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남노회 노회원들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모든 교회에, 명성교회 교인으로서 사과드린다. 우리 교회 목사·장로님들이 교단과 노회를 어지럽히는 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분들도 한때 우리가 존경했던 어른들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미련해질 수 있는지 이번 사태로 깨닫는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 세습을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명성교회 교인들이 교회를 대신해 교단에 사과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A 집사는, 수많은 교인이 실족해도 비상식적인 작태를 일삼는 명성교회 당회원들에게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이제라도 자신들 잘못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기도회가 4월 26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기도회를 주관한 예장연대는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를 포함해 교단 내 세습을 반대하는 12개 단체가 모인 단체다. 기독교회관에 모인 참가자 50여 명은 27일 진행될 총회 재판을 위해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을 다루는 총회 재판국이 헌법과 성경에 부합한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을 간구했다.

이훈희 전도사(장신대),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각각 신학생·목회자·교수 대표로 기도했다. 이훈희 전도사는 "죄와 어둠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 달라. 하늘의 뜻이 이뤄지는 그날이 속히 오고 27일 열리는 총회 재판이 정의로운 하나님께 응답하는 시간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홍인식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은 하나님의 집을 강도의 굴혈로 만들지 말라는 주님의 명령을 어기는 일"이라며, 명성교회가 주님의 말씀을 지키게 해 달라고 했다. 또한 재판국원들이 주변에 어떤 압력에도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용기와 지혜를 간구했다. 김은혜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온갖 불의와 불법과 불통으로 세상에서 고립하고 있고 맘몬에 굴복"하고 있다며, 주님의 용서와 자비를 빌었다.

이날 설교를 전한 이경재 목사(함께하는교회)는 "지난 10여 년간 한국 개신교를 대표했던 기라성 같은 대형 교회들이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님은 소금이 맛을 잃으면 세상 사람에게 밟힌다고 말씀했다. 오늘이 바로 그 꼴이다"고 했다.

그는 명성교회를 포함한 한국교회가 돌아온 탕자와 같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돌이켜야 한다고 했다. "도둑은 탐욕을 위해 행동하지만 참목자는 자신의 생명까지 기꺼이 내어 준다. 주님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어디에 있는가." 이 목사는 젊은 김삼환 목사에게 받았던 은혜를 떠올리며, 김 목사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선한 목자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고 했다.

교인 떠나고 노회 파행
숭실대, 김삼환 이사장 퇴진 운동

신학생들이 세습 철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는 교회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부자 세습을 감행했지만, 정작 세습 사태로 교회와 노회, 교계 전체가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날 기도회에서 현장 증언자로 나선 서울동남노회비대위 이용혁 목사는 "현재 서울동남노회 임원은 노회장, 목사·장로부노회장, 회계가 공석이고 서기 등 5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들은 총회 판결에 불복하고 있다. 헌법 시행 규정 33조에 따라, 우리 노회가 사고 노회가 될 수 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명성교회도 세습에 동의하지 않는 교인들이 교회를 이탈하면서 분위기가 예전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A 집사는 "교인들의 뜨거웠던 열정이 식어 버렸고 숫자도 감소하고 있다. 교회에는 세습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없다. 눈치 보는 이들만 그분 주위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학교에서도 김삼환 이사장 퇴진 운동이 진행 중이다. '숭실대김삼환이사장퇴진운동본부' 대표 신동완 장로는 "세습 사태를 보면서 김삼환 목사가 학교 이사장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미 학생들 중심으로 퇴진 운동이 진행 중인 것을 알고, 동문들이 뒤늦게 나섰다. 전 숭실인들을 대상으로 이사장 퇴진 서명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세습금지법이 기본권 침해?
"장로교 정치 원리 왜곡한 것"

홍인식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이 교회를 강도의 굴혈로 만드는 짓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도회에 앞서 열린 포럼에서는 서원모 교수(장신대)가 세습금지법(28조 6항)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명성교회 측 주장을 반박했다. 서 교수는 "세습금지법이 양심의자유(정치 1장 1조), 교회의 자유(정치 1장 2조), 교회의 직원(정치 1장 4조) 조항에 입각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한 주장은 장로교 정치 원리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심의자유 조항은 모든 기독교인이 성경에 비추어 신앙과 예배에 판단할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는 내용이다. 교회의 자유 조항은 지교회가 아닌 각 교단이나 교파가 입회 규칙, 교인 및 직원의 자격, 정치 조직 등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교회의 직원 조항에는 직원 직무와 자격만을 다루고 있지, 위임목사 청빙 권리에 대한 대용은 담고 있지 않다.

서 교수는 "(명성교회와 총회 헌법위원회가) 김하나 목사 청빙을 정당화하기 위해 헌법을 곡해하고 장로교 정치 원리를 훼손했다. 총회 재판국은 더 이상 소송을 미루지 말고 바른 판결을 내려 헌법과 장로 정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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