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수진사 전경. 10월 14일 한 개신교인이 불을 놓아 전각 한 동이 전소했다. 수진사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수진사 전경. 10월 14일 한 개신교인이 불을 놓아 전각 한 동이 전소했다. 수진사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땅 밟기, 훼불, 방화 등 타 종교를 향한 일부 개신교인의 폭력 행위는 잊을 만하면 등장해 사회를 경악하게 한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11월 2일 성명을 발표해, 10월 14일 개신교인의 방화 범죄로 경기 남양주 소재 수진사 전각 한 동이 전소한 사건을 언급하며 개신교계를 향해 사찰 방화, 불상 훼손 등 폭력 행위를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수진사 방화 사건 범인은 자신을 개신교인이라고 밝혔다. 범인은 범행 이전부터 사찰을 드나들며 성경 구절을 외우거나 "하나님 믿으세요", "할렐루야"라고 외치고, 사찰 현수막에 불을 붙이는 등 폭력 행위로 법회 진행을 방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경찰 조사에서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진술하며 시종일관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고 한다. 2016년 한 개신교인이 김천황금성당 성모상과 개운사 불상을 훼손한 사건과 유사하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성명에서 "불교계는 그동안 한없는 연민과 자비심으로 인내해 왔으나,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고통을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태도로 폭력 행위를 반복해 온 개신교인의 행태를 비판하며 "개신교는 폭력과 방화를 양산하는 종교가 아닌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라"고 촉구했다. 개신교계 지도자와 목회자들에게 "신자들의 이 같은 반사회적 폭력 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해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하라"며 책임 있는 대응을 요청했다.

공권력을 향해서도 사회 화합에 앞장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검찰에 "특정 종교의 이러한 불법적·반사회적 행위를 언제까지 방치하고 관망만 할 것인가. 사회 화합을 저해하는 폭력 행위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와 정부에는 "우리 사회는 나이·성별·직업·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증오를 키우고 있다"며 "반사회적 폭력·방화·위협 등에 대해 엄벌하고 증오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11월 3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성명에 대한 개신교계 입장을 듣기 위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김태영·류정호·문수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에 연락했다.

한교총 관계자는 분명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불교계 한 종단의 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에 개신교계 연합 기구 한교총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상대국 외교부장관 요청을 대통령이 답하지는 않지 않나.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다면 대응하겠지만, 종교평화위원회 입장은 조계종 전체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회협 종교간대화위원회(이정호 위원장)는 3일 입장문을 발표해, 피해를 본 수진사와 모든 불자, 인근 지역 주민에게 사과했다.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돼야 한다"며 "'신앙'을 명분 삼아 이런 행동을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이 아니다"고 했다.

위원회는 "한국 기독교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조건 없이 열린 교회가 되도록 신앙의 표현 행태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방화자의 광신적·배타적 신앙 행태를 평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아래는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성명서, 교회협 종교간대화위원회 입장문 전문.

남양주 수진사 방화 관련 종교평화위원회 성명서

개신교인에 의해 자행되는 사찰 방화를 근절하라.

지난 10월 14일 발생한 남양주 소재 수진사 전각 전소 화재가 개신교 신자에 의한 방화로 밝혀져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방화한 기독교 신자는 '신의 계시'라고 주장하였고, 과거에도 사찰 현수막에 수시로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는 등 훼불 폭력 행위를 반복하였다고 한다.

개신교는 폭력과 방화를 양산하는 종교가 아닌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라.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개신교인에 인한 방화 피해는 문화재를 보유한 부산 범어사, 여수 향일암 같은 천년 고찰은 물론 다수의 사찰에서 발생하였고, 불상 훼손 또한 멈춤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

개신교단의 지도자와 목회자들은 개신교 신자들의 이 같은 반사회적인 폭력 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하여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공공 기관에서의 성시화 운동, 개신교인의 사찰 땅 밟기, 군대·경찰·법원에서의 정교분리 위배, 방송 언론에 의한 종교 편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종교 차별과 편향이 21세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사회 화합에 앞장서라.

공권력은 특정 종교의 이러한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각종 행위를 언제까지 방치하고 관망만 할 것인가?

경찰과 검찰은 사찰 방화를 정신이상이 있는 개인의 소행으로 치부하지 말고 해당 교인이 소속된 교단에서 이와 같은 폭력 행위를 사주하거나 독려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하여 이러한 사회 화합을 저해하는 폭력 행위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라.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사회 화합에 앞장서라.

사회 공동체의 안정과 종교 간의 평화를 위해 그동안 한없는 연민과 자비심으로 인내해 온 불교계는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고통을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나이·성별·지역·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증오를 키우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온라인과 공공 기관에서의 종교 차별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통계로 보여 주고 있다.

이에 국회와 정부는 방관하지 말고 반사회적인 폭력·방화·위협 등에 대해서 엄벌하고 증오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11월 2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심

남양주시 수진사 방화 사건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에서 발생한 화재가 기독교 신자의 고의적인 방화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화재로 여러모로 피해를 입은 수진사와 모든 불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진사 인근에 거주하고 계시는 지역 주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도 사과드립니다.

수진사는 천마산 도립공원 초입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와 노인 요양원 등이 인접해 있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화재였습니다.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방화의 찰나, 그 손으로 주변의 복지시설과 많은 주거 시설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게 한 맹신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이 아닙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닙니다.

지배와 착취, 독점과 사유화의 삶에 몰입했던 인류는 지금 대전환의 기로 위에 서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와 세계 도처에서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배타적으로 앞세운 독선과 오만이 이웃의 생각과 신앙을 혐오하는 끔찍한 테러 행위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종교 간에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코로나19 확산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므로 발생한 생태 위기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온 인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분쟁의 중심에 종교가 있다는 불편한 현실과 함께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해 종교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빚진 마음이 커지는 이때, 기독교 신자에 의한 수진사 화재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범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종교적 상징에 대한 방화나 훼손 사건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것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합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데 기초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조건 없이 열린 교회가 되도록 우리 자신들의 신앙의 표현 행태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수진사 방화자의 광신적이며 배타적인 신앙 행태를 평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모든 불자께, 인근 지역 주민들께, 그리고 관련 당국에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11월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이정호

한교총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수진사 방화 사건은) 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깊은 유감이다. 종교 간 평화를 해치는 폭력적 행동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등을 유발하는 행동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전해 왔다. (2020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현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