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대 노조는 임금체계 변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세대 노조는 임금체계 변경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아내 김성혜 총장은 한세대학교를 19년째 이끌고 있다. 2001년 처음 총장에 올랐고, 5차례나 총장 연임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했다. 재임 도중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원한 선교비 유용학교 재산 사유화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세대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영훈 대표총회장) 교단이 세운 학교다. 순복음신학교로 출발해 1997년 한세대로 이름을 바꾸고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학생·교직원은 4000명 정도 된다.

조용하던 학교에 잡음이 일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다. 그동안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을 받아 온 교직원들은 학교 측에 월급 인상과 임금체계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2018년 7월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세대지부(노조)를 설립했다. 노조는 연봉제로 시행해 오던 직원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바꾸고, 2014년부터 동결해 온 임금도 올려 달라고 했다. 노조와 학교 측은 15차례 교섭 끝에, 2019년 11월 4일 호봉제 전환 등을 약속했다.

합의는 3일 만에 파기됐다. 서명식을 하기로 한 날 김성혜 총장이 학교 측 교섭위원을 전원 교체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외부인을 교섭위원으로 앉혀 재협상을 시도했다. 이후 양측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 왔고, 노조는 올해 3월 16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기존 임금체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6월 1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존 임금체계는 말만 연봉제다. 김성혜 총장에게 잘 보이는 사람은 더 받고, 밉보인 사람은 덜 받는 구조다. 심지어 직급이 같아도 연봉이 두 배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호봉제를 요구하는 건데, 학교 측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사 행정 업무를 위해 5월 8일 복귀한 노조를 소송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지부장 등을 포함한 노조원 일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노조 관계자는 "학교 측은 앞에서는 대화하자고 하더니 뒤로는 조합원을 고소했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학교 행정에 문제의식을 느껴 온 일부 교수도 5월 교수노동조합 지회를 설립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와 교수노조는 매일 한세대와 군포시청 앞에서 학내 문제 해결을 위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일요일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학내 문제를 알리고 있다.

아들도 작년 5월 학교법인 이사 합류
노조 "총장 대신 아들 이사가 학교 운영"
교단 "특정인이 20년간 총장 맡아,
총회 차원서 조사할 것"

노조와 교수노조는 세습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성혜 총장 막내아들 조승제 이사가 학교 측 관계자로 적극 나서는 점을 문제 삼았다. 조 이사는 지난해 5월 학교법인 이사에 선임됐다. 현재 한세대 법인 이사는 9명인데, 김성혜 총장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김성혜 총장은 건강상 이유로 7개월째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교수노조 관계자는 "총장이 없어서 그런지 학교 측 교섭위원들이 조승제 이사에게 보고하더라. 김성혜 총장을 대신해 아들이 대신 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래 교섭은 이사와 총장이 아니라 이사장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총장 아들이 노사문제에 적극 나서면서 학교는 술렁이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대형 교회 세습 문제로 시끄러운데, 우리 학교도 세습 의혹이 일어 부끄럽다. 학교 안에서는 아들이 차기 총장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종교 사립대학이면 더욱 투명하고 깨끗하게 운영해야 한다. 만약 소문대로 세습 경영으로 간다면 총학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분규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조는 기하성 교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성혜 총장이 아들에게 세습하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노사분규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조는 기하성 교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성혜 총장이 아들에게 세습하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백화기 이사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의혹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백 이사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조승제 이사가 앞에 서서 (노조와) 대화를 주로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조 이사는 나와도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아들에게 학교를 물려주려는 움직임이 아니냐고 묻자, 백 이사장은 "그런 건 아니다.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니 같이 대화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임금과 관련해서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백 이사장은 "노조는 임금을 대폭 올리자는 등 몇 가지 안을 제시했다. 금액이 상당히 크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그대로 올리기가 어렵다. 6년간 안 올린 금액을 한꺼번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를 고소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백 이사장은 "그쪽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고소를 하니까 (조 이사가) 맞대응하는 것 같다. 시간이 가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확히 따지면 7년간 직원 임금이 동결됐다. 해마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그대로여서 생활하기에 벅차다. 우리는 15% 임금 인상을 원하는데, 요구안이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인근 지역 기독교 학교들보다 임금이 낮다"고 주장했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한세대 노조와 교수노조, 총학생회는 교단에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다. 기하성 정동균 총회장은 기자를 만나 "교단 소속 학교를 특정인이 20년 가까이 끌어온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내부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해 온 만큼 총회 차원에서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조승제 이사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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