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승훈 교수와 창조과학회가 '창조론'으로 맞부딪친 것은 과학적 논쟁이라기보다는 신학적인 대립이다. 우주와 지구의 나이가 6,000년 정도냐 훨씬 이상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젊은 지구론’과 '오랜 지구론’으로 대립하는 것은 성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창세기 1장의 첫째 날, 둘째 날을 각각 24시간으로 해석하고, 이에 성경 인물의 나이를 역산해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양승훈 교수는 지구 나이가 6,000년 이상일 수 있다는 '오랜 지구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성경의 무오성을 믿는 복음주의 진영의 대부분의 구약학자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젊은 지구론'을 신앙처럼 붙들고 '오랜 지구론', '능력으로 충만한 창조론' 등을 비성경적이라고 여기는 창조과학회의 성경 해석 방법에 대해 신학자들은 어떤 입장일까.

▲ 사진은 창조과학회가 젊은 지구론을 주장할 때 제시하는 증거 중 하나다. 만약 달의 나이가 수십억 년이라면 우주 먼지가 두껍게 쌓여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보수 신학자 중에서도 '젊은 지구론' 지지하는 이 드물어"

국내외 보수 신학자들도 지구의 나이를 성경에 나와 있는 숫자로 합산해 6,000년으로 계산하는 것은 무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젊은 지구론'이 창조론의 다양한 목소리 중에 하나일 순 있겠지만, '젊은 지구론'만을 성경적인 해석으로 여기는 창조과학회의 태도는 우려할 만하다고 했다.

고신대 구약학 교수 중 한 명은 "성경이 역사 혹은 과학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지구의 나이를 성경에 나와 있는 숫자로 합산해 6,000년으로 계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또 "첫째 날, 둘째 날 등에서 '날'이라는 히브리어 '욤'이라는 단어는 하루가 아닌 어떤 일정한 기간에도 많이 사용되었고, 창조 기사 안에서 한 번도 24시간으로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24시간(하루)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해석했다.

▲ 미국 풀러신학교 구약학 교수인 John Goldingay 박사. (출처 : 풀러신학교 홈페이지)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꽃의 원리 찾는 꼴'

전 한국창조과학회 대표 간사이자 안양대 조직신학 겸임교수인 조덕영 박사는 "연대 문제에 대해 성경이 침묵한다. 창조 연대에 대한 각자의 견해는 가질 수 있으나 견해를 사실로 주장하면서 남을 정죄하는 도구로 쓰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조 박사는 "연대 문제를 각 분야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아마추어들이 함부로 남의 전문 학문 영역을 아마추어의 눈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경계했다. 조 박사는 또 "김춘수 시인이 쓴 <꽃>이라는 시에서 꽃의 원리를 찾으면 안 되는 것처럼 성경에서 구체적 과학 이론을 끄집어내려는 시도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신대 구약학 교수 중 한 명은 "보수적인 신학자들 중에서도 지구 나이를 6,000년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성경에 나오는 연대를 일일이 더해서 창조 연대를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창조과학회가 일군 탁월한 업적을 인정한다. 하지만 창세기에 나오는 언어는 신학적이고 일상적인 용어인데, 과학적 용어로 취급하고 해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성경해석학 Vern Poythress 교수. (출처 : 웨스트민스터신학교 홈페이지)
"창세기는 유비법으로 진실을 표현한 것"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성경해석학 Vern Poythress 교수는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2006년에 출판한 <Redeeming Science>라는 책을 참고하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책에서 창세기 1장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계산한 '24-Hour-Day view'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6일 만에 천지를 창조했다고 하지만 성경에서는 하루의 기간이 정확히 얼마였는지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창조 사건이 실제적인 사건이지만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준 것이며, 하나님이 세상을 7일 만에 창조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기준이지 인간이 일하는 시간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창조 연대에 대한 Poythress 교수의 견해다. 

미국 풀러신학교 구약학 교수인 John Goldingay 박사도 창조 연대에 대해 직접적으로 견해를 밝히지 않았지만, "창세기는 비유적인 서술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것이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일하는 것처럼 묘사됐다. 창조 사건이 진실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비유적인 방식으로 진실을 표현한 것"이라며 창조 기사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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