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에 있는 들녘교회와 서울 향린교회는 가족이죠”

녹색교회로 선정된 향린교회(목사 조헌정)는 김제 들녘교회(목사 이세우)와 17년 지기다. 처음 우정을 맺은 것은 홍근수 목사가 담임으로 있던 1994년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서재일 목사)가 도시와 농촌 교회가 자매결연해 협력하라고 했고, 그때 향린교회와 들녘교회가 인연을 맺었다.

 

향린교회 생명환경위원회 총무 정수미 집사는 “도농 간 직거래는 누구는 돕고 누구는 도움을 받는 게 아니고 서로 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현재 향린교회는 들녘교회가 친환경농법으로 생산하는 쌀 전체를 구입하고 있다. 수익금은 전부 들녘교회 사례금으로 보낸다. 수확 철에는 들녘교회 교인들이 심은 고추와 마늘, 배추, 잡곡류, 들기름 등도 구입한다. 들녘 공부방을 후원하기 위해 공부방 후원 기금을 보내고 향린이 발간한 국악찬송가를 들녘에도 보급했다.

잡풀이 자랄 즈음인 매년 6월이면 청년신도회, 남전도회가 들녘교회에 농활을 간다. 올해도 6월 마지막 주와 7월 첫 주에 농활을 다녀올 계획이다. 친환경농법에서는 제초제를 안 뿌리기 때문에 제 때 풀을 뽑아야 한다. 들녘 교회 교인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농사를 돕고 교회의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할 일꾼이 필요하다. 그 일부분을 향린교회가 담당한다.

 

농사도 중요하지만 가서 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들녘교회 청소년들이 서울에 오거나, 향린교회 청소년들이 김제에 가서 교류도 하고 같이 촛불 집회도 참여했다. 들녘교회 노인들을 서울 향린교회 교인 집에 초대하기도 했다.  

정수미 집사는 “농활을 다녀오면 막연하게 느끼던 농촌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된다. 들녘교회 어른들의 얼굴을 보고 정이 들면 식구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들녘에 다녀오면 하나라도 더 팔아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향린교회는 지난 2008년부터 교회에서 들녘 쌀로 밥을 짓는다. 들녘 쌀이 유기농이라 비싸다고 못 먹었던 사람도 교회에서 먹을 수 있다. 봉사부 예산이 늘었지만 교회 목회운영위원회가 이를 통과했고 봉사위원회가 받아들였다. 지금은 들녘교회에서 생산하는 쌀이 금세 바닥나서 이세우 목사님이 추천하는 전북 정농회 쌀을 구입하기도 했다. 향린교회가 도농 직거래를 시작한 초기에는 쌀이 팔리지 않아 봉사부에서 쌀을 일괄 구입해 떡을 해먹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생명환경위원회가 교회 모퉁이에 향린곳간을 마련해 도농 직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정수미 집사는 “향린교회와 들녘교회의 관계가 영향을 끼쳐서, 도시 교회는 농촌 교회와 도농 직거래를 맺고 농촌에는 친환경농법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했다.

 

햇빛발전소를 주고 농산물을 받고

향린교회는 교회 조직인 환경생명위원회 외에도 교인 소모임인 평화나눔공동체가 있다. 환경생명위원회는 공적인 일을 처리하고 평화나눔공동체는 삶에서 실천한다. 주말 농장을 하고 생태적 삶에 대해 공부한다. 햇빛발전소를 세우자는 이야기도 평화나눔공동체에서 나왔다. 향린교회가 있는 위치는 햇빛도 들지 않고, 현재 주변 지역이 재개발 들어가서 장기적으로 있기 힘들다. 그래서 들녘교회에 장소를 빌리기로 했다.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1가족 1구좌’ 운동을 벌이고 있다. 1구좌는 10만 원이고 햇빛발전소를 건립하려면 230구좌가 필요하다. 현재 70가정 정도가 약정한 상태다. 들녘교회에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수익은 농산물로 받기로 했다. 

치열한 경매가 벌어지는 ‘아나바다 장터’

향린교회 생명환경위원회가 여는 ‘아나바다 장터’에는 큼직큼직한 물건들이 나온다. 자동차가 나오고 피아노도 나왔다. 이런 물건들은 경매한다. 교회 창립한 원로 장로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책을 기증받아서 경매하기도 한다. 교인들이 아나바다 장터에 자발적인 마음으로 기대감을 안고 물건을 준비한다. 더러 우리 교회 ‘아나바다’ 물건이 아름다운 가게보다 싸고 좋다고 한다. 들녘교회 사모님이 솜씨를 발휘해 보자기를 만들어 보내주기도 한다. 먹을거리 장터도 열린다. 이렇게 모은 돈은 들녘에 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아나바다’ 두 번에 450만 원 정도가 모아졌다. 일 년 동안 농산물을 팔아도 수입 100만 원을 내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큰 규모다.

이 외에도 향린교회는 자체적으로 EM효소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EM효소는 합성세제 대용으로 쓸 수 있고, 환경을 오염하지 않는다. EM효소는 화초에도 뿌릴 수 있고 걸레를 빨거나 청소할 때 쓸 수 있다. 쌀뜨물로 만들어 자원을 재활용하는 효과도 있다. 효소 원액을 판매하고 EM효소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로 건강에 좋은 효소를 만드는 생명소에 대한 연속 강의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생태 기행하며 우리 땅 밟기

향린교회는 매년 환경주일을 지키면서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최병성 목사(환경운동가)․허병섭 목사(환경운동가)․임락경 목사(시골교회) 등을 강사로 초빙해 특강을 들었다. 또 비상시적으로 강사를 초빙해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특강을 듣다가 환경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 어린이부와 청소년부에도 창조 보존과 관련해 교육한다. 1년에 한 번 이상 생태 기행을 다녀온다. 새만금도 다녀오고 홍성도 다녀왔다. 강화도 갯벌과 팔당 유기농 농촌, 경부 대운하 생명의 강 살리기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렇지만 향린교회 교인들은 “녹색교회로 선정된 것이 민망하다”고 했다. ‘도농 직거래를 잘하고 있는 것이 지역 활동도 아니고, 교인들 개인의 삶이 변하지 않았고 교회 내에도 단 한 그루의 나무밖에 없는데 웬 녹색교회인가’ 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도농 직거래 자체가 의미 있기 때문에 소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교회를 나서는 길에 마주한 단 한 그루의 나무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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