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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왜 루터인가
[서평] 최주훈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
  • 강동석 기자 (kads2009@newsnjoy.or.kr)
  • 승인 2017.10.0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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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종교개혁의 대명사다. 그런데도 한국 개신교회에서 루터의 입지는 좁다. 이유가 무엇일까.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 저자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는 아래와 같이 지적한다.

"한국에서 루터에 대한 무지 혹은 부정적 평가는 학문적 연구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쏠림 현상이 심각한 교파적 상황에서 기인한다. (중략) 루터는 편집되어 버렸고, 그 자리에 칼뱅이 등 떠밀려 왕 노릇한 지 오래다. 그 옆에 웨슬리가 엉거주춤 서 있다." (12쪽)

한국교회는 칼뱅주의를 따르는 장로교인이 절대다수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명목으로 숱한 행사를 열면서 종교개혁의 후예라는 사실을 내세우지만 정작 루터는 잘 모른다. 구호만 남은 종교개혁 500주년에 개신교인이 루터를 배워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개신교 본래의 종교개혁 정신과 마주하기 위해서다.

"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하고, 전통과 구습에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지로 소통하고, 그 소통의 힘으로 교회와 사회를 변혁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힘, 그것이 개신교 정신이다. 우리가 루터를 배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5쪽)

<루터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책은 루터와 종교개혁 역사에 대한 책이며, 오늘날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책이다. 루터와 종교개혁 역사를 살펴봄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본연의 길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루터를 본다는 것은, '내가' 이해하는 루터와 '오늘 우리 시대 한국 땅'에서 건져 올릴 종교개혁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34쪽)

이 책이 루터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표지 그림에서 보듯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다. 완전히 들춰지지는 않은, 들춰지는 과정 중에 있는 루터의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이 책의 재발견을 확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차후에 주어진 과제다.

<루터의 재발견> / 최주훈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348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종교개혁을 관통하는 키워드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루터 이야기를 이어 간다. 네 가지 키워드는 하나로 엮인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종교개혁은 복음 안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질문하고 소통하고 저항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한 사건"(303쪽)인 탓이다.

저자는 한국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루터가 보여 줬던 종교개혁 정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살핀다. "현대 교회가 힘을 써야 할 종교개혁의 주제 곧 소통의 주제들이 여전히 우리 가운데 남아 있"(303쪽)는 까닭이다. 저자의 뼈아픈 지적을 보라.

"개혁의 후예라는 개신교회들의 현실은 어떤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담을 만들어 계급을 만들고, 교회를 높이 지어 교회와 세상을 구분하며, 세상이 교회에 침범하지 못하고 교인이 세상에 들어가지 못하게 담을 쌓는다. 예수님은 막힌 담을 허무셨고(엡 2:14) 사도 바울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라(롬 8:28) 했는데, 오늘 우리는 어떠한가? 교회는 여전히 담을 쌓아 우리만의 도성을 쌓고 있으며, 등록 교인과 종교 기득권자들, 줄 잘 서는 교회 정치 모리배들의 유익을 도모한다." (107쪽)

"'권위에 대한 믿음'을 '믿음에 대한 권위'로 바꾸려는 모든 저항자Protestant들에게"라는 저자의 헌사(獻辭)에서 보듯이, 핵심은 권위의 문제다. "개혁자가 역사의 유산으로 남긴 정신, 그것은 '권위에 대한 믿음'을 '믿음에 대한 권위'로 대체하는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바로 이 명제에 충실했고, 그 충실함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의 동력이 되었다."(108쪽) 권위에 대한 믿음은 무엇이며, 믿음에 대한 권위는 무엇인가. 기득권의 권위에 '순종'할 것이냐, 하나님의 절대적 은총을 신뢰하고 믿는 것에 권위를 둘 것인가 하는 문제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기득권에 대한 저항자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루터는 권위의 담을 허물라고 말한다. "교황으로 상징되는 종교 기득권자의 독단적 행태에 저항할 것을 주장한다."(106쪽) 이는 "누구도 신앙을 강요할 수 없다는 '신앙의 자유', 교회 공의회나 사제의 권위보다 높은 '성서의 권위', 성서는 성서 자체가 해석한다는 '성서 해석의 원리'"(50쪽)에 기초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은 한 개인이나 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와 시민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으며, 교회는 세상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체제가 종교개혁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저자는 "잘못된 것·의혹이 있는 것·불의와 부정·권위주의를 향해 혼자가 아닌 같은 뜻을 품은 저항자들이 손을 잡고 개기는 것이 프로테스탄트의 저항 정신"(15~16쪽)이라고 하는데, 시민사회 제반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독일·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와 같이 루터교회가 압도적인 나라, 루터교회 역사가 오래된 나라일수록 인권·복지·보편 교육 등이 잘 발달되어 있고 빈부 격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 이것은 종교가 한 개인의 성향이나 정신 영역뿐 아니라 국가의 역사·문화·복지·교육·정치 같은 모든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루터는 그런 식으로 유럽의 기독교적 맥락에서 발견된다." (26쪽)

특히나 종교개혁 이후 '청빙에 의한 개신교 최초의 목사' 요하네스 부겐하겐(Johannes Bugenhagen, 1485~1558)이 개신교 목사로 세워지는 과정을 보면, "교회·대학·시의회라고 하는 삼자 구도의 청빙 위원회"(130쪽)의 통과 과정을 거친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신앙과 지성과 사회적 인격이 통합적으로 인정"(131쪽)되어야 목사를 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에도 청빙위원회가 있지만, 시민사회의 참여는 배제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는 목사뿐만 아니라 16세기 집사 임명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적·사회적 영역에서 본이 되지 못하고 불법을 저질러 법정에 서는 신자가 많은 오늘날 현실을 생각할 때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고로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공동체'는 "신앙 공동체·지식 공동체·시민 사회 공동체"(170쪽)다.

"개혁자가 외치는 만인사제직은 단순히 저항과 개김의 미학만 가르치지 않는다. 그 이면을 보면 목사뿐만 아니라 모든 교회의 직분자, 더 나아가 신자들 모두가 사회적·공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도 동시에 가르친다. 즉 모든 신자의 만인사제직은 교회라는 담장 안에서 동등한 자유를 누리며 서로 섬기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신자라면 당연히 사회 안에서 공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108쪽)

이쯤하면, 루터와 종교개혁 당시 상황이 이상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냥 그런 것은 아니다. 종교개혁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교회는 다시 부패했다. '복음의 자유'가 방종이 되고, 무지가 '교리의 오용'으로 이어졌다. 이 책에는 이러한 갈등과 이를 바로잡기 위해 루터가 조직한 시찰단 이야기가 언급된다. 루터의 유명한 <대교리문답>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여기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도 있겠지만 시의회에서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이 책의 장점으로도 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역사 속 한계 상황을 상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루터가 '시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루터는 슈퍼맨이 아니며, 루터 이야기는 영웅담으로만 회자될 수 없다고 전제한다. 루터가 "미신적 세계관·중세 신분 질서·반유대주의적 편파성을 지니고 있던 인물"(34쪽)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유령의 숲'이라는 명제 아래 중세의 특징을 정리한다.

교황의 교서를 불태우는 루터. 파울 투만, 1872~1873년作.

<루터의 재발견>에는 소품처럼 중간중간 짤막한 글과 사진이 나온다. 배경 이해를 돕거나 종교개혁 정신을 효과적으로 되짚는 에세이들이다.

<루터의 재발견>은 총 8장으로 구성되는데, 6장까지는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키워드로 엮인다. 7장과 8장은 전혀 별개의 장으로 느껴지기도 하나, 이 내용들은 2장부터 6장까지의 이해를 더 심화하고 디테일하게 살피는 작업으로 읽을 수 있다.

7장은 '예술과 종교개혁'이라는 주제로 당대의 음악·그림·건축에 묻어나는 루터의 사상과 종교개혁 정신을 밝히고 있다. 루터가 건축에 참여한 토르가우 성채교회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종교개혁 정신을 따르는 예배당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8장은 '루터의 신학'이라는 주제로 십자가 신학·성만찬 신학·직업 소명론·두 통치설 등을 다룬다. 루터 신학에 대한 숱한 오해들도 짚고 있어 학습을 돕는다.

부록에 참고 자료로 제시한 2014년 8월 독일 할레에서 발표된 '94개조 논제' 일부 내용과 독일개신교회연합(EKD)의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위한 진단과 전망'은 종교개혁의 핵심 메시지를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환경 이슈나 빈부 격차 등 현대 교회가 주목해야 할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질문 멈추지 않는
깨어 있는 신자 많아져야

결국 답은 무엇인가. 루터를 재발견한 한국교회의 자리는 어디여야 하는가. 저자가 나가는 말에서 제안하는 △역사와 소통 △교육의 소통 △세상과 소통 △교회와 교회의 소통을 지향하는 것이 그 자리일 것이다. 이 네 가지 소통에는 종교개혁 당시 루터가 주창한 새로운 공동체의 흔적이 묻어 있으며, 이 흔적은 과거를 넘어 미래로 이어진다.

이 책은 철저히 한국교회를 비추는 '눈'의 역할을 떠안는다. 저자가 지적하듯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은 찬란한 기억의 회상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배울 것도 없고 미래도 없다. 냉철히 돌아보고, 아프게 기억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56쪽) 저자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질문 없음'·'생각 없음'·'순전한 무사유'를 조심하고,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로 이어지는 첫 번째 키워드인 '질문'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통의 혁명, 소통의 공동체를 위해서는 질문을 던지는 깨어 있는 신자가 많아져야 한다.

"종교개혁을 통과한 근대인이란 어떤 성역도, 어떤 당연함도 남겨 두지 않고 모든 것을 '왜?'라는 질문 앞에 세우는 사람을 뜻한다. (중략) 루터의 종교개혁도 이와 같이 '끝까지 질문하는 힘'에서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는 한국교회 현실, 교단 신학과 전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수천 년 전 성서와 신학을 오늘도 생명력으로 여기고 따른다면,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305쪽)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마르틴 루터 대교리문답>(복있는사람)

<마르틴 루터 대교리문답> / 마르틴 루터 지음 / 최주훈 옮김 / 373쪽 / 1만 8,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교회는 교회다워야 하고, 사제는 사제다워야 한다"

<마르틴 루터 대교리문답>은 루터가 집필한 개신교 최초의 교리문답서다. <루터의 재발견> 저자 최주훈 목사가 번역했다.

최주훈 목사는 "교회는 교회다워야 하고, 사제는 사제다워야 한다"라는 루터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교리문답>에 대한 '해설의 글'을 시작한다. 이 시작은 아주 적실하다. 이 책의 존재 이유와 이 책의 지향점을 잘 함축하고 있다. 이 책은 △십계명 △신조 △주기도 △세례 △성만찬이라는 '다섯 기둥'을 다루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교회다움과 사제다움이 무엇인지를 가르친다.

루터 스스로 "어린이 설교나 평신도 성경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할 정도로, 교리문답서를 쉬운 언어로 썼다. <대교리문답> 같은 경우, 신학 지식이 부족한 성인과 목회자를 위한 글이다. "게으른 뚱땡이 목사와 거만한 성도들이여"라는 표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루터 특유의 직설 화법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 담긴 기초적 신앙 문제에 대한 명쾌하고 쉬운 해답은, 한편으로 까칠한 족집게 과외 선생 같은 풍모의 루터를 마주하게 만든다.

역자는 번역뿐 아니라 각주와 해설에도 충분히 공을 들였다. 각주와 해설은 연구자로서 루터에 대한 배경 및 루터의 신학과 사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가운데 덧붙인 것이다. 읽기에 흥미와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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