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 중랑구 ㄷ교회가 예배당 건축 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타 교회에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채 규모가 70억 원을 상회한다는 것을 교인들이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ㄷ교회는 제직회나 공동의회에서 재정을 상세히 보고한 적이 없다. 일부 교인은 재정 내역을 공개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ㄷ교회는 묵동 봉화산 자락 아파트 단지에 위치해 있다. 아파트 상가에서 시작한 교회는, 교인이 200여 명으로 늘어나면서, 인근 종교부지를 분양받아 15년 전 예배당을 신축했다. 지하 1층에 지상 9층, 연건평 1000평 규모로 건물을 세웠다. 웅장한 규모와 달리 현재 교회는 교인 수가 30~40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담임 고 아무개 목사는 지난해부터 예배당을 타 교회에 매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들은 빚더미 때문에 예배당을 팔거나 합병할 수밖에 없다는 고 목사의 말을 듣고 일견 공감했지만, 재정이 얼마나 악화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한 교인은 "재정 보고를 20년 이상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고 목사가 구두로 설명하는 수준이었다. '목사 말을 못 믿느냐'는 말에 그냥 침묵하고 지내 왔다. 착하다고 봐야 하는지… 정말 바보 같은 당회와 교인들이었다"고 자책했다.

올해 6월, ㄷ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용천노회 소속 ㅁ교회가 ㄷ교회와 합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 교회가 합의한 내역서를 보면, ㅁ교회는 ㄷ교회 예배당으로 입당하는 대신 4억 원을 제공하고, 이후 교회 건물 대출금과 상가 대출금, 교회가 개인에게 진 채무의 월 원금 및 대출이자 등을 감당한다고 나온다. 교회 이름은 ㄷ 교회와 ㅁ교회 이름을 합치기로 했다. 합병 후 고 목사는 원로목사로, ㅁ교회 김 아무개 목사는 담임으로 취임하며, 첫 주일예배는 7월 1일로 예정했다.

그러나 합병은 성사되지 못했다. ㅁ교회 교인들이 이전 예배당에서 거리가 너무 멀고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첫 주일예배 후 3일 만에 다시 원래 예배당으로 돌아간 것이다. 특히 합의서에는 월 원금 및 대출이자가 '2000만 원 정도'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280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을 알고 ㅁ교회 교인들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ㄷ교회 외벽에는 ㄷ교회 이름과 ㅁ교회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중랑구 묵동 ㄷ교회가 재정난으로 매각 또는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70억 원에 이르는 부채가 번번히 발목을 잡고 있다. 교인들은 교회 빚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담임목사에게 진상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 합병 시도와 함께 재정 공개
은행 빚 50억에서 상환은 2억
사채도 20억, 담임목사 친인척 빚도 상당
세종·평택에 부동산 등 처음 보는 '자산'도

고 아무개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약 20명이다. 이들은 ㅁ교회와 합병 1주일 전까지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교회 재정 상태도 합병이 임박해서야 알았다고 했다. 교인들은 "합병하려면 ㅁ교회에 재정 상황을 설명해야 하니까, 고 목사가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ㄷ교회 등기부 등본을 보면, 2006년 46억 2000만 원, 2009년 2억 6000만 원, 2011년 3억 2500만 원 등 예배당 부지에만 51억 1500만 원의 근저당이 잡혀 있다. 여기에 교회가 이전에 예배당으로 사용했던 구건물(아파트 상가)에도 2004년 8억 9600만 원, 2006년 6억 4400만 원, 2011년 2억 6000만 원 등 18억 원의 근저당이 살아 있다. 두 건물 근저당을 합하면 69억 1500만 원이다. 근저당을 통상 대출액보다 1.5배가량 높게 잡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부채는 50억 원대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 교회가 ㅁ교회와의 합병 당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3쪽 분량의 '교회 자산 및 부채 등 내역(추정)' 문건을 보면, 교회는 농협에 6건, 총 50억 5000만 원 대출을 지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갚은 원금은 불과 2억 원. 매달 나가는 이자만 1600만 원이다.

교인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부채가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건에는 '사채'가 20억 원가량 더 있다고 나온다. 부채 내역을 보면, 교회는 29명에게 돈을 빌렸는데, 이 중 10명에게는 이자를 주고 있고, 19명에게는 이자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교회가 돈을 빌린 이들 중 상당수가 담임목사와 친인척 관계란 사실이다. 고 목사 아내 이 아무개 씨에게 1억 7000만 원, 이 아무개 씨 직장 동료에게 1억 6000만 원, 고 목사 모친에게 2000만 원, 고 목사 딸에게 6300만 원, 고 목사 아들에게 9000만 원을 빌렸다고 나와 있다. 고 목사 자신도 1억 1800만 원을 교회에 빌려준 것으로 되어 있다.

교회는 이 가운데 10명에게(총액 7억 3900만 원) 이자를 지급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이자 총액만 월 600만 원이다. 고 목사와 아내, 친인척 등 19명(총액 11억 9500만 원)에게는 이자도 주지 못하는 상태였다. 19명에게 줘야 하는 이자는 총 1억 1800만 원에 달한다.

교회가 '자산'이라고 공개한 것 중 처음 보는 재산도 있었다. 파주·세종·평택에 땅이 있고, 동두천에는 납골당 1500기를 보유 중이라고 보고돼 있다. 교인들은 교회가 이런 땅을 샀는지도 몰랐고, 무슨 돈이 나서 구입했는지도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제직회·공동의회도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고, 어쩌다 한 번 열어도 논의조차 한 적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달 '1290만 원' 임대 수익에도 빚더미
상세 내역 요구하자 임의 양식 서류만

반대 교인들은 교회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고 했다. 기존 예배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상가)은 교회 명의로 매달 1290만 원의 임대 수익을 내고 있고, 교회 옥상에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설치해 연 2000만 원의 수입도 있다고 했다. 

교인들은 교회 재정 상태를 알 수 있는 자료가 3쪽짜리 교회가 자산 및 부채 내역밖에 없다면서, 신뢰할 수 있도록 은행 입출금 내역을 공개하라고 고 목사에게 요구했다. 한 교인은 "종이에 '사채'라고 적고, 이름과 액수만 적어 놨다. 실제로 통장 입출금 내역을 보여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8월 4일, 고 목사 앞으로 △재정 보고서를 교인들이 전부 보면서 교회 채무 관계를 인지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 △재정 보고서에는 채무 관련 사채에 대한 근거 자료가 확실하게 포함되기를 요청한다 △대출 관련 입·출금 내역서를 상세히 납득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 △교회 매각이나 통합은 위 요청이 충족된 후 차기 공동의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서'를 보냈다. 

고 목사는 2011년부터 2016년까 교회 수입·지출 내역서를 건넸다. 그러나 교인들은 내역서가 은행에서 발급되는 입출금 내역이 아니라, 수입·지출 표를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지출 내역 중 '1669'와 같은 식으로만 표기된 항목도 다수여서, 어떤 통장에서 무슨 명목으로 빠져나간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반대 교인들에게 협박성 문자
교인들, 고 목사 노회에 고소

반대 교인들은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고 목사와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고 목사는 예전부터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한 교인에게 "집사님은 교회 세우기 위해 애쓰는 거 같은데 실은 교회 흔들어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제가 사랑하고 좋아하고 늘 기도하는 멋있는 A와 B(아들)가 복 받고 안연히 살아야지, 벼락 맞고 저주 받아서야 되겠나. 평안히 살고 행복하도록 함께 헌신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교인들은 8월 7일 고 목사를 용천노회에 고소했다. 교인들은 고 목사가 건물 은행 대출과 사채에 대한 입·출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교인들의 동의 없이 개인과 채권 관계를 성립했으며, 재정 보고를 거부하는 등 공금 유용 및 횡령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교회 명의가 아니라 개인 명의로 동두천 납골당과 평택·공주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했다.

고소 이후에도 끝까지 고 목사와 대화를 시도하고자 노회에 조사를 보류해 달라고 하고, 3주간 대화를 시도했지만 고 목사 입장은 강경했다. 결국 교인 일부는 9월 초 용천노회 기소위원회에 출석했다. 고 목사는, 기소위원회에 출석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교인들에게 또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노회 잘 다녀왔느냐. 발걸음이 가볍지 않지 않았느냐", "허물과 약점 찾기에 혈안이냐. 가슴에 손을 얹고 사려 깊게 주의종 고 목사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ㄷ교회가 예배당으로 쓰던 일명 '구 건물'. 여기에서는 매달 임대 수익으로 1290만 원이 나온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는 고 목사 입장을 듣기 위해 9월 6일 전화를 걸었다. 고 목사는 자신의 희생을 강조했다. "본래 우리는 없던 교회다. 부임했을 때 3800만 원 가지고 시작했다. 나는 교회에 인생을 다 바쳤다. 평생 사례금 50만 원 받고, 안식년 한 번 없었고, 아들 결혼 축의금 4800만 원도 교회에 다 넣었다. 더 설명할 게 뭐 있느냐"고 했다. 사채 중 일부도 고 목사 가족이 교회를 위해 재산을 집어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에서 대출받고 사채까지 쓰면서도 왜 교회에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우선 급한데 빚내는 걸 어떻게 (보고)하느냐"고 했다. 그는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나가기 때문에 기록이 있어서 괜찮다. 다 투명하게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구건물에서 월 1290만 원의 임대 수익을 내는데 왜 이리 빚이 늘어났는지 묻자, 그는 "임대소득세, 토지세, 종부세 등 세금과 각종 비용 빼고 나면 월 수익은 4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금을 갚아야 해서 어렵다"고 답했다. 고 목사는 "교회 빚을 감당 못하니 매각하고 구건물로 (다시) 갈 수밖에 없다. 다른 교회가 10억 이상 들고 오면 합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화를 끊었다.

<뉴스앤조이>는 재정 유용과 퇴직금 예우에 대한 더 자세한 입장을 듣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지만, 고 목사는 "더 이상 드릴 말씀 없다. 전화 말라"며 추가 취재를 거부했다.

용천노회는 곧 고 목사를 소환해 입장을 들은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기소위원장 김정호 목사는 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회가 끝난 9월 셋째 주 고 목사를 불러 얘기를 들어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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