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여러분이 성령세례를 받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중생과 동의어인 어떤 것으로 그 모든 견해가 변해 버립니다. 제가 왜 이 특별한 일반 원리를 붙들고 있는가 하면, 여러분이 아직 성령세례를 받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여러분은 중생할 수 있으며 하나님의 자녀, 즉 진정한 신자가 될 수 있다는 본질적 특징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34쪽)

마틴 로이드 존스의 <성령세례 The Baptism with the Holy Spirit>(CLC)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0년간 중생과 성령세례에 관하여 많은 논쟁이 일어났는데, 그에 대해 성경적인 근거로 명확하게 정리해 주고 있는 내용이죠. 그는 거듭남과 성령세례는 일반적으로 별개라고 주장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에게 임한 성령세례가 그랬다(요 20장, 행 1:4)는 것이죠. 다만 사도행전 10장 고넬료 가정에 임한 성령세례는 특별하게 중생과 거의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밝혀 줍니다.

그가 이 책 제1장과 2장을 그렇게 할애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 당시 오순절파의 주장, 곧 중생과 성령세례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교리를 교정해 주고픈 마음이었겠죠. 그렇다고 그가 성령세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시의 개혁파 교회가 건조한 교리 연구에만 매진할 게 아니라 성령세례에 열망하길 바랐습니다. 지난 교회의 역사 가운데 일어난 부흥도 성령세례와 더불어 시작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죠.

"여러분은 존 낙스의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까?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은 '많은 대대의 영국 병사보다도 존 낙스의 기도를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에딘버러에서 설교할 때, 그녀는 참석하여 듣고 있는 동안 마치 벨릭스가 사도 바울의 말을 들으면서 파르르 떨던 것처럼 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이나 인간의 말이 아니라 오직 성령의 권능입니다." (124쪽)

제7장에 나오는 성령세례 현상 가운데 하나인 '담대하게 말하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중생한 베드로와 요한(요 15:3)이 복음서 예수님의 체포 당시 두려움에 떨었지만 사도행전에서는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던 것처럼, 존 낙스가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는 것이죠. 그리스도인이 그와 같은 성령세례의 임재 가운데 거하면 "기쁨"(행 2:46)과 "사랑"(롬 5:1-5)과 "이해"(고전 2:8-10)가 넘쳐나고 "몸의 행실을 죽이"(롬8:1)는 '성화의 삶'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밝혀줍니다.

<성령세례> /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 정원태 옮김 / 기독교문서선교회 펴냄 / 272쪽 / 1만 4000원

"이 모든 사람들은 기도하고 간구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믿음으로 그것을 받거나' 그것을 '요구'하거나 그것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지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도 '아직도 모르고 있어. 아직도 이 사랑을 못 느끼고 있어. 아직도 그분을 더 알기 원해'라고 느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정하신 시기에 그들에게 응답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셨던 것입니다." (209쪽)

이는 제12장 '성령세례를 구함'에 나오는 내용으로, 오순절에 임한 성령세례 현상들이 그대로 재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령세례를 '취하고' '소유하고' '재현하려는' 이들에 대한 경종이자, 모든 주권을 성령님께 의탁할 때 성령님께서 주도하셔서 성령세례를 부어 주신다는  이야기입니다. 교회사에 부흥을 경험한 조나단 에드워즈, 요한 웨슬리, 조지 휘필드, 찰스 피니, D.L. 무디, R.A. 토레이, 하웰 해리스, 존 플라벨, 다니엘 로우렌즈도 그렇고, <신학대전>을 쓴 토마스 아퀴나스와 프랑스 천재 수학자 파스칼의 성령 체험도 그와 같았다는 것입니다.

"교회에는 또 다른 오순절이 필요합니다. 모든 부홍은 오순절의 반복이며, 오늘날에 있어서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절실한 것에 대하여 우리의 눈을 여셔서 하나님께서 그 무한하신 은혜와 사랑으로 다시 한 번 성령의 능력을 우리에게 보내 주시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고 기다릴 수 있도록 허락하시길 진정으로 원합니다." (278쪽)

로이드 존스 목사가 속한 개혁파 교회가 진정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역설하는 내용입니다. 그 당시 개혁파 교회에, 교리와 강해 설교 연구와 함께 오순절파의 성령세례와 체험들도 조화를 이루길 원한 것입니다. 물론 성경을 떠난 자아도취나 무비판적인 체험은 제외한 채 말이죠. 성령세례의 궁극적인 목적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진리에 대한 살아 있는 증거자들이 되고, 그분의 능력과 확신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를 세워 가는 데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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