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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화 고민한 선교사들의 문화유산을 찾아
[추석 특집5] 한옥 양식으로 건축한 예배당…성공회 강화성당·온수리성당
  • 유영 (young2@newsnjoy.or.kr)
  • 승인 2017.10.03 22:04

남은 연휴 기간, 서울 근교에 있는 기독교 문화유산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토착화한 기독교 문화는 제사를 대신해 발전한 추도 예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토착화한 예배당 건축으로 널리 알려진 강화도에 있는 성공회 강화성당과 온수리성당을 소개한다. -기자 주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버스 4대가 서 있다. 단체 여행을 온 대안 학교 학생들과 60대 이상 된 할머니들이 뒤섞여 왁자지껄 소란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맑은 가을 하늘과 마주해 신이 나 있다. 몇몇 학생은 친구들과 장난치며 뛰어다닌다. 여학생들과 할머니들은 예쁜 돌담길에서 '인증샷'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1900년에 세워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성당을 찾은 관광객들이다.

"무슨 성당이 사찰같이 생겼네."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을 처음 찾은 관광객들은 외삼문과 보리수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실제 강화성당은 사찰처럼 생겼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가면 아담한 유럽 건물 같은 느낌이다. 외관은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사찰과 비슷하고, 내부는 목조로 된 성당 구조로 되어 있다. 한국의 한옥 양식과 서유럽의 바실리카 양식이 절묘하게 섞여 예배당 건축의 토착화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공회 강화성당 외삼문. 뉴스앤조이 유영

조선의 사찰 형식으로 지어진 외관. 뉴스앤조이 유영

내관은 목조 성당 느낌이 든다. 뉴스앤조이 유영

성공회에서도 강화성당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이전 성공회 성당과 다른 양식으로 건축했다. 성공회가 선교를 시작했던 제물포성당과 서울주교좌성당은 유럽식 작은 벽돌 건물로 지어졌다. 성공회대 이정구 교수는 논문 '유교와 강화성당 건축'에서, 한국에 세워진 성공회 성당들이 유럽식이었던 것에 대해 "당시 성공회의 선교 대상은 조선인이 아닌, 조선을 찾은 유럽인과 일본인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화성당은 성공회가 조선인 선교를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성공회 첫 세례교인이자 첫 조선인 사제로 서품을 받은 김희준 신부는 강화도 주민이었다. 선교사들은 조선 선교를 위해 초가집을 구입해 성당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교인이 18명으로 늘어나자 공간이 비좁아졌다. 학교·병원·교회 역할을 하던 초가집 성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성공회 선교사들은 새롭게 성당을 건축하기 위해 나선다. 강화읍에 부지를 마련하고 사찰과 비슷해 보이는 한옥식 건축 양식을 사용한다. 이후 성공회는 강화성당 건축을 시작으로, 1936년까지 한옥식 예배당 건축을 이어 갔다.

이덕주 교수(감신대)는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대한기독교서회)에서, 이것이 조선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교사들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실제 조마가(Mark N. Trollope) 대한성공회 3대 주교는 조선 불교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 그는 1917년 '한국 불교 연구 개론'(Introduction to the Study of Buddhism in Corea)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강화성당은 큰 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설계한 강화성당이 배 모양을 한 이유는 몇 가지로 추측할 따름이다. 하나는 교회를 구원의 방주라고 표현했던 초대교회를 떠올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공회가 시작한 영국이 대양을 지배했던 만큼 '배'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주 모양으로 지어진 강화성당. 뉴스앤조이 유영

강화성당 내삼문에 걸린 범종. 뉴스앤조이 유영

성당 외삼문을 지나면 내삼문이 나온다. 내삼문에는 '종루'가 있다. 종루 역시 강화성당이 지닌 독특한 양식 중 하나다. 초기 교회가 사용하던 종탑에 걸린 서양식 종이 아니다. 사찰에 방문하면 흔히 볼 수 있는 동양식 종이다.

'天主聖殿(천주성전)'라고 적힌 성당 현판마저 서양식 건물에서 볼 수 없는 한옥 양식을 따랐다. 성당 양쪽으로 나무 기둥 16개가 받치고 있다. 쇠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연결했다. 건축에 쓰인 목재는 백두산 기슭에서 자란 나무를 사용했고, 압록강을 경유해서 뱃길로 가져왔다. 경복궁을 지은 도편수가 참여했을 정도로 대한성공회 코프 초대 주교는 건축에 공을 들였다.

100년이 넘은 성당은 아직도 예배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당 입구에는 교인 세례명이 적힌 카드가 책장 가득 꽂혀 있다. 성당과 같은 시기 지어진 사제관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사제관 역시 한옥 양식 건물이다.

강화성당 내부. 가운데 돌기둥처럼 보이는 것은 세례대. 뉴스앤조이 유영

현판은 천주성전이라고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성당과 같은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사제관. 뉴스앤조이 유영

강화도에는 강화성당만큼 잘 알려진 성공회 성당이 있다. 강화성당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려가면 나오는 성공회 온수리성당이다. 1906년, 조마가 3대 주교 시절 지어졌다. 외삼문과 한옥식 건축 양식은 같다. 내삼문이 없고, 동양식 종 대신 서양식 종을 외삼문 천장에 매달았다.

온수리성당은 2004년 한옥 성당 바로 옆에 새 예배당을 지었다. 한옥의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연한 회색의 화강석 외장에 연한 붉은색 기와를 올렸다.

강화도의 개신교 선교는 감리회와 성공회가 큰 줄기를 이룬다. 1893년 함께 선교를 시작했지만, 교회 수로는 감리회가 월등히 많다. 이덕주 교수(감신대)의 말에 따르면, 감리교회가 120곳이라면 성공회 성당은 12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공회는 중요한 기독교 문화유산을 남겼다. 현재 강화성당은 문화재청이 사적 424호로 지정해 보호되고 있다. 온수리성당 역시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52호로 지정됐다. 안타깝게도 감리교회는 문화유산이라고 말할 만한 사적을 남기지 못했다. 같은 시기 선교를 시작한 감리회와 성공회가 문화유산을 남긴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존 전통문화와 조화를 이루며 복음을 전하려는 '토착화 선교' 의식이 강한 성공회 사제들의 선교신학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온수리성당 옆 모습 역시 배 모양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교회 건물이 꼭 문화재로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가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기 위한 성공회 선교사들의 노력은 지금의 한국교회도 생각해 볼 지점이다. 토착화는 건축 양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테다. 요즘에는 지역 사회, 마을 공동체를 위해 건물을 공유하는 교회도 많다.

남은 연휴, 강화성당과 온수리성당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온수리성당 잔디밭에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100여 년 된 예배당과 초기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상상해 보면서, 새로운 교회에 대한 상상력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온수리성당 외삼문. 외삼문 내부 천장에는 서양식 종이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유영

교회 꼭대기에 걸린 십자가. 뉴스앤조이 유영

온수리성당 새 예배당. 뉴스앤조이 유영

온수리성당 외부 전경. 뉴스앤조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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