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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5·18 아픔 쓰다듬지 못할망정 망언을…"
여수 은파교회 고만호 목사 5·18 폄하 설교 회개 촉구 기도회 및 규탄 대회
  • 정병진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3.22 15:23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가 2월 24일 3·1 독립운동 100주년 감사 예배 때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폭력은 자랑할 게 못 된다"고 언급해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광주교회협), 오월어머니집을 비롯한 여러 기독 단체와 시민사회 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교회협,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전남동부교회협) 등 여러 단체는 3월 21일 목요일 오후 2시 여수은파교회 앞에서 '고만호 목사 5·18 폄하 설교 회개 촉구 기도회 및 규탄 대회'를 열었다.

고만호 목사는 2월 24일 설교에서 "3·1 운동은 비폭력 정신으로 일관했다"면서 "5·18은 민주화 운동이긴 하지만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 내가 직접 봤다. (시민들이)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다. 폭탄을 도청 안에 어마어마하게 장치했다.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고 말했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자랑할 게 못 된다며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고만호목사5·18망언설교회개촉구대책위원회(장헌권 위원장), 광주교회협, 전남동부교회협, 오월어머니집 등 60여 단체는 고만호 목사의 공개 사과와 회개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고만호 목사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역사의식이나 광주시민들의 경험과 기억,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도 배치된다"며, 다음 네 가지 질문을 던지며 성실하게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첫째, 5·18 민주화 운동은 계엄군이든 시민이든 '폭력'이 문제였는가.
둘째, 고만호 목사는 (시민들이)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셋째, '요즘 한국의 시위는 외국인이 '전쟁 난 것 같다' 할 정도 과격하다'고 언급했는데, 고 목사는 이 사실을 직접 확인했는가.
넷째, 고만호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직접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최루탄 가스를 마셨으면 5·18 피해자인가."

이어 △고만호 목사는 3월 말까지 주일예배 설교에서 5·18 폄하 발언을 사과할 것△매년 5·18 추모 예배를 실시할 것 △5·18 단체(부상자동지회, 유족회, 5·18재단 등)를 만나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정병진

이날 기도회 설교는 장헌권 목사가 맡았다. 장 목사는 "광주 오월의 정신은 정의의 정신이고 불의에 항거한 공의의 정신인데, 5·18 민주화 운동을 마치 폭도들이 한 것처럼, 폭력을 사용한 것처럼 어떻게 거짓말로 설교를 할 수 있겠느냐"며 고만호 목사의 5·18 폄하 설교의 잘못을 꼬집었다. 그는 전두환 씨가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광주 법정에 온 날에 쓴 시를 읽고 설교를 마무리했다.

"망월동에서 보낸 편지

칼바람 불어오는 혹독한 세월
억울한 주검들이
도란도란 누워 있다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는 또다시 폭도가 괴물이 되었다
광주 눈물비가 내리는 동안
학살자가 또 광주를 쏘았다
너무 태연한 민낯에 어린 학생들
교실 안에 물러가라 외치는 소리
침묵의 봄꽃으로 다시 피어나
피의 함성으로
무등산 새벽을 깨운다
길가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오열하는 오월 어머니의 고통을
누가 알겠느냐
봄은 어차피 저 어머니의 눈물을
머금으면서 오고 있다
(하략)"

규탄 발언 중인 정현애 이사장. 사진 제공 정병진

기도회 후 진행한 규탄 대회에서 오월어머니집 정현애 이사장이 발언했다.

"목사님을 규탄할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월 어머니들은 40년 동안 가슴앓이하며 살아왔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정치권에서 망발이 터져 나와 잠을 못자고 있다. 우리 어머니들이 이런 망발이 나오지 않도록, 역사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울과 금남로에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태극기 모독을 하는 사람들 집회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떤 목사님이 광주를 폭력이라고 한다. (5·18을) 폭력을 쓰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같은 고향에서 일어난 참혹한 역사적 사실을 보고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나. 사람들의 고난과 아픔을 쓰다듬어야 할 목사님이 그런 발언을 하실 수 있는지 귀가 의심스러웠다.

고만호 목사는 '5·18에 대해 안다',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정말 알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오월 어머니들 중에는 계엄군 총탄에 맞아 얼굴이 반이 날아간 자식을 부여안고 사신 분도 있다. 얼굴이 다 뭉개져 처음에는 자기 자식인지도 모르고 (자식을) 행방불명자로 무덤에 묻고 살았던 어머니도 계신다."

이어 정 이사장은 고 목사가 설교에서 언급한 광주교도소 습격설이 허위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교도소 습격 사건? 지나가는 일가족에게 군인들이 총을 쏴서 어머니는 죽고 네 살 아이는 그때 총을 맞아 지금도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폭력을 알고 있는가. 이런 폭력에는 왜 눈을 감는가. 정말 눈을 똑바로 뜨고 5·18의 폭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 달라.

이것은 역사에 대한 왜곡이고 망동이다. 현장에 있었다고 하는 고만호 목사는 그 현장의 역사적 진실을 바르게 전해야 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모른다면 광주 현장에 와서 정확히 알고 설교하기 바란다. 5·18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노라고 직접 공개 사과하는 게 목사의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이번 집회 성명서를 초안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김병균 목사도 규탄 발언을 했다. 그는 "목사의 주된 임무는 설교이고, 설교는 하나님 말씀을 올바로 해석해 선포하는 일인데, 우리는 지금 고만호 목사의 망언 설교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고 목사는 (설교에서) '요즘 우리나라 시위를 보면 전쟁터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광화문 시위를 비롯해 최근 한국의 시위 문화는 세계적 평화 시위다. 5·18 당시도 5000자루 총기가 돌아다녔지만 은행 금고 하나 털리지 않았고, 총기 오발 사고도 없었으며, 도청 캐비닛에 공무원들 봉급도 그대로 있었다"며 고 목사가 5·18을 '폭력'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폭력'은 불법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인데, 5·18 당시 전두환이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켜 군권을 잡고 광주에 2만 5000여 계엄군과 공수부대를 투입해 광주시민을 몽둥이질하고 대검으로 찌르고 헬기 기총소사를 하고, 총기로 쏘아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폭력은 전두환이 저질렀고 광주시민들은 저항한 것인데 고 목사는 '민주화 운동이기는 하지만 폭력'이라고 한다"고 질타했다.

'5·18 폄하 설교, 고만호 목사는 공개 사과하고 회개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는 광주 참사랑교회 김현 목사. 사진 제공 정병진

고만호 목사는 교회 앞 집회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집회 주최 측과 오월어머니집 관계자에게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여수진보연대 관계자에게 'NCC 일부 회원의 요청에 의한 답변'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이 글에서 고 목사는 "본인은 5·18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며, 5·18로 인해 동기를 잃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5·18을 왜곡하고 폄훼할 수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는 자랑스러운 민주화 운동이었지만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서 혹이나 마음에 상처를 받으셨거나 불쾌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목회자로서 겸손하게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문서 제목은 'NCC 일부 회원의 요청에 의한 답변'이고 수신이 '전남동부NCC 회장'으로 돼 있다. 문서를 받았다는 여수진보연대 관계자는 이를 3월 19일 은파교회 어느 목사에게 사진으로만 받았다고 밝혔다. 공식 발송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됐다.

이 소식을 듣고 오월어머니집와 광주교회협, 전남동부교회협 관계자들은 "'사과문'으로 인정하기 힘든 내용이며, 규탄 집회를 피하고자 쓴 입장문이나 유감 표명문 정도에 불과하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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