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은행 빚 50억 원, 출처가 불명확한 사채 20억 원 때문에 교인들과 갈등을 빚던 서울 중랑구 ㄷ교회 고 아무개 목사가 올해 1월 30일 교인들과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소속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용천노회 수습전권위원회가 제시한 수습안을 받아들였다. 수습안은 ㄷ교회 예배당 매각과 고 목사 사임을 골자로 한다.

ㄷ교회는 15년 전 중랑구 봉화산 자락 종교 부지에 연건평 1000평 규모의 예배당을 신축했다. 그러나 거대한 예배당 규모에 비해 교인은 늘어나지 않고, 매달 상환할 원금과 이자가 2800만 원 이상 늘어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교회를 합병하거나 예배당을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교인들은 교회가 고 목사와 그의 친인척들에게 '사채'를 썼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규모만 20억 원대였다.

지난해 교회 빚을 알게 된 교인들은 교회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하고, 고 목사를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하는 등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그러나 곧 중재에 나선 예장통합 용천노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 목사와 교인 양측은 1월 30일 자로 수습안에 서명했다.

재정 부담은 예배당을 인수할 교회가 대부분 떠안기로 했다. ㄷ교회는 예배당을 ㅇ교회에 68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먼저 계약금 2억 원과 중도금 8억 원 등 10억 원을 받고, 은행 대출 36억 2000만 원은 ㅇ교회가 승계하는 조건이었다. 사채에 해당하는 21억 8000만 원에 대한 원금 및 이자도 ㅇ교회가 승계해 12년간 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받는 10억 원 중 4억 5000만 원은 고 목사 사임 및 은퇴 관련 비용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교역자들과 직원들의 체불 임금 등을 빼고 나면 고 목사에게 약 2억 3000만 원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고 목사가 투자 및 구입했다는 납골당 투자, 세종·평택 토지, 대여금 잔금 5500만 원은 은퇴 비용으로 지급하고, 고 목사를 5년 후 원로목사로 추대해 주기로 했다.

나머지 5억 5000만 원으로는 교회 세입자에게 전세금과 보증금을 돌려주고 구 예배당(상가 건물) 시설비 명목으로 쓰기로 했다.

고 목사를 반대해 온 교인들은 구 예배당에서 별도로 모이기로 했다. 합의와 함께 고 목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 고소도 취하하기로 했다. 고 목사는 앞으로 ㄷ교회 출석을 포함해 교회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도록 했다.

양측은 이 수습안에 합의한 지 1달 후인 3월 초 새로운 이행 각서를 체결했다. 원래 예배당을 매매하려던 ㅇ교회 대신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소속 ㅅ교회에 같은 조건으로 넘기기로 했다. 교인들은 고 목사에 대한 처벌불원서 및 취하서를 내며, 양측은 앞으로 어떠한 명목으로도 기존 문제에 대해 고소·고발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교인들은 합의 내용에 따라 고 목사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업무상 배임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예배당은 올해 5월, ㅅ교회 소유로 등기를 마쳤다. 현재 ㄷ교회는 후임 목사를 청빙해 건축 전 예배당으로 쓰던 상가 건물로 되돌아갔고, 교회 이름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70억 원대 빚을 지고 분쟁을 겪던 ㄷ교회가 건물을 팔고 분쟁을 종결했다. 고 아무개 목사는 사임하고 교회 행정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고, 교인들은 새로운 담임목사를 청빙해 과거 예배당으로 쓰던 상가 건물로 되돌아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용천노회 수습전권위원장 최태협 목사는 2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습안을 작성했다. 만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목사는 구속되고 교회는 공중 분해되었을 것 아닌가. 교회 부채를 정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거액의 빚을 남긴 고 목사에게 은퇴 예우를 해 주는 게 적절한지 묻자 "목회자로서는 사임하는 게 가장 큰 책임이다. 그래도 그만두는 목사 퇴직금은 줘야 하지 않겠는가. 고 목사가 받을 돈 중 일부로 옛 예배당 리모델링 비용까지 부담시켰다. 고 목사가 받을 부동산은 상당 부분 손실 처리해야 한다. 당장 매매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이제 다 끝난 일이라며 기사를 내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교회를 살리기 위해 사임했다. 고소 교인들과 합의해서 배임 사건도 무혐의가 나왔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우울증과 분노 조절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ㄷ교회 교인들은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상가를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 이 건물에도 빚이 10억 원 가량 잡혀 있다. 한 교인은 "새로 온 목사님과 건강하게 신앙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분쟁은 종결된 듯하지만 불씨가 남았다. 더 이상 소송하지 않기로 합의해 놓고, 고 목사가 올해 9월 ㄷ교회 김 아무개 집사를 상대로 1560만 원의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김 집사가 제기한 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사건을 대응하느라 쓴 변호사 비용을 보전받겠다는 내용이다.

김 집사는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며 법원에 의견서를 냈다. 법원은 고 목사 측이 청구한 1560만 원 중 374만 원의 비용만 인정된다며, 김 집사가 이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김 집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내가 대표자로 소송을 넣었다는 이유로 이제 와서 비용을 신청했다. 더 이상 소송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말이 안 된다. 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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