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헌법위원회가 세습금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세습 불똥이 엉뚱하게 세습금지법으로 튀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헌법위원회(이재팔 위원장)가 세습금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법이 법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있다며 개정을 예고했다.

예장통합은 2013년 98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담임목사를 할 수 없게 했다. 이후 무리 없이 시행돼 온 세습금지법은 지난해 11월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을 강행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금지법의 '은퇴하는' 문구를 문제 삼았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2015년 12월 '은퇴했기' 때문에 세습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2년 정도 지난 뒤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으니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동남노회 전 노회장 최관섭 목사는 올해 2월, 이미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의 경우에도 세습금지법이 적용되느냐고 헌법위에 질의했다. 헌법위는 5월 "현재 헌법 조항으로는 청빙을 제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총회 임원회는 "세습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해석이다"며 반려했지만, 헌법위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헌법위원장 이재팔 목사는 6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세습금지)법이 미비한 상태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청안을 다음 주에 제출할 것이다. 법을 폐기하자는 취지는 아니다"고 했다. 진행 중인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세습금지)법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명성교회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헌법위가 '은퇴 시점'을 담은 개정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총회 관계자는 "99회 총회에서 '이미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조항이 부결된 적 있다. 헌법위는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다음 아들 목사가 왔으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시점이 문제인데, 담임목사가 은퇴한 다음 2~3년 내지 5년 이후에는 직계비속이나 직계비속의 배우자도 목회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위가 이 같은 헌법 개정안을 내놓아도 바로 시행되는 건 아니다. 헌법 개정안은 정기총회에서 통과된 다음, 전체 노회의 과반 동의를 얻어야 시행될 수 있다.

명성교회 측은 헌법위 행보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A 장로는 "(98회 총회 당시) 명성교회는 말 그대로 표적이었다. 1~2년 연구 과정도 없이 현장에서 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교회를 죽이는 행위는 더 이상 안 된다. 헌법위가 은퇴한 목회자에게 상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을 내렸으니, 총회 재판국도 합리적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98회 총회 당시 세습금지법 제정을 적극 주장했던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는 "헌법 개정 추진은 웃기는 일이다. 세습을 금지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틈을 주려고 한다. 미리 은퇴한 다음 아들이나 사위를 세우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중세 가톨릭이 행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잘못 개정하면 교단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