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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언론·미디어 생태계에 대하여
[김상덕의 미디어와 한국교회] 표현의자유에 따른 사회적 책임의 규칙
  • 김상덕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01.14 16:07

지난 글에서 나는 한국 사회의 '가짜 뉴스 현상'을 우려하며, 언론 평가의 중요한 두 척도인 자유와 책임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사회는 독재 및 언론의 통제에 맞서 언론 및 표현의자유를 위해 많은 노력과 진보를 이뤄 왔다. 민주 사회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나아가 다양한 생각이 공론화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언론은 다양한 집단 구성원의 생각과 정보를 교류하게 해 공동체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한다.

반면, 지나친 표현의자유는 언론을 값싼 선전 도구로 전락시킨다. 표현의자유 뒤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한국 사회 내 표현의자유가 여전히 부족하지만, 동시에 표현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인터넷 댓글 문화는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언론 기사도 상황은 유사하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비해 내용은 내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언론은 구독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사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 또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미디어라는 공적 영역에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일종의 규칙이 필요하다. 건강한 언론·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세 가지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진실과 정확성

첫째, 진실과 정확성이다. 진실은 언론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이다. 또한 진실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토양과 같다. 여기서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언론은 진실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진실을 소유하거나 주장할 수 없다. 한 사건에 대한 유일하고 총체적인 진실을 안다는 것은 (하나님 외엔) 불가능하다. 또한 진실과 사실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자. 진실이란 수많은 시각과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주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원화 사회에서 이념이나 신앙의 이름으로 진실을 독점한 듯한 태도는 지양해야 하듯, 언론 또한 진실을 독점하거나 독점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질문은, 다양하게 제기되는 진실의 가능성 속에서 '언론은 어떻게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따라서 언론은 사실(fact)에 근거한 정확성(accuracy)을 추구해야 한다. 언론의 정확성이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언론의 고유한 전문 영역이기도 하다. 언론은 정보를 수집하고 사건의 사실관계를 바르게 파악해 시민들의 눈과 귀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언론의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는 충분한 취재 인력과 정보 접근 능력이 필수다. 언론의 전문성은 정보력 및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살피는 능력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이 필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한국의 다수 주류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은 커다란 사회적 손실이다. 오랜 전통과 정보력, 취재 노하우를 습득해 온 주류 언론 및 방송사가 사실에 기반한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하지 못한다면 이는 직무유기와 같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매체들은 할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언론 보도에 있어서 속도와 정확성은 마치 동시에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와 같다. 한국 언론이 신뢰를 잃는 것은 '속도'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정확성'을 포기해 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즉, 사건의 사실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노력보다 데스크(desk)가 원하는 방향에 맞추는 데 급급해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에 기반한 보도' 대신 '보도 프레임에 끼워 맞춘 사실'을 전하는 보도 방식을 의미한다. 결국 사실에 기반한 진실이 아니라 프레임을 가지고 각자 보고 싶은 진실을 주장하는 언론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통 언론들이 프레임화한 진실을 주장하면서부터, 이른바 '대안 언론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위한 두 번째 기준인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권력 및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

한국의 대안 언론들은 정부 및 권력의 통제나 영향에서 벗어나, 언론 스스로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바탕 위에 서 있다. 대안 언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독립성이다. 한국 탐사 보도의 등장 또한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대안 언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부끄러웠던 그날, 우리는 한국 언론의 비루하고 무능력한 모습을 목도했다. 언론이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진실을 왜곡하려고 했던 모습들을 본 다수의 국민은 이를 계기로 언론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권력의 편에 서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은 언론의 신뢰성에 커다란 생채기를 냈다. 따라서 한국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구조 및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언론의 독립성을 강조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는 바로 언론의 상업화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언론의 독립성을 가장 침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이다. 가짜 뉴스 현상을 '정치의 과잉화' 현상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흐름을 만들어 내는 내부적 동력 또한 자본이다. 어떤 언론·미디어도 생존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언론·미디어 생태계에서 자본은 항상 먹이사슬 맨 위에 위치한다. 언론의 기조나 생산 방식, 보도 결과물 등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얼마나 많은 독자가 읽을 것인가'와 '얼마나 많은 광고주를 얻어 내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대안 언론의 경우,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업적 구조에 덜 의존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래서 자체적으로 수익 구조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진다.1)

대안 언론은 현실적으로 주류 언론에 비해 시간·인력·자원 등 물리적인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많은 이슈와 사건들 가운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들의 소명을 완수하고자 한다. 이때 발생하는 고민은 '어떤 기준에 의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배제할 것인가'일 것이다. 개별 언론사 입장에서 보도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보도되지 않는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언론이 담아내지 못할 뿐 소개되지 않은 의미 있는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건강한 민주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가 표현되는 사회이다. 이는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고민할 때 세 번째 기준이 된다. 바로 공정성과 다양성이다.

공정하고 다양한 언론 생태계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생각한 지점은 공정성(fairness)과 다양성(diversity)이다.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것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 판단이 포함된 개념이다. 이는 진실(truth)이나 사실(fact)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비록 언론 보도가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도 그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공정하지 못할 때가 있을 수 있다. 진실의 문제가 '하나의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와 관련한다면, 공정성은 '어떤 사건을 보도하고 어떤 사건을 보도하지 않을 것인가', '어떤 말을 포함하고 어떤 행동을 제외할 것인가'의 문제다. 마치 한 사람의 표정에 대해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표정을 고르거나 혹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재현하는 문제다. 남성은 포함하고 여성은 배제하는 선택의 문제와 다양한 사회 계층이 각각 어떤 빈도로 어떻게 재현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에서 노사 간 갈등이 생겼다고 하자.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대량 해고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했다. 노동조합원들은 사측의 결정에 반대하며 대화를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에 조합원들은 공장을 중단하고 파업을 결의한다. 공장 입구에 모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부당 해고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다. 사측은 노동조합과 파업을 와해하기 위해 용역(strike breaker)을 고용한다. 언론사들도 이를 비중 있게 다루기로 하고 파업 현장에 진을 치고 있다. 한 사진기자가 신분을 숨기고 공장 내부 파업 노동자들 속으로 잠입에 성공한다. 그때 한 사람이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에서 고용된 용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그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잠입 취재 중이던 이 기자는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흥분한 대여섯 명의 노동자가 무방비 상태의 용역을 구타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다음 날 이 사진은 주간지 1면에 실려 큰 화제가 된다. 또한 이 사진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잠입 취재하고 노사 간 갈등의 폭력성을 생생하게 담아낸 공로를 인정받아,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다. 바로 밀턴 브룩스(Milton Brooks, 1901-1956)의 이야기다.2)

1941년 밀턴 브룩스가 찍어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 'Ford Strikers Riot'.

이 사건은 미국 최대 규모의 노동쟁의 중 하나였던 디트로이트 포드 자동차 노동 파업(1941) 이야기다. 밀턴 브룩스가 찍은 사진과 언론 보도는 공정한가. 노동자가 용역을 폭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포드 자동차 파업의 전체 맥락을 설명해 주진 않는다. 언론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건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사건의 한 단면만을 부각하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당시 디트로이트 신문에 실린 파업 노동자들의 폭력적 장면은 파업의 정당성을 약화하고 포드 자동차 사측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한 언론이라면 사회를 바라보는 정의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면 현대사회 속에서 정의로운 관점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언론과 관련해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바로 다양성이다. 만약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로 - 권력의 간섭이나 재정적인 한계 등의 이유로, 특정한 계층 및 집단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면, 그것은 공정한 것인가 되물어야 한다. 특별히 우리는 언론이 약자의 목소리를 바르게 충분히 재현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공영 언론 및 방송이 가진 공적 역할이 있다고 본다. 상업화한 언론 생태계 속에서 공영 언론은 다양한 계층과 소외된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적 책무를 가졌음을 강조하고 싶다.

정확하게, 다양하게, 공정하게, 정의롭게

표현의 통제와 왜곡은 곧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회 구성원의 통제이자 왜곡이다. 한국 사회가 보다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좀 더 자유롭게 소통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자유로운 언론은 그에 합당한 책임이 동반된다. 언론의 신뢰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확하게, 다양하게, 공정하게, 그리고 정의롭게 언론의 생태계를 바꿔 나가길 감히 제안해 본다. 

1) 공영 및 민영 언론에 이어, 최근에는 시민들이 연대하여 만드는 시민 언론들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 Carol Quirke, Eyes on Labor: News Photography and America’s Working Class (Oxfor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pp.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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