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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불은 끄자" 부목사에게 '부정선거' 뒤집어씌우려 회유한 담임목사
장학금 명목으로 500만 원 건네기도…조 목사 "우리도 함정에 빠진 것"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8.29 21:14

"지금 교회 상황 듣지 않았느냐. 일단 불은 꺼야 한다. 앞으로 김 목사 자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개척도 시킬 수 있다. 절대 그냥 놔두지 않는다. 어렵고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일단 수습을 하자."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경상북도 ㅇ교회 조 아무개 담임목사는, 자기 아내가 저지른 '부정선거'를 김 아무개 부목사에게 뒤집어쓰라고 회유했다. 아내 이 씨는 이미 김 목사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쥐여 준 상태였다. 당황한 김 목사는 시간을 좀 달라고 했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끝내 거절했다. 김 목사는 해고됐다.

이 사건이 교회에 알려지면서 ㅇ교회는 담임 조 목사와 그를 반대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다. 조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데 가담한 것도 모자라, 부목사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목사는 아내가 불법을 행한 것은 맞지만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며 맞서고 있다.

ㅇ교회에서 지난 6월 항존직 부정선거 사건이 불거졌다. 이후 교회는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쪽과 지지하지 않는 쪽으로 갈려 분쟁 중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사건은 어떻게 벌어진 걸까. <뉴스앤조이>는 제보를 받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후, 8월 28일 ㅇ교회를 찾아 조 목사와 교인들을 두루 인터뷰했다. 소속 노회는 중재를 시도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반대 교인들이 조 목사를 노회에 고소한 상태다.

항존직 선거에서 무슨 일이…
유권자 수보다 많이 나온 투표용지
조 목사 아내 "교회 위해 한 번만 도와 달라"
조 목사 "개척시켜 줄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항존직 선거였다. ㅇ교회는 6월 2일, 교인 총 244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거를 진행했다. 장로 1명, 안수집사 3명, 권사 3명이 당선됐다. 모두 유권자 ⅔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2주 만에 투표 결과가 맞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유권자 수보다 투표용지가 더 많거나 적게 집계됐다는 것이다. 안수집사 8명은 '항존직 선출 투개표 현황 열람 요청서'를 당회에 제출했다. 당회는 6월 23일 재검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안수집사 투표용지는 뿌린 것보다 41매 많은 773매, 권사 투표용지는 11매 많은 2451매가 나왔다. 장로 투표용지는 오히려 총 매수보다 적은 1180매가 나왔다.

누군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교인들은 조 목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선거 후 투표함을 관리해 온 사람이 조 목사였고,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이 모두 조 목사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ㅇ교회는 개방된 분위기에서 선거를 진행했다. 시골 교회 특성상 글자를 모르는 이들을 대필해 주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으로 관계없음) 뉴스앤조이 이은혜

누가 선거 부정을 저질렀는지 밝혀내기 전에 범인이 나왔다. 조 목사 아내 이 아무개 씨는 재개표 다음 날인 6월 24일, 김 부목사와 만나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그동안 (담임)목사님이 교회에서 불평을 일삼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다. 이번에는 좀 젊은 사람이 당선됐으면 하는 마음에 욕심을 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 씨는 김 목사에게 이번 사건을 뒤집어써 달라고 말했다. "목사님이 나 한 번만 도와 달라. 우리 (담임)목사님은 절대 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회원들 앞에 가서 무릎 한 번만 꿇어 주면 앞으로 먹고사는 걱정은 없게 해 주겠다고도 했다. "몇 명 정도 있는 교회, 어디를 원하느냐"고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다. 이 씨는 "내가 말하면서도 야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담임목사와 교회를 위해 한 번만 도와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아이들 장학금으로 쓰라고 500만 원을 건넸다.

김 목사는 당황스럽고 비참했다.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그런데 한 시간 뒤, 이번에는 조 목사가 김 목사를 호출했다. 조 목사는 "지금 교회 상황 듣지 않았느냐. 일단 불은 꺼야 한다. 앞으로 김 목사 자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개척도 시킬 수 있다. 절대 그냥 놔두지 않는다. 어렵고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일단 수습을 하자"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선거를 조작한 것으로 오인받고 있으니 대신 나서서 뒤집어써 달라는 것이었다. 조 목사는 어떻게 해명해야 하는지 코치도 했다. "담임목사님이 하도 걱정하셔서 이번 안수집사회가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내가 총대를 멘 거라고 해라.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만 하면 나머지는 다 당회에서 결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시간을 좀 달라"고 답했다. 해외에서 선교사로 오래 지내다가 늦은 나이에 부목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당혹감 사이에 주저했다. 부목사 신분으로 담임목사와 그 아내의 요청을 바로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이내 안 되겠다 싶어 장학금을 돌려주고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조 목사는 6월 30일 주일예배에서 '담임목사 심경 고백문'을 발표했다. 그는 아내가 부정선거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사실을 인지한 후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려 했으나, 아내가 부목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고, 김 목사도 그러겠다 답했기 때문에 감추고 덮으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목사가 그동안의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 교회 중직자에게 보낸 사실을 알게 돼, 이제는 사실대로 고백한다고 했다.

부정선거는 교회 분쟁으로 번졌다. 일부 교인은 담임목사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담임목사는 목사 신변은 노회 소속이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고 맞섰다. 분쟁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조 목사는 김 목사가 대화를 녹음하고 유포해 교회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며 8월 1일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조 목사 "아내 부정선거 몰랐다,
도의적 책임 지겠지만 사임은 힘들어"
집사 "내년에 원로목사 자격 되니 쫓아내려는 것"

아내가 부정선거에 가담한 사실을 알고서도 부목사에게 누명을 씌우고, 이 사실이 드러나자 부목사를 해고한 조 목사. 조 목사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기자는 8월 28일 ㅇ교회 목양실에서 조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한 집사를 만났다.

조 목사는 먼저 아내가 부정선거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그동안 나를 너무 괴롭히던 안수집사가 있었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아내가 이번에는 목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욕심에 7장을 넣었다고 하더라. 안수집사가 세 명이니까 총 21매가 더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부목사를 회유한 사실도 인정했다. 조 목사는 "아내가 감추기 위해서 나도 모르게 부목사를 찾아갔다. 사정 설명을 하니까 김 목사가 그 앞에서는 자기가 한 번 해 보겠다고 했다더라. 그래서 아내가 나한테 '목사님, 부목사님 괜찮을 것 같아, 만나 봐'라고 얘기했고 내가 만난 것"이라고 했다.

조 목사는 아내가 장학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건네며 부목사를 회유한 것도 시인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으로 관계없음)

장학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준 것은 대가성 아니냐는 질문에, 조 목사는 "사람이 죄를 지으니까 덮으려고 한 거 맞다. 틀림없이 의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 집사람은 그동안 교회 청년·학생들 계속 장학금을 줘 왔다. 부목사가 마침 아들 방문차 해외 간다고 하니까 준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아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 도의적 책임은 질 수 있지만, 반대 교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사임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아내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반대쪽도 투표 조작에 가담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을 반대해 온 사람들이 파 놓은 함정에 빠졌다고 했다.

조 목사 아내는 안수집사 선거에서 투표용지를 7장(21매)밖에 더 넣지 않았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41매가 많게 집계됐다. 남은 20매는 다른 사람이 넣었다는 것이다. "아내가 거짓말한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조 목사는 "본인이 고백했으니까 전적으로 신뢰한다. 일단 그렇게 믿고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조 목사와 집사는 이번 투표 관리에 허점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투표 용지도 누구나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에 있었고, 한글을 모르는 교인들을 대신해 다른 사람이 써 주는 관행도 있었다고 했다. 투표 후 집계 및 발표, 투표함 사후 관리까지 아무런 매뉴얼이 없었다고 했다.

집사는 당회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현재 ㅇ교회 시무장로 4명과 원로·은퇴장로 모두 조 목사와 대치하고 있다. 그는 "장로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든 교인들을 다독여서 중재해야 하는데, 지금 목사님 내모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그러니까 사전에 다 짜 놓은 게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수집사 선거만 명확한 증거가 있었는데도 이번에 피택된 사람 7명은 모두 무효 결정에 승복했다. 교회 안정을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교인들을 현혹하고 교회를 분열하는 세력이라고 이야기하며 어떻게든 목사님을 내쫓으려고만 한다. 이 모든 게 조 목사님이 내년 5월이면 원로목사님으로 추대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아내의 부정선거로 시작된 의혹이지만 반대쪽이 원하는 대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쪽이 조 목사를 노회에 고소한 이상, 앞으로 재판국이 구성돼 재판이 진행되면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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