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은 광화문 세월호 광장 4주년 기념행사, 이석기 석방 문화제, 퀴어 문화 축제 등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온갖 집회로 수많은 구호가 공존하는 민주주의 장마당이 열린 것 같은 날이었다.

우리 416합창단은 세월호 광장 4주년 행사와 이석기 석방 문화제에 참여한 후,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에 찾아갔다. 광화문에서 대한문까지 가는 동안 퀴어 축제 맞대응으로 동성애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여러 기독교 단체를 볼 수 있었다. 대한문 앞에 다다르자, 대형 트럭 위에 엄청난 음향 장비를 갖춰 놓고 서울시청광장이 떠나가듯 찬양을 내보내며 그 찬양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과 마주해야 했다.

대한문 앞에 있는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 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분향소는 주변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안내를 받고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서른 명의 그림 영정이 있는 분향소는 어둡고 초라했다. 극우 단체들의 온갖 욕설과 비난, 시끄러운 소음을 견뎌 가며 분향소를 지키는 몇몇 분은 초연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분향을 하고 서른 명의 희생자를 생각하며 '잊지 않을게'를 부르면서,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들이나 노래하는 우리나 200% 이상 공감한다는 걸 서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옆에서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찬양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소음이 끼어들 여지는 단 1%도 없었다.

분향하면서 내내 든 생각은 너무도 폭력적이라는 것이었다. 강제 해고와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집행이 억울하다고 10년에 걸쳐 호소하는 동안, 서른 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사람이 발생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차린 분향소였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그 바로 옆에서 하나님을 찬양한다며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떠오른 건, 광화문에서 내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려 달라며 목숨 걸고 단식하는 세월호 유가족 옆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켜 먹은 일간베스트 회원들 모습이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이들 앞에서 광기 어린 모습으로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폭력, 그 자체였다.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삼았던 폭력의 역사는 깊고도 깊지만, 직접 눈으로 목격한 저들의 폭력에서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꼈다.

보수 기독교와 시민단체 주관으로 대한문 인근에서 열린 퀴어 축제 '맞불 집회'. 뉴스앤조이 이용필
416합창단은 분향소 앞에서 '잊지 않을게'를 불렀다. 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어린양 예수의 슬픔. 하나님을 위한 열심을 내세워 예수를 십자기에 못 박아 죽인 것처럼, 지금도 같은 류의 폭력이 우리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쌍용자동차 투쟁이나 세월호 진상 규명 투쟁은 모두 생명에 관한 것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말고 같이 살자는 것이다. 생명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을 놓치고서 어떻게 하나님 사랑을, 예수의 십자가를 얘기할 수 있을까.

최순화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창현 군 어머니, 416합창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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