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8일 기독통일학회(회장 주도홍)가 주최한 학술 포럼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 3.1선언'에 대한 교계 보수 인사와 진보 인사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4월 18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 3․1선언'(이하 3·1선언)을 평가하는 학술 포럼이 열렸다. 3·1선언은 3·1운동 9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보수, 진보를 아울러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선언이다.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주도홍) 주최로 열린 포럼에는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를 비롯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만열 교수 "3·1선언은 한국교회 통일 문제에 대한 가장 소중한 선언"
 

▲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만열 교수. ⓒ뉴스앤조이 김은석
기조강연을 한 이만열 교수는 "3․1선언은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가 뜻을 모아 이룩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서명자 명단뿐 아니라 작성 과정에도 보수와 진보가 함께했다. 양측 극단주의자들에게는 불만스러운 내용일 수 있지만 양측 의견을 최대공약수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또 북한 당국을 향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책임과 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점"이라면서 "이 선언은 한국교회 통일문제에 대한 가장 소중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보수 진영의 평가는 달랐다.

첫 발제를 한 김영한 교수(숭실대)는 "북한 주민의 절박한 사정보다는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는 너무 부드러운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경제를 파탄내고 주민을 굶어 죽게 한 주된 원인이 북한 정권인데, 3·1선언문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나라 신학'의 관점에서 북한의 온전한 자유와 정의 구현을 위한 목소리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대북 지원을 조건으로 북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방향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안인섭 교수(총신대)의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고 "중요한 것은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석, "MB 대북 정책 옳다. 3.1선언으로 정부 압박하면 안 돼"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도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면서 3·1선언이 정부를 향해 과거로 되돌아가라는 압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통일 문제를 말하려면 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 두 가지 모두를 말해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이 두 가지 모두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옳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관철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3·1선언이 이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면서 과거의 거짓 평화로 되돌아가라고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통일 운동에 앞장서 온 김영주 목사(남북평화재단 상임이사)는 1988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과 3·1선언을 비교했다.

김 목사는 "88선언이 쓰일 당시에는 통일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위험했다. 그럼에도 신·구약학자들의 치열한 토론을 거쳐 만들었다. 3·1선언에는 그런 치열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고 대북 관계가 상당히 경직되고 있는 것에 대한 한국교회 지도자의 우려가 3·1선언에 숨어있다"면서 "서로 비난하고 독설을 퍼붓는 한국 기독교가 3·1 선언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했고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익명의 동조가 아닌 자기 이름을 걸고 기꺼이 동조한 선언이기에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지웅 박사(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는 "이번 선언을 한기총에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한계이다. 분단의 신앙적 원인은 신사 참배에 있다. 신사 참배 이후 한국교회는 계속 분열했다. 교단이 통일되는 건 불가능하지만 남북한 문제에서만큼은 한국교회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통일 문제에 대한 교계의 연합을 주문했다.

▲ 이날 포럼에는 기독통일학회 회원을 비롯해 교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교계 진보-보수 통일 운동 시각 차이 현저, 논의 지속해야

이날 포럼은 3·1선언을 발표하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열렸다. 3·1선언 이후 한국교회가 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 3·1 선언에 동조하지 않은 보수 진영 인사들의 평가를 듣는 자리로써 의미가 있었으나 현저한 시각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자신의 과거사를 설명하던 서경석 목사는 한 때 진보 진영을 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김영주 목사는 "잠시 내가 이 자리에 왜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임을 주최한 기독통일학회 회장 주도홍 교수는 "강단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발언이 나오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이 성경적인 통일론을 제시하는 것이다"라며 한국교회 진보·보수 진영이 통일을 위한 논의의 장에 지속적으로 나와 주길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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