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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두 주인공은 예수와 가난한 사람"
[서평] 김근수 <가난한 예수>(동녘)
  • 강동석 기자 (kads2009@newsnjoy.or.kr)
  • 승인 2017.12.0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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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가톨릭 평신도 해방신학자 김근수 소장(해방신학연구소)은 <가난한 예수>(동녘)에서 "성서에서 두 주인공은 예수와 가난한 사람이다. 제자들은 예수와 가난한 사람을 연결하는 조연 배우에 불과하다"(10쪽)고 단언한다. <가난한 예수>는 그가 펴낸 누가복음 해설서다. 기독교의 모든 주제를 가난과 억압 가운데 있는 사람들 관점에서 풀어내는 해방신학 방법론을 따른다.

저자 김근수 소장이 지적하듯, 누가복음은 다른 복음서보다 가난에 더 주목하고 있다. 불평등을 중요한 주제로 삼았으며, 정의 이야기가 복음서 중 가장 많다.

부제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본 루가복음'에서도 드러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떤 관점으로 역사와 현실과 성서를 볼 것인가에 주목한다.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현실과 괴리하지 않은 성서 읽기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은 바라봄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슬픔, 세상의 악을 똑바로 봐야 한다. 그 눈길에서 약자와 희생자에 대한 자비가 생긴다. 자비는 우리를 정의로 안내한다. 하느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듣고 받아들인 사람은 하느님나라를 반대하는 세력과 기꺼이 싸우고 희생한다. 자비와 정의는 함께 상승하고 함께 추락한다." [141쪽,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린 예수, 눅 7:11-17]

<가난한 예수 - 가난한 사람의 눈으로 본 루가복음> / 김근수 지음 / 동녘 펴냄 / 672쪽 / 2만 5,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먼저 저자는 예수의 시선을 쫓는다. 예수는 병든 자들, 가난한 자들, 억압받는 자들 곁에 있었다. 세리와 창녀 등 '죄인'으로 취급받던 사람들과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이어 갔다. 누가복음을 비롯한 복음서는 이들을 관찰하고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예수의 행적에 주목한다. 씨 뿌리는 비유 등 예수의 가르침에 나타나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당시 생활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저자는 뒷골목 사정까지 잘 알고 있는 예수의 반대편에 선 오늘날 종교인과 신학자를 꾸짖는다. 무엇을 볼 것인가,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문제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관련 있다.

"목수인 예수가 농부의 일까지 자세히 아는 것이 사뭇 놀랍다. 예수는 잔꾀를 부리는 집사와 부정직한 농부 이야기 등 세상사를 잘 안다. 어디 그뿐인가. 여인의 일상, 어린이의 놀이까지 모르는 게 없다. 사람 사는 각종 이야기를 속속들이 아는 예수가 놀랍다. 사기꾼 이야기에서 어둠에 싸인 뒷골목 이야기까지 어찌 그리 잘 알까. 우리 시대 종교인과 신학자는 예수처럼 세상살이를 잘 아는가." [239~240쪽, 예수를 따르는 조건, 눅 9:57-62]

"목사와 장로와 신부와 수녀가, 개신교 성도와 가톨릭 신도가 가난한 사람의 문제를 잘 모른다. 시내버스와 전철을 타는 대형 교회 목사나 가톨릭 주교가 있는가.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에 가 보거나 그 집에서 지낸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리스도교는, 성직자는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에서 너무나 멀리 있다. 몸의 거리는 마음의 거리를 낳는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른다." [559쪽, 최후의만찬, 눅 22:14-20]

역사와 현실 모르면 성서를 알 수 없다

저자는 성서에 담긴 예수의 시선으로, 어떻게 오늘날 현실 문제를 다룰 것인지 이야기한다. "성서신학은 역사고고학이 아니라 현실 해석학"(9쪽)이며 "성서신학에서 이해보다 변혁이 우선"(9쪽)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누가복음을 해설하면서 곳곳에서 4·3사건,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역사적 사건을 호명하는 이유다. 이 책 곳곳에서 아래와 같은 저자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성서 공부보다 한국사 공부가 먼저 아닐까. 성서를 읽기 전에 현실을 봐야 하지 않을까"(254쪽), "남의 나라 이스라엘 역사는 알고, 내 나라 내 민족 역사를 모른다면 말이 되는가. 역사를 모르면 성서도 알 수 없다. 역사 없이 종교 없다"(254쪽), "자연을 알지만 역사에 무관심한 사람은 위선자다. 제주도에 와서 자연은 아름답지만 역사는 슬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위선자다"(346쪽),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야말로 잘못된 신앙의 첫째 특징이다."(346쪽)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해설하며 오늘날 교회의 동성애자 혐오와 강도당한 사람이 생기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언급한다. 오병이어와 최후의만찬을 통해 가난한 자들의 식사 문제를 이야기하며, 최후의만찬을 해설할 때 대부분 신학자가 삶 이야기가 아닌 전례(典禮)에만 주목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수의 죽음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학살·전쟁 등 집단적 죽음은 별로 논의하지 않는 기독교의 현실을 말한다(632쪽).

저자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만 머무르는 성서 읽기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한다.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의 현실을 보지 못하는 우리의 협소한 시선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비유 중 백미로 꼽히는 '돌아온 아들과 선한 아버지 비유'를 해설하는 대목이 적절한 통찰을 준다. 그는 이 비유에 대한 해설을 마치며,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본문에서 여러 생각이 이어진다. 여러 그룹으로 나뉜 그리스도교를 연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다. 아버지 사랑을 두고 경쟁하는 형제의 모습에서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의 현실을 보는 것 같다. 여성은 본문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에서 마치 빈 공간처럼,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는 여성의 현실을 느끼는 것 같다. 아버지가 모든 권력을 쥔 모습에서 민주주의 원칙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리스도교의 현실이 아프게 드러난다.

잃은 딸의 비유는 왜 복음서에 없을까. 잃은 딸도 많지 않은가. 난민, 성매매, 인신매매, 납치, 전쟁 등으로 잃은 딸이 역사에도, 오늘도 많다." [409쪽, 돌아온 아들과 선한 아버지 비유, 눅 15:11-32]

무엇을 볼 것인가 문제는, 누구 곁을 자처하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루가 해설서를 마치고 단어 하나가 떠오른다. 저항"(660쪽)이라는 말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누가복음 전체를 '저항'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사랑보다 먼저 저항을 말해야 한다"(660쪽)고 말한다.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를 향한 시선은 이들을 위한 저항을 수반한다. 저자가 인용한 해방신학자 이냐시오 에야쿠리아의 '현실을 보는 세 가지 순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잘못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2. 잘못된 현실이 내 책임인 것처럼 아프게 봐야 한다. 3. 잘못된 현실을 고치기 위해 희생할 각오를 하고 봐야 한다." [254쪽, 일흔두 제자와 예수의 고백, 눅 10:17-24]

<가난한 예수>는 단순히 고대의 성서 텍스트를 당시 의도에 맞게 해설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현시대 문제와도 깊이 맞물려 있다. 성서 해설과 현실 해석은 떼어 놓을 수 없다. 이 누가복음 해설서가 주석보다 강론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전체적으로 고르고 평이한 문체로 써서 독서가 어렵지 않은 것도 실천을 강조하는 이 책의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기도 또한 실천적일 수밖에 없으며,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도 단순한 자선에만 머무를 수 없다.

"불의에 대한 저항 없이 참된 기도 없다. 기도는 자기 안에 숨는 것이 아니다. 가짜 기도는 우리를 자기 안에 꼭꼭 숨도록 유혹하지만, 진짜 기도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꺼이 다가서도록 안내한다." [282쪽, 어떻게 기도하는가, 눅 11:5-13]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의 세력에 저항하여 얻은 고통만 신학적으로 의미 있다. 무의미한 고통을 참고 견디는 일은 예수의 십자가와 아무 관계없다. 무의미한 고통을 그저 참고 견딜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렇게 가르치는 신학자나 설교자는 악의 편이다. (중략) 가난한 사람이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도록 저항하고 싸우자." [651쪽, 부활한 예수와 제자들의 만남, 눅 24:13-35]

"가난한 사람의 고통과 눈을 깨닫지 못한 성서신학자는 연구도, 삶도, 신앙도 실패하고 만다." [11쪽, 서문_가난한 예수,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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