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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 품는 가나안 교인들의 교회
안산 나루교회…소수 의견 존중하며 약자들 곁 지켜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7.10.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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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80~90년대에 지역과 사회 속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했던 민중 교회를 기억하는 이들이 교회를 세웠다. 안산에 있는 나루교회(주승철 위원장)다. 나루교회는 올해로 모인 지 5년 된 평신도 교회다.

교회에 대한 고민이나 허심탄회하게 털어 보자던 모임이 질기게 이어져 교회가 됐다. 주승철 위원장은 요즘도 예배 시간에 설교할 사람을 찾기 위해 지역 교회 목사들에게 연락하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한다. "아직도 모입니까?"

나루교회가 매주 모여 예배하는 안산 들꽃피는학교에서 10월 13일 주승철 위원장을 만났다. 주 위원장은 교회를 등진 이들이 지역 내 여러 교회를 돌다 결국 직접 교회를 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나루교회는 교회에서 실망한 이들이 고민을 나누는 모임에서 시작했다. 사진 제공 나루교회

민중 교회 출신 교인들
교회의 민주적 운영과
새 패러다임 제시를 위해

나루교회는 초기 5~6명이 모였다가 지금은 평균 12명이 출석한다. 교인 수는 적지만 출신 교단은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교인들 모두 민중 교회 출신이라는 점이다. 민중 교회에서 민중신학을 접하며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꿈꾼 이들이다.

이들은 젊었을 때 군부독재 아래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도시 빈민과 공장노동자를 위해 활동했다. 약한 사람 곁을 지키며 생명 살리는 일을 교회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화를 이루고 노동 환경이 변화하면서 교회와 교인들은 민중 교회의 선교 방향을 놓고 혼란스러워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민중 교회 방향을 놓고 개인적인 목회관을 선택했다. 일부 민중 교회는 폐교회가 되기도 했고, 교인들은 그런 교회에 실망했다. 

"정치·경제 환경이 달라지면서 오늘날 민중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교인이 많아졌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민중 교회라면 여러 교인의 생각과 의견을 모아,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했다. 지금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을 통합하는 예언자적 관점으로 사고의 대 전환이 필요할 때다."

주승철 위원장 역시 안산에서 민중 교회를 다니다 2010년대 초 교회를 떠났다. 지역 민중 교회 연합 모임에서 알게 된 교인들 중에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일단 함께 모여 서로 고민을 나누기로 했다. 2013년 3월 10일, 나루교회 첫 예배가 시작했다.

초기에는 단순 친목 모임
4년간 전국 교회 탐방 
세상에 나가기 위해 힘 보충하는
나루터 같은 '나루'교회

모임에 나오는 사람은 대다수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하는 이들이었다. 교회에 나가지 않고 신앙만 유지하는 '가나안 교인'도 있었다. 막상 모임을 시작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모임이 교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교회에 실망하고 떠난 이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며 기도하고 교제하는 시간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모이는 시간도 일요일 오후 3시였다. 가고 싶은 교회에 갔다 오라는 이유에서다.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 주제는 주로 교회론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의 모습과 역할은 무엇인지, 오늘날 교회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하나님은 교회에 무엇을 바라고 계시는지 토론했다. 지역 교회 목사들에게 모임 취지를 설명하고 특강이나 설교를 부탁하기도 했다.

모임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한 교인이 교회 탐방을 제안했다. 각 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예배하고 어떤 사역을 하는지 경험해 보자는 취지였다. 자신들이 정착할 만한 교회를 알아보자는 이유도 있었다.

나루교회 교인들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격주로 교회를 찾아다녔다. 안산을 비롯해 서울·인천·전주 등 전국 각지 교회를 방문했다. 주 위원장은 "소위 유명한 교회는 모두 가 봤다. 교단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 있는 교회를 찾아갔다. 그런데 몇몇 교회를 빼고는 다 비슷해 보였다. 전도와 헌금을 강조하고 성공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결국 교회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이름은 '나루교회'. 나루터의 '나루'다. 배가 나루터에서 쉼을 얻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교인들도 교회에서 힘을 얻고 세상으로 나가게 하자는 의미다.

나루교회는 교회의 역할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가족들과도 함께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소수 의견 배려하는 민주적 운영
"교회가 할 일은 생명 살리는 일"

나루교회가 강조하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민주적 운영이다. 운영위원장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안건을 결정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교인들 전체가 안건을 놓고 토론한다. 소수가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득하고 논의한다. 정관이나 공동 기도문을 만들 때도 6개월이 걸렸고, 교회 창립을 결정할 때도 1년이 걸렸다.

두 번째는 복음적 선교다. 주 위원장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는 건, 한마디로 요약해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교회 선교 사역도 생명을 존중하고 살리는 일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고 말했다.

나루교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했다. 안산 합동 분향소 기독교예배실에서 기도회도 참여하고, 지난 세월호 3주기 예배 때도 준비 단체로 참가했다. 올해 4월, 세월호 선체가 목포신항에 거치됐을 때도 찾아가 기도회를 열었다. 지금은 416가족협의회와 416안산시민연대와 함께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평신도 교회인 나루교회는 올해 말 교단에 가입할 예정이다. 1~2년 안에 담임목사도 청빙할 계획이다. 교회 초창기에 가졌던 취지와 목적을 바꾸지는 않았다. 다만 일반 교인끼리 모여 예배한다고 하니, 쓸데없는 이단 시비가 종종 생겼다.

주 위원장은 "담임목사를 청빙해도 교회가 추구하는 민주적 운영과 복음적 선교를 계속 고수할 방침이다. 교회 내 평신도와 평신도 간, 평신도와 목회자 간 수평적인 구조를 유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교단에 가입하고 11월 말 창립 예배를 하면 더 많은 이들이 교회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주변에는 여전히 교회에 실망하고 출석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교인들 지인들만 해도 수십 명이다.

꼭 거창하고 대단한 사역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더라도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조금씩 노력해 가면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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