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녹색교회로 쌍샘자연교회, 서울복음교회, 평화의 교회, 향린교회가 선정되었다.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넘어 자연에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공동대표 최완택 강용규 김정욱 오정현 이상진) 유미호 정책실장이 “교회들이 녹색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자연에도 적용해, 만물 중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자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기환연과 NCCK 생명․윤리 위원회가 생태적인 교회를 ‘녹색교회’라고 명명했다.

녹색교회 운동은 1998년 '녹색교회21' 의제 제정 이후로 '교회를 푸르게', 생명 밥상, 녹색 살림터, 주말 생태 교실, CO2 저감 등 다양한 주제로 교회와 가정이 시범적으로 참여한 운동이다. 유미호 정책실장은 “녹색교회 지정 여부가 당사자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교회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교회들처럼 생태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교회가 생길 수 있다는 바람이다. 특히 도시에 있으면서 녹색교회로 선정된 교회는 다른 교회가 나아가도록 독려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2006년부터 매 년 세 교회를 녹색교회로 선정했으나 올해는 서울복음교회·쌍샘자연교회·평화의 교회·향린교회 네 교회를 뽑았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 정책실장의 녹색교회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어떤 기준으로 녹색교회를 선정했나

기환연은 초대 교회의 본질이었던 예배․교육․친교․봉사 영역과 현대 교회 구성요소인 조직․행정 영역을 심사했다. 일차적으로 각 교회는 기환연이 만든 체크리스트로 자가 진단했다. 116점 만점에 70점 정도 받으면 높은 점수다. 거기에 교회만의 특화한 프로그램이 있을 땐 가산점을 준다. NCCK 환경 관련 실무자 5명과 기환연 5명이 심사했다.

예배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생태적 실천을 소개한다면

삶의 예배 영역에서 보면 이웃과 함께 드리는 예배도 소중하고. 생태위기 시대에 자연과 함께 드리는 예배도 중요하다. 생태 정신을 깨우는 설교가 있어야 하고 자연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내기 위한 중재 기도가 있어야 한다. ‘만물이 찬양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예배가 있어야 한다. 콘크리트 건물을 벗어나 새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와 함께 예배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환경주일을 지키는 것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간이 피조물의 하나라고 고백하는 예배가 필요하다.

1984년 기환연이 환경주일을 제정했고 1992년부터 확대되었다. 기환연과 NCCK와 회원 교단이 공동으로 환경주일을 선포했다. 교회력에도 창조주일이 있다.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환경주일을 지키지 않는 교회가 많다. 

얼마 전에 이화여대에서 열린 생명 채플이 화제다. 설교자가 이화 동산에 사는 새와 동물들을 촬영해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소리를 들려주며 해설했다. 각 교회가 자신이 있는 곳 주변에 사는 생명체의 모양을 관찰하며 함께 예배한다면 의미 깊겠다.

교육 영역에서 생태적 실천을 하는 방법은

말씀뿐 아니라 자연에서도 하나님 뜻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은 두 가지 방법으로 말씀하시는데 말씀만 교육하는 것은 문제다. 생태 교육도 함께해야 한다. 말씀 공부도 구원 중심 공부에서 구원 이전에 창조되었다는 원 은총을 일깨우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죄인이라는 의식이 있으면 움츠러들지만 창조의 기쁨을 회복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생태 위기 관점에서 성경을 읽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환연에서 환경통신강좌를 하고 있는데 말씀 묵상 부분이 있다.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올해는 예장총회 사회봉사부가 선착순 300명에게 1만원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도 있다. 신학교 중 장신대는 현재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선택강좌로 생태 신학을 개설한다. 노영상 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는 "생태 신학을 의무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신학자들도 최근에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신학자, 목사들뿐 아니라 교인들을 교육해서 평신도 지도력을 세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 정책실장이 "생태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교회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년 녹색교회를 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친교하면서 어떤 생태적 실천을 할 수 있나
    
먹을거리를 바꾸자. 밥상은 물론 간식도 지역 먹을거리와 제철 음식을 먹자. 향린교회처럼 지방에 있는 교회와 결연을 맺어 직거래를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국내산을 먹어야 하지 않은가. 이동하는 거리가 멀면 부패를 방지 물질을 넣을 가능성이 많다. 또 이동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차를 운행하려고 화석연료를 쓰기 때문에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

필요하지 않는데 먹는 습관이 아이들을 해친다. 교회에 간식을 폐지하는 것도 좋지 않겠나. 굳이 줘야 한다면 자연식으로 줘 자연을 몸에 넣자. 자연을 몸에 넣지 않으니 감수성이 죽는다. 교회에 텃밭을 가꾸는 것은 어떨까. 거기서 가꾼 유기농 식품을 먹다 보면 몸이 제철을 안다. 녹지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입는 것도 바꾸자. 천연 소재로 만들고 천연 염색한 것을 걸치자. 질렸다는 이유로 옷을 버리지 말고 자기 수명을 다할 때까지 쓰거나 아나바다를 통해 교환하는 것은 어떤가.

흥청망청 먹고 쓰레기를 만드는 야유회 문화를 바꾸자. 야유회에 갔다면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교하고 돌아와야 한다. 행사도 간소하게 치르자. 화환 보내는 습관. 일회용품 사용, 과다한 먹을거리 등을 줄이자. 행사장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자.

생태적 습관을 기르자. 멀티탭을 잘 보이는 곳에 놓자. 보기에 지저분하고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보이는 곳에 있어야 쉽게 끈다. 재생 용지를 쓰고 아이들에게 재생 용품을 선물로 주자.

교회 안팎에 담장을 헐고 차 없는 주일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어떤가. 환경주일 등 특별한 날에는 교회 올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문화를 만들자. 주일에 대형교회 주변에 주차대란이 일어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자전거 거치대를 교회에 설치하고 자전거를 비치해서 이용하게 하자. 주일은 자연도 쉬게 하자. 자연을 쉬게 하고 공기를 맑게 해서 우리도 쉬자. 차, 지구, 교인들이 모두 쉴 수 있는 실천을 하자. 또 교회 주차장 한 편에 아스팔트를 걷어 녹색으로 만드는 것도 실천이다. 교회 숲을 조성하자.

에너지가 순환하도록 힘쓰는 것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실천이다. 지평교회나 청파교회는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그 에너지를 한전에 팔고 그 돈을 생태 교육에 사용한다. 광동교회는 햇빛발전소에서 얻은 에너지를 자가발전한다.

봉사 영역에서 생태적 실천은

먼저 개념을 바꿔야 한다. 어떤 이는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에 왜 자연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나, 환경 운동은 중산층 운동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환경 문제와 식량·농촌·통일·교육 문제는 같이 간다. 보통 자연을 사람보다 낮게 취급하기에,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른 문제를 모른 척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군림하는 문제, 에너지 고갈 문제 등 전반적 문제가 해결된다.

가족과 이웃 돌보는 것을 넘어서서 자연까지 이웃으로 삼아야 한다. 자연에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가 종말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고 해수면이 상승해, 생물종이 멸종할 위험에 처했다. 자연의 생존이 내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에 봉사하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먼저 일회용 컵을 안 쓰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일회용 컵을 통해 하나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나무가 잘리고 나무에 기대어 사는 생명이 죽는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작은 실천들을 하면서 ‘나 하나가 무슨 힘이 있나’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님이 이루실 수 있다. 내 삶에서 작은 기적을 이루면 하나님이 하신다.

조직과 행정 영역에서 생태적 실천은 무엇인가

생태적 실천을 교회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부서가 있거나 조직적으로 생태를 교육하는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거나 하는 조직 행정 영역은 교회가 환경 운동을 지속하게 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아나바다 운동을 하거나 도농 직거래를 하는 장, 지역 주민 대상으로 생태 교육을 하는 장이 있으면 좋다. 교회에서 초록가게나 지역환경센터를 운영하면 좋겠다.

올해 선정된 녹색교회는 어떤 실천을 하고 있나

쌍샘자연교회(목사 백영기)는 산자락에 있는 교회다. 여름과 겨울에 자연 학교를 운영하고 월 1회 환경 교육을 진행한다. 1년에 한 번 환경 예배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교인들과 주말 농장을 한다. 생태 도서관과 초록 가게 운영을 준비 중이다. 교인들이 교회 주변으로 이사하면서 생태마을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평화의교회(목사 박경양)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유기농 급식과 간식을 준다. 또 도시 농부 학교를 열어 실제로 농사짓고 있는 분을 모셔 농사짓는 법을 배우고 모종을 심는다. 자라나는 것을 어떻게 가꾸고 키우는지 생태 체험을 한다. 교회 담을 없애고 마당에 녹색 쉼터 공간을 만들었다.

서울복음교회(목사 지관해)는 환경주일을 지키고 있다. 어린이 집에서 유기농 간식을 먹이고 생명 밥상 빈 그릇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 찌꺼기를 퇴비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차장이 부족한데도 교회 마당 모퉁이에 숲을 조성해, 교인들의 의식을 깨우려고 했다.

향린교회(목사 조헌정)는 김제에 있는 들녘교회와 자매결연해 도농 직거래를 하고 있다. 또 들녘교회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매년 차 없는 주일을 지키고 있고 상자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녹색교회 다짐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가 구성한 ‘녹색교회위원회’가 ‘녹색교회 다짐’을 만들었다. ‘녹색교회 다짐'은 교회와 교인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환경 덕목이다. 녹색교회위원회는 '녹색교회 다짐'을 토대로 세부 질문을 마련해, 녹색교회 자가 점검표를 만들었다.

다음은 '녹색교회 다짐'이다.

녹색교회 다짐
 

1. 만물을 창조하고 보전하시는 하나님을 예배한다.
2. 하나님 안에서 사람과 자연이 한 몸임을 고백한다.
3. 창조보전에 대하여 교육한다.
4. 어린이와 청소년을 친환경적으로 키운다.
5. 환경을 살리는 교회조직을 운영한다.
6. 교회가 절제하는 생활에 앞장선다.
7. 생명밥상을 차린다.
8. 교회를 푸르게 한다.
9. 초록가게를 운영한다.
10. 창조보전을 위하여 지역사회와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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