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영국성공회가 교단 산하 학교 4,700곳에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학생을 차별하지 말라는 지침서를 전달했다. 이 지침서는 '동성애자 괴롭힘'을 금지한 2014년 지침서를 조금 더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동성애 혐오'라는 단어 외에 '양성애자 혐오', '트랜스젠더 혐오'를 추가해 젠더 정체성 때문에 괴롭힘당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지침서는 영국성공회 교육국이 작성한 것으로 총 52페이지에 달한다. LGBT 학생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면 안 되는지 알려 주는 단순한 권고안만 담겨 있는 게 아니다. 괴롭힘의 정의,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 피해자, 평교사, 학교 임원, 부모가 취해야 할 행동, 사건 경위를 작성할 수 있는 문서 예시 등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영국성공회 교육국은 산하 4,700개 학교에서 지켜야 할 LGBT 괴롭힘 관련 지침서를 발표했다. 영국성공회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성공회는 여전히 "동성애는 죄악이며 동성 결혼은 금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달라야 한다는 게 교육국 주장이다. 교육국은 현재 영국에서 LGBT가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LGBT가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오늘날 영국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교육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정의했다.

지침서는 먼저 '성'(性)과 관련한 용어부터 정의한다. '젠더 정체성'에 해당하는 시스젠더, 넌바이너리, 트랜스, 트랜스젠더 남성, 트랜스젠더 여성이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하고, '성적 지향' 범주에 들어가는 양성애자·게이·레즈비언·동성애자 등도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소개한다.

학교가 시행해야 할 권고안은 총 12가지다. △LGBT 괴롭힘에 대한 학교 구성원(교사, 교목, 직원 등) 대상 교육 △LGBT를 배제하지 않는 예배 △LGBT 괴롭힘의 사전적 정의와 예방법 습득 △학생들 대상 젠더 정체성 교육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지침서는 '동성애' 보다 '트랜스젠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동일한 생물학적 성별을 가진 이들과 다르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하는지 알려 주고 있다. 예를 들면, 만 5세 미만 남자 아이라도, 스스로 원한다면 발레용 치마, 하이힐, 티아라 등을 착용하는 것을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국은 영국성공회 안에서도 인간의 성과 결혼, 젠더 정체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백만 명에 달한다. 모든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 아이들은 이런 탐구 과정에서 타인의 정죄와 괴롭힘에서 자유해야 한다"고 지침서 작성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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