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기원하는 성탄절 거리 기도회가 12월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저는 보수적인 신앙관을 지닌 학교에서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당대 가장 소외된 자들과 먹고 마시는 일을 꺼리지 않으셨고,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개신교의 모습은 어떤가요.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정죄하고 그들에게 율법의 잣대를 들이댑니다. 혐오하는 데 성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셨듯, 우리 주변에도 혐오가 아닌 사랑이 퍼져 나가길 기도합니다. 사랑하니까 반대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니까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광장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원하는 기도가 울려 퍼졌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곧 교회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동성애 진영의 주장과 달리,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뜻과 맞다는 기도에 "아멘"으로 답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무지개예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인권센터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하늘엔 영광 땅에는 차별금지법'이라는 주제로 거리 기도회를 열었다. 12월 21일 열린 기도회에는 40여 명이 참석해 함께 찬양하고 기도했다. 

자캐오 신부(대한성공회 길찾는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성탄의 정신을 실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말씀 나눔을 맡은 길찾는교회 자캐오 신부는 '임마누엘'이라는 단어로 성탄절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신처럼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려는 시대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오래 전 낮고 낮은 우리 가운데 오셔서 사람이 되셨고, 우리 가운데 함께하신다. 사람이 되신 그분은 작고 연약해 보잘것없는 취급을 당하는 이들 곁에 계셨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 또한 성탄의 정신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자캐오 신부는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지금 여기에서 성탄의 정신을 실현하며 사는 일이라 믿는다. 하나님은 차별과 배제, 혐오를 일삼는 사람을 사랑하실까? 아니다. 평화를 실천하고 사랑과 연대를 살아 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힘쓰는 이들이야말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교회협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하나님의 사랑에는 제한이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회협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전달돼야 한다고 했다. 박 소장은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이 될 때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성탄의 기쁨이 온 세상에 가득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누리는 성탄의 기쁨이 차별받는 모두에게 퍼져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성찬에 참여한 기도회 참석자들은 한 손에는 전자 초를, 다른 한 손에는 악보를 들고 "사랑하세 사랑이 이기네 / 모든 차별과 미워함은 우리 것이 아니네 / 사랑하세 사랑이 이기네 / 우리를 사랑한 사랑으로"를 불렀다. 이들은 서울광장 앞에 세워진 대형 트리에 걸린 무지개 깃발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원하는 캐롤을 부르며 기도회를 마쳤다.

참석자 40여 명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도회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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