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며칠 전 포털에서 "'여기 천국 아닌가요?'…뉴질랜드 현재 상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뉴질랜드가 강력한 봉쇄 조치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고, 현재 그곳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수가 "부럽다"는 댓글을 남겼는데, 그중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거긴 교회가 없나 보네!"

코로나19 발발 이후 교회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모이지 말라고 하는데도 문제없다는 듯 모였고, 교회를 통해 코로나19가 퍼져 나갔다. 교회는 코로나19 확산의 주요인이 됐다. 해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건 없다.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교계 지도자들은 전혀 맥을 못 짚고 있는 듯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강석 총회장, 예장통합 신정호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 등 교계 지도자들이 1월 7일 정세균 총리를 만났다. 교회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으니 대책을 마련하고, 최근 들어 대면 예배를 강행한 교회들을 지도·감독하겠다고 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이들은 종교 시설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현행대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항의했다. 좌석 기준 200석 미만일 경우에만 20명, 200석 이상인 경우에는 전체 인원의 10%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조정해 달라고 했다. 예배당 규모가 클수록 대면 예배 인원을 늘려 달라는 취지다. 또, 교회발 확진자는 정부 방침을 거부하는 교회에서 주로 확산하는 것이지, 방역을 철저히 하는 교회에서는 확진자 발생이 극히 적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면 예배를 갈급해하는 교회들의 애타는 심정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만 해도 인터콥선교회(최바울 대표) BTJ열방센터를 중심으로 한 N차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고, 지역 교회에서도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퍼지고 있다. 교계 지도자로서 이에 따른 도의적 사과나 유감을 표해도 모자랄 판에 예배 인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으니, 정부 입장에서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 정세균 총리 측의 답변만 봐도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총리 측은 확진자 발생 장소로 교회가 가장 많고, 현재 가족 모임도 5인 이상 제한하는 상황에서 예배 인원 조치는 해제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총리 측의 '팩폭'에 교계 지도자들은 대부분 교회는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반복할 때마다 개신교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 되어야 하는지 저들에게 묻고 싶다. 하물며 개신교인이기도 한 정 총리의 마음은 어땠을까 싶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교회도 참고 견디겠다", "정치 이념 앞세워 대면 예배 강행하려는 교회들을 설득해 보겠다", "거리 두기 캠페인에 전격 동참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나마 같은 신앙인으로서 면이 서지 않았을까.

교회는 주요 집단감염지 중 하나다. 통계가 말하고 있다. 언론이 소수 사례만 가지고 교회를 두들긴다거나, 다수 교회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교계 지도자들처럼 분간 없는 요구를 할 바에야, 차라리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납작 엎드려서 정책을 따르는 게 낫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대다수 시민은 어떻게 해서든 방역 정책에 발을 맞추기 위해 외출·모임을 삼가고 있고, 하루빨리 평범한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 같이 힘든 상황에서 계속 교회만 예외로 했다가는 이기적 집단으로 남을 것이다. 가만있는 신앙인은 계속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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