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 지은 지 오래돼 보이는 건물 2~3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예장합동개혁·정서영 총회장) 총회신학 제주분원(최명석 학장)에는 11개월 만에 전도사에서 목사가 된 사람도 있었다. 제주분원에서 초단기로 과정을 마치고 예장합동개혁 제주중앙노회에서 전도사·강도사·목사가 된 것이다.

ㅂ 목사는 제주분원을 다니던 2016년 5월 제주중앙노회에서 전도사 자격을 취득했다. 2016년 10월 강도사 인허를 받았고, 2017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전도사에서 강도사를 거쳐 목사가 되기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는 교단 규정과 학칙에도 맞지 않다. 예장합동개혁 강도사 고시 자격은 전도사 취득 후 1년이고, 목사 고시 자격은 강도사 인허 후 1년이 지난 신대원 졸업자 및 예정자이다. 학칙에는 수강 기간이 신학부 4년, 신학연구원 3년으로 나와 있다. 전도사 고시 자격이 학부 3학년 1학기 학생인 것을 고려하면, ㅂ 목사는 최소 5년(남은 학부 2년 + 신학연구원 3년)이 걸리는 과정을 11개월 만에 마친 셈이다.

제주분원을 다니다 나온 A는 "일주일에 이틀 4시간씩 수업했다. 방학에도 쉬지 않고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1년에 4학기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런 식이면 3년 반 만에 학부와 신학연구원 과정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ㅂ 목사의 경우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제주분원 복도에 걸려 있는 과정 소개 현수막. 학칙에는 신학연구원 3년, 목회연구원 2년으로 돼 있는데, 현수막에는 신학연구원·목회연구원 모두 2년(4학기) 과정으로 나와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게다가 ㅂ 목사는 지난해부터 제주분원에서 실천신학 교수를 맡고 있다. 제주분원 홈페이지를 보면 교수는 총 9명이다. 이 중 예장합동개혁 소속 목사는 학장 최명석 목사를 포함해 4명인데, ㅂ 목사처럼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교수가 된 사람이 또 있다. ㅇ 목사는 2016년 제주중앙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2018년 제주분원 교수가 됐다.

제주중앙노회 임원 자격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목사 임직 2년 만에 교수가 된 ㅇ 목사는 2018년 제주중앙노회 회계도 맡았다. 또 다른 ㅇ 목사도 2017년 교회 개척 후 2018년부터 회록서기 등을 맡았다. 노회가 2013년 10월 결의한 임원 자격을 보면, 회계·회록서기는 임직 후 5년 이상 및 담임목사 3년 이상 경력을 요구한다.

A는 기자에게 최명석 목사가 노회와 신학원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2008년 예장합동개혁 제주분원을, 2010년 제주중앙노회를 세웠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학장 및 노회장을 맡고 있다. 2019년 기준 노회 소속 담임목사가 10명이고 이들 대부분이 제주분원에서 신학을 시작해 교회를 개척한 사실을 보면, 사실상 최 목사가 제주분원과 제주중앙노회를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분원 홈페이지에서 ㅂ 목사(빨간색 표시)가 전도사·강도사·목사 자격을 취득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ㅂ 목사는 2016년 5월 2일 전도사, 같은 해 10월 8일 강도사, 이듬해 4월 8일 목사가 됐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분원 홈페이지에서 ㅂ 목사(빨간색 표시)가 전도사·강도사·목사 자격을 취득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ㅂ 목사는 2016년 5월 2일 전도사, 같은 해 10월 8일 강도사, 이듬해 4월 8일 목사가 됐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 홈페이지 갈무리

규정을 어긴 게 명백한데도 최명석 목사는 1월 26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교단 헌법에 맞지 않는 일은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교회를 개척하면 목사 안수를 준다. ㅂ 목사나 ㅇ 목사 모두 교회를 개척했기 때문에 목사 안수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중앙노회는 2013년 10월, 교회를 개척하는 강도사에게 목사 고시 자격을 부여한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강도사 인허 후 1년'이라는 규정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ㅂ 목사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최 목사는 "우리 교단 전도사-강도사-목사가 되는 기간이 짧아 그간 교계에서 많이 비판받았다. 나도 총회장 정서영 목사에게 이건 옳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50·60·70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공부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육사가 있으면 3사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 임직 후 2~3년 만에 신학원 교수가 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최명석 목사는 "그분들은 교단에서 운영하는 최고위 과정 2년을 마친 뒤 교수가 된 것이다. 이건 교단 내에서 하는 일이니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제주분원 홈페이지에 나오는 교수는 총 9명이다. ㅂ 목사(빨간색 표시)는 목사가 된 지 3년 만에, ㅇ 목사(파란색 표시)는 목사가 된 지 2년 만에 교수가 됐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분원 홈페이지에 나오는 교수는 총 9명이다. ㅂ 목사(빨간색 표시)는 목사가 된 지 3년 만에, ㅇ 목사(파란색 표시)는 목사가 된 지 2년 만에 교수가 됐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신학 제주분원 홈페이지 갈무리

11개월 만에 전도사에서 목사가 된 ㅂ 목사 역시, 자신은 교회를 세웠기 때문에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1년이든 6개월이든 원칙을 가지고 했다. 종종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하는데 다 규정에 의해서 했다"며 "내가 신앙생활 20년이 넘었다. (목사 안수는) 신앙 연조도 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주는 것이지 공부 기간만 따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목사 임직 후 3년 만에 제주분원 교수가 된 것에 대해서는 "나는 법학 박사다. 다른 대학에서도 강의하는데 신학교에서 강의하지 말라는 법 없다. 누가 토를 다나. 내가 강의 실력이 없나, 지식이 없나"라고 되물었다. 법학과 신학은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법학을 했으면 기본적으로 교양은 다 돼 있는 거 아닌가"라고 답했다.

목사 임직 2년 만에 신학원 교수 및 노회 임원이 된 ㅇ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뭐가 문제인가"라며 불쾌감을 표하고 취재를 거부했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장 정서영 목사는 "우리 교단은 기본적으로 분원은 자체 운영하게 돼 있다. 총회에서 직접 지시하는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제주중앙노회와 제주분원의 초단기 목사 안수 및 교수 임용에 대해 묻자, 정 목사는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이때까지 교단에 그런 일은 없었다. 문제가 총회에 접수되면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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