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부탁해> / 김민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264쪽 / 1만 2000원

김민석 작가는 만화라는 도구에 성경과 신학을 접목해 기독교를 대중에게 소개한다. 이러한 작업은 믿음의 초보자들과 일반인들에게 기독교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전하는 좋은 초청장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신앙 초창기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기존 교인들에게도 신선한 자극과 도전을 준다. 세상의 뉴스를 통해 고발당하고 빌라도의 법정에서 수치를 당하는 기독교와 교회에게 그의 작품은 잠자는 영혼을 깨우는 확성기가 되고 있다.

<교회를 부탁해>(새물결플러스)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연재되었고 책으로도 출판된 적이 있다. 이번에 조금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새로운 옷을 입고 새물결플러스에서 다시 나왔다. 교회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상처와 소망이 책을 통해 드러난다. 그가 가진 개인적 아픔과 희망만 담긴 것이 아니라 지금 교회에 속해 있는 교인과 떠나 있는 모든 교인의 마음을 대신한 것이라 여겨진다. 필자 또한 학생 때 다녔던 교회를 떠올리면, 관계에서는 기쁨이 있었지만 진리에 있어서는 질식이었고 모범에 있어서는 불량이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독재 시대와 경제성장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들은 시대적 한계 속에서 그러한 세상의 가치를 분별해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했다. 교회가 권력의 핵심부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처럼 가르치고, 기독교가 권력화해 힘을 갖는 것을 하나님 뜻으로 여겼다. 복음의 참된 의미와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삶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 세상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힘의 논리로 교회의 정체성을 보여 주었다.

<교회를 부탁해>는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은 책이다. 교회를 세워 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이 그 역사를 이어 가지만 그 사람은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 욕망을 교회 안에서 이루려는 사람은 교회를 훼손할 수 있고 병들게 할 수 있다. 세상의 방법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사람은 교회의 본질을 왜곡하고 교회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

저자는 '에끌'이라는 소녀 주인공을 통해 현대 교회가 얼마나 나쁜 약을 먹고 있는지 보여 준다. 마치 아담과 하와에게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하신 열매를 먹는 것 같다. 저자도 성경 속에 이 언약과 명령을 사용해 스토리를 전개한다. 교회가 먹어야 할 음식은 오직 생명의 말씀이다. 교회는 진리가 교회의 인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에끌을 통해 표현되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임을 기억하고 신실한 주님의 제자가 되어야 한다.

현대 교회가 먹고 있는 나쁜 알약은 무엇일까. 저자는 콘스탄틴 이후에 높은 강단 중앙에 서서 목사의 설교에만 의존하는 제도화한 극장식 예배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실제 중세 시대에 라틴어로만 설교될 때 하늘을 향한 음성을 닫아 버리는 것이 되었고, 교인을 무지하고 영적으로 잠자게 만드는 무서운 형식이 되었다. 목사의 설교를 통해 교회가 부흥해야 하는데, 오히려 잘못 맺어진 관계와 제도를 통해 교회는 사람들의 욕망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또한 교회는 건물을 화려하게 짓고 성공과 번영신학을 추구하는 공동체가 됐다. 기독교 국교화 이후 교회의 거룩성과 보편성은 상실되었다. 교회는 갈수록 약자를 향하는 하나님의 심정이 담긴 삶과 예수님께서 베푸신 긍휼의 삶을 살아 내지 못했고, 복음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 이용하는 도구가 되었다. 겉으로는 몸집이 커져 갔지만 속은 병들어 갔고 교회와 성도는 약해졌다.

그리고 이 책은 교회 안에 회개 없는 교회와 회심이 없는 삶을 다룬다. 사람들은 몸만 이끌고 교회에 나갔다. 교회는 자신을 더 있어 보이게 하는 장신구가 되었다. 몸에 있는 모든 장신구를 떼고 하나님의 앞에서 성결이라는 장신구를 붙여야 할 텐데, 값싼 복음 값싼 기독교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부분이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바울 신앙보다 디모데 신앙이 교회 안에 대부분이라지만, 자신의 죄와 비참함을 모르고 하는 신앙생활이 많다는 것은 교회가 영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세 가지 치유책을 제시한다. 근원으로 돌아가라, 하나님의 계명을 지켜라,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신실함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한 교회에 세워진 목사는 분명히 그 공동체에서 말씀의 정점에 있어야 한다. 능력 있고 하나님의 심정을 보여 주는 설교를 전해야 한다. 교인은 그 말씀을 통해 깨어지고 회개하고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로 돌이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을 전부로 여기는 신앙이 되어서는 안 되고, 초대교회처럼 그 말씀이 어떠한지 상고하고 역동적인 성경 공부와 풍성한 나눔이 있어야 할 것이다. 목회자가 우상화되고 설교가 상품처럼 취급되고 소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리는 독점이 되어서는 안 되고 공유되고 확인되어야 한다. 설교가 교회 안에서 너무 중요하지만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얇지만 무거운 만화를 통해 다시 점검하게 된다.

시편을 보니 세상의 방법이 높임 받을 때 악인들이 곳곳에서 활개를 친다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교회에도 적용이 될 것 같다. 교회가 주님께서 교회를 어떻게 사랑하셨고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알지 못하고 세상의 논리와 방법을 따를 때, 주님이 주신 십자가의 길을 가는 신실한 제자는 없어지고 자신의 꿈과 욕망을 이루려는 탐욕의 공동체만 남을 것이다. 교회 안에 주님의 방법이 높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에스겔이 이것을 배에 넣고 창자에까지 채워 말씀이 인격이 되게 한 것처럼 그 말씀을 먹어야 하고 살아 내야 한다. 이 땅 어디에도 안전 지대는 없다. 오직 주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것만이 안전 지대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신실함을 기억하여 그분처럼 한 방향으로 오랜 순종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한 사람을 통해 교회는 건강해질 것이고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의 모습을 회복해 갈 것이다.

교회는 예수님이 세우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도 세상의 방법과 논리가 다스리는 곳이 아니다. 교회는 주님이 피로 사신 곳이자 직접 세우신 곳이다. 이곳은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는 곳이다. 교회의 머리가 주님이 되지 못하고 사람이 될 때 하나님의 영을 거부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내가 교회를 세워 가는지 주님께 순종함으로 세워 가는지 늘 말씀에 입각해 점검해야 할 것이다. "내가 내 교회를 세우리니"(마 16:18)라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를 통해 이루어져 가길 소망한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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