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무국장의 직원 퇴직금 및 카페 재정 유용 문제를 조사한 포항중앙교회(손병렬 목사) 특별조사위원회(조사위)의 종착점은 재정부와 서임중 원로목사였다. 조사위는 "교회 공금이 개인 계좌로 관리되는 상식 이하의 행위가 재정부의 시정 조치 없이 최근까지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교회를 이끌어 온 서임중 원로목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관련 기사 : 포항중앙교회, 14년간 사무국장에 흘러간 돈 147억)

조사위는 서 목사를 비롯해 재정부와 전 사무국장의 책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세 주체가 교회 재정을 관리해 왔으며, 대부분의 교인은 재정 정보를 파악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 예·결산 보고가 이뤄졌지만 '형식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는 조사위의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포항중앙교회 재정 운용의 문제점을 짚어 봤다.

당회는 담임목사 독무대?…교회는 '빚더미'

▲ 재정 유용 의혹을 제기한 포항중앙교회 특별조사위원회는 문제의 원인이 재정부와 서임중 원로목사 등 특정 그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 목사가 독단적으로 사업 등을 진행해 왔다고 했다. 반면, 교회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면서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전 사무국장 개인 계좌로 교회 재정을 집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자, 조사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수료' 때문이라는 교회 측의 해명은 오히려 더 큰 의구심을 낳았다. 조사위에 참여한 복수의 장로는 "사무국장이 독단적으로 재정을 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로목사의 허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후에 서임중 원로목사가 있다는 것이다.

재정과 관련한 정보는 당회원조차 모를 만큼 폐쇄적이었다. 30~40년간 교회에 다닌 장로들도, 사무국장 계좌로 100억 원이 넘는 교회 돈이 들어간 줄 몰랐다. 조사위는 "역대 재정부장과 전 사무국장, 원로목사 등 특정 그룹이 재정을 관리해 왔다"고 했다.

포항중앙교회 당회는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조사위는, 당회는 담임목사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고, 장로들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 시무장로 45명 중 44명은 서임중 목사가 세웠다. 당회가 열려도 교회 사업을 위한 '논의'보다, 서 목사의 '통보'를 받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조사위원장 박 아무개 장로는, "당회는 담임목사가 발표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회의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고, '앞으로 이런저런 사업을 하게 됐다'는 식의 통보를 자주 받았다. 생각이 달라도 서 목사의 말에 토를 달 수 없는 분위기였고, 재정과 관련한 질문은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 목사가 추진한 사업은 거액의 돈이 들어가더라도 막힘없이 진행됐다는 게 조사위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2007년 진행한 교회 리모델링 사업에 40여억 원이 들어갔다. 2013년 목회 연구소 설립을 위해 11억 5,000만 원을 주고 경주에 있는 부지를 매입했다. 16억 5,000만 원을 들여 복지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덕분에 교회는 빚더미 위에 올랐다. 부지 매입과 건축, 교회 행사 등을 위해 2005년부터 은행에서 알음알음 돈을 빌렸다. 6억에서 출발한 빚은 10년 만에 77억으로 늘었다. 지난해 손병렬 목사가 부임한 뒤 13억 정도를 갚았고, 현재 64억 원의 빚이 남아 있다.

형식적인 감사, 재정에 무관심한 교인

조사위원들은 평소 재정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담임목사와 재정부가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다른 교회처럼 포항중앙교회 교인들도 재정에 관심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제직회 출석률만 봐도 알 수 있다. 재정 보고가 이뤄지는 제직회에 참석하는 교인은 평균 100~200명에 그쳤다. 반면, 재정 문제가 터진 뒤 열린 6월 21일 임시 제직회에는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포항중앙교회 제직은 2,000명이 넘는다.

연말에 열리는 공동의회도 마찬가지다. 조사위는 "공동의회는 예외 없이 20~30분 안에 끝이 났다. 교인들이 의견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재정 및 감사 보고도 묻어갔다고 했다. 포항중앙교회는 공동의회 때 B4 용지 한 장 앞뒤 면에 재정을 보고한다. 각 항목별로 예·결산 금액이 표기돼 있고, 얼마가 이월됐는지 나와 있다. 감사는 직전 년도 당회 서기와 안수집사, 두 명이 한다. 감사 보고는 구두로 하며, 재정이 규정에 맞게 쓰였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게 전부다.

조사위는 그동안 재정 감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해했다. 교회 재정 감사를 한 적 있는 한 장로는 일일이 통장까지 들여다보지 않고, 장부와 증빙서류 등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 문제점이 드러나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서로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으니까, 당사자에게만 문제점을 언급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해마다 감사위원이 바뀌고,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가장 최근 재정을 감사한 장로와 안수집사에게 감사 절차와 내용 등을 물었지만, "알려 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교회 측, "재정 감사 제대로 한다"…통장 5년 지나면 폐기

▲ 포항중앙교회 재정 보고는 분기마다 열리는 제직회와 연말에 열리는 공동의회에서 한다. 1년을 마무리하는 결산 보고는 B4 용지 한 장 앞뒤 면에 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당회의 기능이 유명무실하고,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포항중앙교회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교회가 추진한 모든 사업은 당회와 제직회 논의를 거쳐 진행했고, 서임중 목사가 독단적으로 진행한 적도 없다고 했다.

대외협력위원장 박 아무개 장로는 "조사위가 서 목사님의 카리스마를 확대해서 이야기한 것 같다.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일처리를 할 거면 당회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재정이 많이 들어간 사업도 전 교인의 공감대가 형성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장로는 자신도 교회 재정을 감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예산이 40~50억 정도 되기 때문에 장부와 통장을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특정 그룹이 재정 정보를 공유해 왔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했다. 박 장로는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 재정 자료를 나눠 주는데,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조사위가 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여야가 한 사안을 두고 달리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진실은 법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사위가 전 사무국장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재정 문제를 조사하던 조사위는 재정부에 통장과 장부 등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포항중앙교회 한 목사는 "일반 기업도 3년이 지나면 장부를 파기한다. 우리 교회는 5년이 지나면 파기하는데, 조사위가 10년이 지난 자료를 요청해 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정 논란으로 교회가 시끄러워지자, 손병렬 담임목사는 재정 체계를 새로 세울 것이라고 했다. 손 목사는 6월 21일 임시 제직회에서, 재정 집행은 총회 헌법과 교회 정관에 따라 진행하며 재정 보고도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1년에 한 번 하는 감사를 '상시 감사'로 바꾸고, 전산망을 구축해 교회의 모든 재정을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교회 문제 중 1위가 '재정'…"교회 구성원, 청지기적 주체 의식 필요"

교회 재정 문제는 포항중앙교회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12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방인성·백종국·윤경아)는 10년간의 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를 펴냈다. 상담을 요청해 온 교인들 중 가장 많은 주제가 '목회자의 재정 전횡'이었다(230건, 53.1%). 지난해 역시 재정 전횡이 1순위였다. 개혁연대는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통한 불신에서 재정 문제가 일어나고, 대부분 담임목사가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지나친 권력 가진 담임목사가 교회 망친다 / 교회 분쟁의 톱3, 재정 전횡·독단적 운영·성 문제) 이번에 드러난 포항중앙교회 재정 문제도 개혁연대의 분석 내용과 맞닿아 있다.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포항중앙교회처럼 차명 계좌를 운용하다 문제가 된 교회는 한둘이 아니다. 재정 정보를 특정 소수가 독점한 채 교인들과 공유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것은 교인들 사이에 '배신감'과 '불신'이 생기고, 심할 경우 교회 '분쟁'으로 치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감추는 것보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인들의 '관심'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최호윤 회계사는 <한손에 잡히는 교회 재정>(뉴스앤조이)에서, 한국교회는 교회 재정 관리를 위한 복잡한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교회 구성원들이 청지기적 주체 의식을 회복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한손에 잡히는 교회 재정>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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