이스 팩 하나 꼭 준비하세요. 접종 부위가 많이 아픕니다….

by 은혜


내 맘에 안 들면 무조건 사탄·마귀?
낯부끄러운 K-신교

<청소년 매일성경>에 '큐티, 경제학과 만나다'를 연재하던 김재수 교수(미국 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과)의 칼럼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성경을 전복적이고 좌파적으로 읽는다며 일부 독자가 항의를 했다고 하죠. 김 교수는 마귀, 마르크스주의자,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 등으로 비난받았습니다. 김 교수는 누군가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지도 않았고, 그 글에 차별과 배제가 담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이없는 항의 쇄도에, 결국 연재는 1년 반 만에 허무하게 끝났어요.

저는 이 사태에서 몇 가지 불만을 느꼈어요. 첫 번째는 이런 집단 떼쓰기가 통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인데(주류 경제학자인 김 교수는 자신을 마르크스주의자로 평가한 데 대해 아주 어이없어했죠), 떼를 쓰고 집단으로 항의하면 그게 먹혀요. 반동성애 진영의 인권조례 제정 방해 시도와 똑같은 사례죠. 이번 항의를 이끈 사람들은, 앞으로도 '떼쓰면 먹히는구나' 생각하고 이번 사태를 자신들의 승리로 평가할 거예요. 그런 경험을 만들어 준 것이 너무 불만스러웠습니다. 

두 번째는 몇몇 사람이 김 교수 글에 대해 "성경 읽기와 해석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과도했다고 평가한 부분인데요. 그렇다면,

  • '표준 해석'이라는 게 존재하나요? 
  •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학교와 기업에서는 뭐든지 새롭고 참신하게 보라고 교육하고, 그게 혁신적인 거라고 추켜세우죠. 얼마 전 '유퀴즈'를 보는데, 거기 나온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은 지도도 TV도 거꾸로 본다고 하던데, 이 총장에게 '선 넘은 TV 시청 방식'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나요? 왜 성경은 새로운 관점에서 상상하는 것이 '불온'하고 '과도'하다고 취급받고, 이런 폭력까지 난무하게 되는 것인지, '지켜야 할 선'이란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해석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주로 보수주의자들인데, 이런 비판이 매우 '선택적'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더 많은 학자가 이런 집단 트롤링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교인들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개인을 향한 인신공격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으면서도 '그 해석은 부적절하다'고 훈계하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 읽으며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한 침묵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전형적인 '강약약강'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예요.

한국교회에 다음 세대가 없어서 문제라고 아우성입니다. 교회학교의 위기라면서 청소년들을 교회로 데려올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죠. 그런데 이런 다양한 해석을 금기시하는 공간, 창의적인 발상이 금지된 공간, 다양한 고민을 전부 차단해 버리는 공간에 올 청소년이 있을까요? 무엇을 배우고, 토론할 수 있을까요. 그냥 교회에서 불러 주는 이야기나 달달 외우라는 것일까요?

바로 전주에 인터뷰했던 '불신자가 읽는 성경' 블로거 생각이 났습니다. 그는 성경을 아주 불온하게 읽어요. 그가 보기에, 우리가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르는 아브라함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해 아내를 누이로 속이기도 하고, 아들을 칼로 찔러 인신 공양 제사를 하려고도 하는 패륜남이죠. 꿈의 사람으로 불리는 요셉은 흉년에 먹을 게 없어 신음하는 백성들의 땅을 빼앗는 '마름'이고요. 이런 해석이 불편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성경 읽기가 우리 개신교인들에게는 '가시'가 되면 좋겠다고 해요. 결국 그 가시가 우리를 더 건강한 신앙으로 이끌 것이라는 말이죠.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의 여운이 깁니다.

"저는 익숙한 것을 무심코 당연하다 여기고 넘어가는 사람이 아닌, 가시처럼 걸려 버리고야 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무뎌지면 사람의 정신은 늙는 것 같습니다…. 웬 불경하고 버릇없는 불신자가 '여기 가시 있다'며 씩씩거리는 모습이 하찮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실 것입니다. 저는 더욱더 많은 분이 가시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다 당연하게 느껴지고 낯설지도,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다면 그건 꿈속이라는 뜻이니까요."

by 승현


[3줄 뉴스] 독자 님, 이번 주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1. 한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교회 치부를 외부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교단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아 결국 <뉴스앤조이>를 찾았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을 뵐 때마다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더 날카롭게 날을 벼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2. 엄마와 딸이 한날한시에 목사가 되었습니다. 신대원 생활도 같이 했다고 하는데요. (서로 같은 방을 쓰기도;;;) 아직은 한국교회가 여성 사역자들에게 척박한 현실이지만, 두 분의 사역이 아름답게 빛나길 응원합니다. ^^

3.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개신교인들이 국회를 찾아갔습니다. 이미 많은 시민이 한국 사회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법 제정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개신교인들은 과잉 대표된 소수 극우 진영의 선동에 국회가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4. "다양한 담론과 폭넓은 상상력으로 새로운 신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청어람ARMC 구성원들을 만났습니다. 교회와 사회의 경계에서 가나안 성도, 페미니즘, 비거니즘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안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변방은 창조 공간"이라는 말처럼, 청어람ARMC가 불러올 변화를 기대합니다. :)

5. 교회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사입니다. 처치독 편집자도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연재인데요. 아쉽게도 이 글을 끝으로 연재가 끝나요. 이재근 교수의 '20세기 세계 기독교를 만든 사람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편입니다. 


이번 달 뭐하지?

캠페인 / 참여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 행동 국민 동의 청원] 

[청어람ARMC]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뿌듯한 일상에 주목해 봐요' / 6.4~

[기독교윤리실천운동] 2021년 여름, 자발적불편운동 캠페인 슬기로운 여름나기 'OFF The Energy, MAKE The Energy'

토론 / 모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년 센터 WAY '청년 재무 상담소' 참가자 모집 

[청어람ARMC] 페미니즘 이슈 북클럽 '문학으로 페미니즘 읽기 : <2020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 6.1~

[피스모모] 청소년, 평화를 컴온잉 - '일상'편 / 6.6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연속 토론회 시즌2 '외부 시선으로 성찰하는 코로나와 한국교회' / 6.7~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보편적 사회복지 확대와 기본 소득 : 제도적 수렴은 가능한가? / 6.8

[에라스무스] 에라스무스와 함께 읽는 IVP 모던 클래식스 / 6.21~

[선교한국] '1세기 그리스도인 시리즈' 저자 로버트 뱅크스와 함께하는 Mission Book Club / 6.21

 

강좌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여민회] '여성의 눈으로 본 성서' / 6.1~6.29

[청어람ARMC] 생활문화시설 인문 프로그램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 6.1~

[피스모모] 2021 모모평화대학 여름 학기 '기후 위기와 평화 커먼즈' / 6.2~ 

[과학과신학의대화] 27회 과신대 온라인 콜로퀴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 / 6.14

[평화교회연구소] 교회가 알아야 할 평화학 '갈등의 시대, 평화를 상상하다' / 6.17~

[Somnium기독교정치사회연구소] 2021 여름 특강 '동아시아 근대성과 기독교' / 6.24~7.15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21년 온라인 강좌 '한국 기독교사와 일본' / 7.5~

 

예배 / 대회 

[선교한국] 선교한국 2021 ON다 대회 '선교적 이슈 강의' 및 '온라인 대회' / 6.16~7.15, 8.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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