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독서 캠페인 '탐구생활'(탐독하고 구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에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아래 내용은 평자가 책을 읽고 주관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각 평자의 추천 지수는 '★(글쎄요) / ★★(좋아요) / ★★★(아주 좋아요)'로 표기합니다.
<바보> / 엔도 슈사쿠 지음 / 김승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 360쪽 / 1만 5000원
<바보> / 엔도 슈사쿠 지음 / 김승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 360쪽 / 1만 5000원

정다운 번역가

얼마간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실제로 엔도 본인도 동화 같은 소설을 쓰려 했다고 한다.) 비현실적으로 선한 사람과 누군가를 미워하는 나쁜 사람이 등장하는 그런 뻔한 구도. 그러나 보통의 동화와 달리, 선한 주인공은 갖은 고생 끝에 웃게 되는 것이 아니라 끝내 더 많이 울게 된다. 그 선한 눈물은 차가운 세상에 온기를 더한다. 그러니까, 제목과 저자에서 예상할 수 있듯 <바보>는 전형적인 '유로지비'(바보 성자) 이야기다. 런던의 패딩턴이나 페테르부르크의 미쉬킨 공작이, 이번에는 신주쿠 어두운 거리에 나타난 것. 인간의 선한 가능성을 냉소할 이유가 충분하고, 세상은 점점 더 그렇게 되어 가는 듯 하지만, 놀랍게도 기독교 문학은 선한 바보들, 이 바보 성자에 관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 그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사랑에 깊이 위로받았다. 서울 어느 밤거리에서 가장 가여운 이들 곁에 있을 그 바보 성자를 우리도, 우리의 문학도 어느 날엔가는 이야기로 만나게 되기를.

한 줄 평: 신주쿠 밤거리를 밝히는 (밝은 웃음보다 강력한) 어둠 속 밝은 눈물에 관하여.

추천 지수: ★★★(아주 좋아요)

개봉동박목사

엔도 슈사쿠는 작품마다 특유의 내적 번뇌와 묵직한 질문을 담아 둔다. 나는 그 질문에 많이 흔들린 편이다. 신앙의 중요한 고비를 지날 때마다 <침묵>을 뒤적였고, 엔도 슈사쿠의 다른 작품이나 그를 해설하는 책과 글도 제법 챙겨 보았다. 나에게 그는 한 사람의 위대한 소설가라기보다, 신앙의 선배이며 예언자 같은 존재였다. 이 책 역시 "속는다고 해도 믿자. 믿기 위해 오지 않았느냐"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예수가 과연 왜 왔는지, 누구와 함께 살았는지, 어디로 갔으며 지금 어디에 있을지 등 여러 물음을 남긴다. 하지만 '바보 예수'라는 클리셰는 무척이나 진부하고, 사건 전개가 너무 빨라 개연성이 잘 읽히지 않고, 캐릭터들은 매우 전형적이다. '가톨릭 작가'라는 신앙적 맥락이 문학성을 지나치게 압도하는 느낌이다. 1959년 작품임을 이해하고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내가 엔도 슈사쿠 작품을 이미 많이 읽은 탓인가 싶기도 하다. 엔도 슈사쿠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침묵>을 읽어야지 이 책부터 읽을 이유가 없고, <침묵>을 읽고 보면 이 책은 아쉬움이 크다.

한 줄 평: 소설을 읽는데 자꾸 '예수'가 읽히는 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추천 지수: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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