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기쁨의교회를 다녔던 사람들이 신사도적 교리와 폐쇄적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용인 기쁨의교회를 다녔던 사람들이 신사도적 교리와 폐쇄적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해로운 신앙' 시리즈를 인상 깊게 읽었다는 한 독자가 3월 중순 <뉴스앤조이>에 제보를 해 왔다. 그는 한 대형 교회를 언급하며,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면 종교 중독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이 교회의 행태는 극단적 신비주의의 한 모습인 '신사도 운동'과 흡사하고, 여기에 빠져 버리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며 가족들과 불화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회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기쁨의교회(정의호 목사)다. 20여 년 전 정의호 목사가 설립했으며 성령 사역, 치유 사역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 출석 교인이 2000여 명이다. 정 목사는 기독대학인회(ESF) 대표를 역임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으나, 2014년 교단을 탈퇴하고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에 가입했다. JYM(Joyful Youth Mission)이라는 대학생 선교 단체도 만들었다.

그간 기쁨의교회가 신사도 운동을 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정의호 목사와 기쁨의교회가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적은 없다. 오히려 기쁨의교회에서는 종종 지역 교계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정 목사의 설교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CTS에서 방송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계속 성장하는 교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쁨의교회를 다니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다. 이들은 3월 21일 기자와 만나 자신과 가족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모두 한때 기쁨의교회를 다녔거나, 가족이 기쁨의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뉴스앤조이>는 이들의 증언과 각종 자료들을 취재했고, 정의호 목사와 기쁨의교회 부교역자들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정의호 목사 설교는 CTS에서 10년 넘게 송출되고 있다. CTS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정의호 목사 설교는 CTS에서 10년 넘게 송출되고 있다. CTS 유튜브 채널 갈무리
곳곳에서 드러나는 '신사도적 운동' 증거
가계저주론에, 어린이들도 천국·지옥 환상

제보자들은 정의호 목사와 기쁨의교회가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실제로는 '신사도 운동'을 해 왔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니며 정 목사나 리더들에게 들었던 내용과 교회 홈페이지에서 검색되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신사도 운동이 확실하다고 했다.

신사도 운동은 피터 와그너(Charles Peter Wagner, 1930~2016)가 정립한 것으로, 현 시대에도 '사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사도 운동은 방언·신유·축사·통변·예언 등 성령의 은사를 강조하고 극단적인 신비주의를 표방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합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에서 참여·교류 금지, 불건전 운동, 예의 주시 등 이단 규정을 받았다.

한국에는 신사도 운동과 유사하면서도 자신들은 사도직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신사도 운동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교회·단체가 많다. 이 기사에서는 '신사도 운동'과 '신사도적 운동'을 구분하려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단 전문 매체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가 쓴 <이단인가 이설인가>(예영B&P)를 참고했다.

"어떤 단체가 신사도 운동을 하는 곳인지를 따져 보려면 제일 먼저 사도직을 인정하고 통치신학, 열린 유신론, 영적 도해 등을 주장하는지 살펴야 한다. 사도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신사도 운동이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사도직을 인정하지 않으니 신사도 운동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면서도 신사도 운동이 가진 신학을 일부 차용하는 단체들이 있다. 사도를 인정하지 않아도 많은 부분 신사도 운동과 유사점이 있다면 신사도적 운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제안한다." (41쪽)

제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쁨의교회는 신사도적 운동을 하는 교회다. 신사도 운동에는 세상을 7개 영역으로 나누고 이를 정복해야 한다는 신학이 있다. △종교 △가정 △교육 △정부 △미디어 △예술과 연예 △비즈니스 등이며, '일곱 산(seven mountain)'으로 표현된다. 신사도 운동은 사탄에게 빼앗긴 일곱 산을 되찾아야 한다는 '통치신학'을 내세운다.

기쁨의교회는 '제자 훈련'을 강조하고 특히 '중보 기도'를 중요한 사역으로 여긴다. 기쁨의교회 홈페이지에는 '산지 정복 중보 기도'라는 메뉴가 있다. 여기를 보면 총 9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신사도 운동에서 주장하는 7개 영역에 '교회'와 '북한'이 추가된 형태다. 영역마다 A4 용지 2장에 달하는 구체적인 기도 내용이 적혀 있다.

가령, '미디어·언론' 영역을 보면 "방송, 신문, 인터넷에 침투되어 있는 거짓, 모함, 분리, 종교의 영(이슬람의 영, 불교의 영, 유교의 영, 힌두교의 영)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파쇄될지어다", "물질을 동원하여 방송사를 장악하려고 하는 이슬람의 악한 궤계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파쇄될지어다", "크리스천 영화감독, 작가들에게 성령의 기름 부음을 부어 주사 하나님나라와 복음을 전파하는 영화와 드라마, 작품(게임, 캐릭터)이 많이 제작되게 하여 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있다.

홈페이지에는 '효과적인 중보 기도'라는 메뉴도 있는데, 이는 △목회자 △예배 △교회를 위한 기도로 나뉘어 있다. '목회자 중보 사역'의 비전은 "종교 영역의 톱 리더로 세우셔서 한국과 열방의 교회와 영적 지도자들을 회복하여 세우는 사역", "종교 영역을 중심으로 7대 영역의 크고 견고한 산지를 정복하는 톱 리더들을 세우는 사역"이라고 적혀 있다. '목사님·사모님의 건강을 위한 기도' 중에는 "목회자 중보기도팀원 모두가 목사님의 신체 부위 중 한 부위를 맡아서 집중적으로 맡은 부위의 건강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는 내용도 있다.

기쁨의교회가 신사도 운동가나 극단적 신비주의 사역자들을 초청했다는 사실도 기쁨의교회가 신사도적 운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기쁨의교회는 10여 년 전 대표적인 신사도 운동가 신디 제이콥스(Cindy Jacobs), 랜스 월나우(Lance Wallnau), 크리스티 김(Christy Kim) 등을 초청한 바 있다. 국내 인물로는 인터콥선교회 최바울 본부장, 자칭 선교사 박성업 씨 등을 초청했다. 교회는 베니 힌(Benny Hinn)과 데이비드 오워(David Owour)의 기사나 간증 영상을 추천하기도 했다.

기쁨의교회 홈페이지에 있는 '산지 정복 중보 기도'. '교회'와 '북한'을 제외하면 신사도 운동에서 말하는 '일곱 산'과 똑같다. 기쁨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기쁨의교회 홈페이지에 있는 '산지 정복 중보 기도'. '교회'와 '북한'을 제외하면 신사도 운동에서 말하는 '일곱 산'과 똑같다. 기쁨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제보자들은 기쁨의교회에서 '가계저주론'도 심심찮게 이야기됐다고 말했다. 실제 정의호 목사는 2005년 추석 주간 설교에서 "마귀의 세력이 자기 가계에서 더 이상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그 저주를 끊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홈페이지 새 신자 소개 글에 "이제 가계에 흐르는 저주가 끊어질 것"이라고 댓글을 다는 교인들도 있었다. 작년 말까지도 기쁨의교회 예배당 내에 있는 서점에서는 전형적인 가계저주론을 다루는 책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야 산다>(베다니출판사)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회개'하는 것도 가르친 것으로 보인다. 정의호 목사는 위 설교에서 "가족들이 우상을 숭배하는 죄를 대신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주일예배 간증 영상을 보면 한 교인이 "수련회 이후 중보 기도 학교에 들어가 목회자 중보 기도와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회개 기도할 수 있는 중보 회개 기도에 대한 영의 말씀을 받고, 하나님의 손을 움직이는 중보 기도의 실제적인 훈련을 받게 됐다"고 말한다.

기쁨의교회는 교인들 간증을 중요하게 여긴다. 거의 매 주일예배에 교인들 간증 시간이 있다. 홈페이지에도 '간증'이라는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다. 대부분 다른 교회가 아닌 기쁨의교회에서 성령 체험을 하게 됐고 육체적·정신적 병 고침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교회는 한동안 <그 열매>라는 잡지를 발행해 교인들의 간증을 실었다. 여기에는 어린이들의 간증도 나오는데, 어린이들이 회개 기도하는 중 방언을 받고 천국과 지옥 환상을 봤다는 내용도 다수 실려 있다.

한 제보자는 기쁨의교회가 신사도적 운동이나 교리적으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지점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쁨의교회에서는 늘 자기 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가 이런 부분을 교인들에게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신사도적 운동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냥 인정하고 열심히 하면 될 텐데, 겉으로는 계속 아닌 척한다. 위선적이다"고 말했다.

2005년 여름 수련회를 마치고 난 후 한 어린이 간증 내용. 여러 어린이가 천국과 지옥 환상을 봤다고 나온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05년 여름 수련회를 마치고 난 후 한 어린이 간증 내용. 여러 어린이가 천국과 지옥 환상을 봤다고 나온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강압적·폐쇄적 신앙생활로 세뇌
기쁨의교회 밖은 '마귀 영역'이라 생각"

제보자들은 이런 불건전한 교리들이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강압적·폐쇄적으로 주입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쁨의교회는 5~10명 정도의 셀(소그룹)로 나뉘어 있고, 동역자-셀장-팀장-그룹장이라는 체계가 있다. 제보자들은 기쁨의교회가 정의호 목사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식 구조라고 했다. 특히 일반 교인들에게 실제로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셀장의 권력이 컸다고 했다. 셀장이 셀원들의 영적 상태를 평가하고 훈련을 강권하는 식이라고 했다.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일상생활까지 지장을 겪었다고 했다. 한 제보자는 "몸도 성치 않은 상태였는데 셀장이 계속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강요했다. 내가 준비하려 했던 일들도 훈련에 방해가 되니 내려놓으라고 했다. 거부하면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다친 것도 죄 때문이라면서 죄책감을 심었다. 너무 힘들어서 집에 와서 기절한 적도 있었다. 우울증도 왔다. 지금 돌아보면 영적 학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호 목사가 만든 기쁨의교회 <교회 생활 가이드
정의호 목사가 만든 <교회 생활 가이드>. 기쁨의교회 새 신자들은 이 책을 공부해야 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뇌당한 교인들은 지나친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제보자들은 기쁨의교회에 빠지면 모든 것을 '영적'으로 해석하게 되고, 개신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건전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무조건 전도 대상으로 보게 된다고 했다. 제보자들 중 기쁨의교회를 수년에서 10년 넘게 다닌 사람들은 자신들도 한때 이런 상태였다고 했다. 기쁨의교회 밖은 모두 마귀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 여겼고, 심지어 다른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그저 '종교의 영'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여겨 전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가족이 기쁨의교회에 오래 다닌 제보자의 경우, 그 가족 때문에 불화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가 무슨 사건만 일어나면 영적으로 해석하고, 집안에 일어나는 모든 대소사를 전도의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가족이 다른 교회를 다니거나, 목회자인 경우에도 '깨달아야 한다'며 기쁨의교회로 오라고 강권하기도 했다. 명절 때 잠깐 가족들과 만나서도 셀장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느라 한시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고 했다.

신앙생활을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쁨의교회가 있는 용인으로 이사를 가는 교인들도 흔했다고 했다. 한 제보자는 수년 전 용인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해서 가족 관계가 파탄 났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나도 완전히 기쁨의교회에 빠져 있었다. 가족이 이사를 반대했는데 나는 그걸 마귀의 계략이라고 여겨 대적 기도를 했다. 가족은 나에게 '정신병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기쁨의교회를 수년 이상 다녔던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고 나서도 정신적 어려움을 겪거나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었다. 한 제보자는 "화병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완전히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하게 된다. 내 젊은 날을 헛되게 보냈다는 생각에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가족 관계가 파국에 이르렀고 지금도 회복이 안 된다. 기쁨의교회 실상이 드러나서 나 같은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4월 6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기쁨의교회 MTC센터에서 정의호 목사와 ㅅ 부목사, ㄱ 강도사를 만났다. 만나기 전 정 목사에게 제보자들 증언과 각종 자료를 토대로 질문지를 만들어 보냈다. 이들 답변의 핵심은, 기쁨의교회는 신사도 운동과 관계가 없으며 제보자들의 피해 내용은 교회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쁨의교회 사역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다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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