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한세대, 다른 한 손엔 베데스다대'. 조용기 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미국 베데스다대학교 이사장(한세대 총장)을 두고 쏟아진 세간의 말이다. 지난 9월 12일 김 총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의 선교 지원금을 가져다 베데스다대학교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개인 용도로 소비한 혐의(특가법상 횡령)와 한세대 명의로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외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베데스다대학교 전임 총장 2명과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 김 아무개 장로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번 고발 이전부터 베데스다대의 부동산 구입 내역은 언론과 교회 안팎에서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 <국민일보>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가 2011년 발행한 특보 5호는 '美 베데스다대학 220억 부동산 어떻게 구입했나'는 제목으로 베데스다대를 통한 김 총장의 재산 국외 도피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비리 삼부자'라는 오명을 쓴 조용기 목사 일가의 안주인이자, 여의도순복음교회 목회자를 배출하는 두 곳의 대학에서 총장과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성혜 총장. 김 총장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경력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토지 매매와 빌딩 건설 과정에 대한 투기 의혹으로 <국민일보> 노동조합 측으로부터 2011년 4월 특가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뒤 증거 불충분(공소시효만료)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조용기 기념관 건립 기금' 100억 원을 유용해 부동산 투기에 사용했다는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선교 지원금으로 베데스다대를 통해 김 총장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검찰 고발 내용을 토대로 11월 중순께 LA 현지를 방문해 취재에 나섰다. 미 국세청(IRS) 세금 보고서(Form990), 부동산 관련 서류,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 자료 등을 입수해 고발 내용의 실체를 추적해 봤다.(관련 기사 : 부동산을 사랑한 총장님, 모든 돈은 여의도에서 나온다

▲ 조용기 목사와 김성혜 총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세대와 베데스다대를 오가며 영향력을 발휘해 온 김성혜 총장(베데스다대 이사장). 김 총장이 고발당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여의도순복교회가 베데스다대에 매년 20억 원가량 해외 선교비 명목으로 송금한 돈을 목적 이외의 곳에 사용했다는 것과, 본인이 총장으로 있는 한세대 명의로 베데스다대 소유의 단독 주택을 구입하면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교회가 베데스다대에 해외 선교비 명목으로 송금한 돈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약 135억 원에 이른다. 100억 원 이상의 거액이 해외 선교비 명목으로 미국 법인인 베데스다대에 넘어갔지만, 용처에 대해서는 언론과 교회 안팎에서 의혹만 제기됐을 뿐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에 송금한 해외 선교비는 2007년까지 부동산 거래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55억 원(미화 약 55만 달러)를 제외하면, △정기적으로 송금해 온 돈 50억 원 △직업 간호사 양성 과정인 LVN(Licensed Vocational Nurses) 프로그램을 인수해야 한다며 받은 10억 원 △2009년 한세대에 이관한 해외 선교비를 2010년 12월 다시 대체 출금 형식으로 받은 20억 원이다.

부동산 거래를 빼도 약 80억 원의 해외 선교비가 남는다. 부동산 거래를 제외한 이 돈은 과연 목적에 맞게 쓰였을까. <미주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80억 원의 행방에 대한 의혹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 LVN 프로그램 인수를 위해 베데스다대가 LVN 프로그램 관계자들과 맺은 양해 각서. 6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되어 있다. (미주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간호학과 인수 비용 10억 원은 '거짓말'?

이민 사회에서 간호사는 이민자들에게 인기 직업으로 통한다. 안정적인 수입으로 특히 이민자들에게 환영받는 직업이다. 오죽하면 '아내가 간호사다'는 식의 말은 목회자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생활로 부러움을 사게 만든다고 한다.

LVN 프로그램의 일반적인 등록금은 1인당 2만~3만 달러. 소규모 대학이 난립한 미주 사회에서는 LVN은 '밀리언 달러 프로그램'이라고 불린다.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규 허가는 물론 신입생 모집을 위한 주 정부의 자격 조건도 까다롭다.

2009년 11월 김성혜 베데스다대 이사장은 LVN 프로그램 인수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존 스테츠 당시 총장의 서명이 있는 요청서를 보낸다. 요청 금액은 10억 원. 베데스다대 현직 관계자에 따르면, LVN 프로그램을 신설하지 않고 타 학교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인수하려 한 이유는 돈이 많이 들고, 절차상 여러모로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5년 맺은 자금 조달 계약을 근거로 LVN 프로그램 인수를 위한 돈 10억 원을 2009년 11월 베데스다대 은행 계좌로 송금한다.

<미주뉴스앤조이>는 각종 자료를 입수해 검증에 나선 결과, LVN 프로그램 인수 목적으로 지원받은 10억 원이 프로그램 인수에 사용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과, 인수한 LVN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 김성혜 총장이 이사장으로 표시된 LVN 프로그램 인수 요청서. 존 스테츠 전 총장의 사인이 요청서 하단에 작게 보인다. (미주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2009년 9월 당시 베데스다대 총장이었던 존 스테츠(John Stetz)와 스텐톤대학교의 간호 학교 CEO인 빌 시페를리(Bill Shifferli)는 LVN 프로그램 구입 계약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한다. 베데스다대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명 당사자는 존 스테츠 전 총장이었지만, LVN 프로그램 인수를 주도한 이는 김성혜 총장의 측근으로 불리던 전 베데스다대 기획실 박 모 과장이었다.

이 양해 각서에 따르면 LVN 프로그램의 구입 가격은 60만 달러(한화 약 6억 원). 간호 교육을 받던 학생 66명을 비롯한 각종 자료 및 프로그램과 연관된 기자재 등 전체를 넘기는 조건이다. 두 당사자들은 2009년 9월 30만 달러를 지불하고 2010년 1월 전까지 나머지 3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하고 서명한다.

양해 각서에 등장한 60만 달러의 LVN 프로그램 인수 비용은 베데스다대에서 요청한 10억 원(미화 약 100만 달러)과 약 3억 원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양해 각서에 따라 LVN 프로그램 매각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약 3억 원을 부풀린 셈이다. 문제는 60만 달러에 LVN 프로그램을 인수하기로 한 양해 각서 계약 내용이 당시 신고된 미 국세청 자료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미 국세청에 베데스다대가 신고한 세금 보고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베데스다대가 LVN 지출로 신고한 비용은 약 20만 달러(한화 약 2억 원)다. 또 LVN 프로그램과 관련해 등록한 자산의 가치는 4000달러(한화 약 400만 원) 정도다. 베데스다대 LVN 프로그램 관계자 역시 "당시 인수 금액이 20만 달러 정도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 베데스다대가 미 국세청에 신고한 LVN 프로그램 관련 지출은 약 20만 달러 정도다. 사진은 2010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베데스다대가 신고한 지출 내역 중 LVN 관련 항목. (미주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LVN 프로그램 관련 지출로 신고된 금액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베데스다대로 LVN 프로그램 인수 요청을 받아 송금한 돈 중 일부냐는 점 역시 불확실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에 LVN 프로그램 인수를 위한 돈 10억 원, 당시 환율로 미화 약 84만 달러를 송금한 날은 2009년 11월 2일이다. 해당 기간의 미 국세청 자료를 보면, 베데스다대가 '기부금' 명목으로 신고한 금액은 1년 동안 약 60만 달러뿐이다.

LVN 프로그램을 둘러싼 의문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취재 과정에서 LVN 프로그램 인수 금액에 대한 의혹뿐만 아니라, LVN 프로그램 인수 과정과 프로그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사기 당한 셈이다"

김성혜 총장은 2012년 9월 <미주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는 간호 보조사 프로그램이 연방 인가를 획득했다"며 베데스다대가 신학 외에도 간호학 등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미국 한인 대학 중에서도 간호사 양성 프로그램을 유치한 학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가를 얻은'이라는 말에는 '규모 있는 정규 대학교'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는 셈이다.

<미주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베데스다대가 운영하고 있는 LVN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인수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임시 허가'(Provisional Approval)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임시 허가 상태는 신입생을 받을 수 없는 LVN 프로그램을 뜻한다.

LVN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는 관계 당국의 위원회(The Board of Vocational Nursing and Psychiatric Technicians) 감사 자료에 따르면, 베데스다대는 위원회 측에 통보 없이 무단으로 LVN 프로그램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인수 이후 학생들의 시험 통과 비율이 캘리포니아 주 전체 평균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베데스다대학교 LVN 프로그램 관계자는 <미주뉴스앤조이>와 만난 자리에서 "LVN 프로그램은 인수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사기를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LVN 프로그램 운영권을 갖고 있던 현지인 CEO와 한인 관계자, 그리고 당시 프로그램 인수를 책임진 베데스다대 관계자가 LVN 프로그램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베데스다대학교가 LVN 프로그램으로 얻은 수익은 없다. 오히려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베데스다대는 매각 전 LVN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법정 분쟁이 벌어져 그 비용까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LVN 프로그램 인수 과정처럼, 2005년 맺은 선교 명목의 자금 조달 계약을 근거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보낸 돈의 용처에 '물음표'가 찍히는 지점은 더 있다.

장학금 등 교육 목적엔 7년 동안 '9억'…인건비는 한 해 10억 원 '껑충'

베데스다대는 2008년 이후 부동산 구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 프로그램 인수 목적으로 받은 10억 원 역시 제 목적에 쓰이지 않았을 의혹이 짙은 상황에서 베데스다대는 부동산 거래에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55억 원을 뺀 나머지 선교비 약 80억 원을 어디에 썼을까.

베데스다대 현재 재정 상황은 어떨까. 2007년 7월부터 2012년까지 6월까지 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베데스다대는 등록금과 기숙사비 명목으로 매년 평균 약 200만 달러 상당의 수입을 신고했다. 약 200여 명의 풀타임 학생들이 매년 각 1만 달러 정로의 학비를 내고 있는 셈이다. 현직 관계자는 '등록금 등 수입을 통해 학교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서울(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학교 지원을 안 해 줘 운영이 힘들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초 해외 선교비 계약 이유가 됐던, '교육·장학금·워크숍' 등 항목의 지출은 얼마나 될까. 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 135억 원의 선교비를 지원받은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약 7년 동안 베데스다대는 장학금·교육 보조(Teaching Assistance) 명목으로 약 86만 달러(한화 약 9억 원)를 썼고, 컨퍼런스(Conference) 등 명목으로 약 2만 6000달러(한화 약 2700만 원)을 썼다. 전체 선교비의 10%도 되지 않는다.

▲ 미 국세청에 베데스다대가 신고한 임금 관련 내역. (미주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 기간 동안 늘어난 지출은 따로 있다. 바로 직원들에 대한 임금(wages)다. 베데스다대에서 인건비는 전체 지출에서 단일 항목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베데스다대는 2008년 7월에서 2009년 6월까지 1년 동안 약 66만 달러를 인건비로 신고했다. 이 기간 동안 유급 직원에 해당하는 직원 수는 55명이다.

그런데 다음 해(2009년 7월~2010년 6월) 갑자기 베데스다대가 신고한 인건비는 약 2배 증가한다. 이 기간 베데스다대가 신고한 인건비는 120만 달러다. 직원 수는 5명이 늘어난 60명이었다. 이 기간 베데스다대가 신고한 장학금 비용은 약 14만 달러다.

몇 안 되는 직원의 임금을 늘리기 위해 허위 신고했거나, 지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허위 신고했다는 의혹이 생기는 지점이다. 베데스다대 전 관계자는 "학교 직원은 20명 정도고 조교 등을 포함하면 3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베데스다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는 학교 교수진 등 관계자는 20명 안팎이다.

문제는 선교비 지원이 계속된 2008년 이후, 베데스다대에서 늘어난 지출은 인건비나 대출 이자뿐이라는 점이다. 베데스다대가 신고한 현금 보유량 역시 크게 늘거나 줄지 않았다. 결국 돈을 계속 들어가지만 제대로 쓰이고 있는 곳은 없는 셈이다. '교회 재산을 해외로 반출해 사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 선교비 사용처에 대한 의문은 베데스다대 이사장 김성혜 씨가 총장으로 있는 한세대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한세대는 2009년 베데스다대로 가야 할 해외 선교비 20억 원을 이관받고, 베데스다대는 이듬해 한세대에 이관한 돈 20억 원을 대체 출금 명목으로 교회로부터 받은 정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2009년 6월 베데스다대 소유의 단독 주택이 한세대에 약 70만 달러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한세대와 35만 달러의 대출을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확한 매각 대금이 한국 외환 당국은 물론, 미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발견됐다. 단독 주택 매각 당시 베데스다대 총장은 조용기 목사의 삼남 조승제 씨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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