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계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반동연·주요셉 대표)는 7월 17일, 특정인을 겨냥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남 지역에서 목회하는 이 아무개 목사 부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소속 이 목사가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를 졸업한 아들 이 전도사의 '퀴어신학 옹호' 행위에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이 전도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임보라 목사)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하고 있었다. 반동연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지정했거나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다고 했다. 예장통합 출신 이 전도사가 그곳에서 사역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동연은 장성한 아들 전도사의 행동에, 예장통합 현직 목사인 아버지가 책임지고 사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동시에 이 전도사의 페이스북을 사찰한 사진과 개인 정보를 홈페이지에 그대로 노출했다. 이 전도사 아내와 아이들 얼굴까지 여과 없이 올라갔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는 홈페이지에 이 전도사와 그의 아내, 아이들 얼굴까지 여과 없이 올렸다. 홈페이지 갈무리

반동연의 압박은 실제로 힘을 발휘했다. 글이 올라간 지 하루도 안 되어서, 이 전도사는 섬돌향린교회 교육전도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반동연이 가족까지 언급한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반동성애 총회 결의 통과 후 10개월
성소수자·지지자 탄압 근거로 사용
사상·학문의자유 저버린 장신대

반동연은 이 목사 부자가 예장통합 소속이라는 점을 이용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9월 총회에서 동성애자 당사자와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이는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고, 교회에서 직분을 받을 수 없으며, 목회자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대표적인 보수 교단 예장합동·고신·합신 등과 비교하면 예장통합은 신학적 스펙트럼이 넓은 곳이다. 그런 예장통합이 다른 보수 교단도 하지 않은 결의를 해 교계에 충격을 줬다. 일부 교단 구성원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총회 현장에서 발의·통과된 결의라며, 동성애 문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구성원의 지지로 교단 안에서는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반동성애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들에게 이 결의는 무기가 됐다. 교단 소속 목회자나 교수·학생이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거나 동성애에 조금이라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 이 결의안을 가지고 마녀사냥하듯 문제 삼았다.

장신대는 반동성애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간 장신대에서는 동성애와 관련한 여러 토론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교단 결의로 이제 토론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곳이 됐다. 장신대는 올해 5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동성애 혐오에 반대하며 무지개 깃발을 든 학생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교단 장로들은 한술 더 떴다. 7월 초 열린 장로 수련회에서, 무지개 깃발을 든 학생들 사진을 문제 삼으며 장신대 임성빈 총장에게 그 학생들을 비롯해 동성애 문제에 적극 반대하지 않는 교수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장신대는 부리나케 교단 결의를 따르고 있다는 입장문을 써서 수련회 장소로 내려가 해명했다. 

교단 내외에서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은 장신대를 주목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신대는 실제로 학교 규정을 바꾸며 총회 결의를 이행하고 있다. 5월 31일 자로 '신학대학원 학칙 시행 세칙'을 개정했는데, 47조 징계 항목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동성애에 관한 결의에 반하는 행위를 한 학생'이 추가됐다. 신학교 최초로 입학할 때 반동성애 서약도 받게 됐다. 

그럼에도 반동성애 진영의 공격이 멈추지 않자, 임성빈 총장은 7월 20일 '장신 공동체에 드리는 총장 서신'을 발표해 "장신대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천명했다. 학교가 동성애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동성애자를 어떻게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담은 '교육 지침'도 첨부했다.

총회 결의 지켜야 한다며 동성애 공격
다른 총회 결의·법에는 나 몰라라
"명성교회 반대 교수들 재갈 물리려는 시도"

예장통합 내 반동성애를 적극 주장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이참에 교단 내 동성애 지지자들을 색출해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예장통합이 반동성애에 열을 내는 것에 냉소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총회 결의에는 소극적이면서, 동성애자와 같은 힘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강경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예장통합은 2011년 총회에서 소속 교회들에 선교 단체 '인터콥' 참여를 자제하라고 결의했다. 이 결의는 2013년 재심, 2015년에 재재심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예장통합 소속 교회에서 인터콥과 연계해 단기 선교를 떠나고, 예장통합 교인들 중에도 인터콥에 몸담고 있는 평신도 선교사가 많다. 총회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는다. 

'세습금지법'도 마찬가지다. 2013년 98회 총회는 총대원 84% 지지를 받아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지난해 세습금지법을 보란 듯이 어기는 사례가 발생했다. 교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을 마친 것이다.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이들은 법률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며, 어떻게든 구멍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세습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장신대 교수 대부분이 명성교회 세습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동성애 문제로 학교를 공격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단 내 특정 세력이 동성애 이슈에만 열을 올리는 현상을 놓고, 일부 목회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비판하기 쉬운 대상인 동성애자를 타깃 삼아 다른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예장통합 소속 A 목사는 반동성애 활동가들이 장신대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 명성교회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동성애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지지·반대를 떠나 학자로서 이슈를 연구하면서 판단을 유보할 수도 있는데, 그걸 마녀사냥하듯이 몰아붙이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장신대 교수 대부분이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교회를 위태롭게 하는 건 동성애가 아니라 오히려 이성애자인데, 왜 동성애만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B 목사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교회 성폭력 대부분이 남성 목회자가 여성 교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성폭력은 주로 이성 관계에서 발생하지 동성 관계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목회자 성폭력에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본인들은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동성애자를 괴물로 만든 것이다.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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