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 예배는 한국 기독교 토착화의 상징과 같다"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한국 종교와 문화를 50년 넘게 연구한 제임스 그레이슨 교수(James Huntley Grayson,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말이다. 실제 추도 예배는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제사를 중심으로 가족 공동체를 이뤘던 한국 문화의 특성이 강하게 남은 전통이기 때문이다.

실제 추도 예배는 한국교회가 세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레이슨 교수에 따르면, 첫 추도 예배 기록은 아펜젤러 등 선교사들이 발행한 <조선그리스도인회보> 1897년 9월 호에 등장한다. 첫 추도 예배를 진행한 이는 정동감리교회 교인 '이무영'이다. 기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효자였던 이무영은 어머니 첫 기일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기독교인이었던 어머니를 기억하며, 대청마루에 등촉을 달고 통곡했다.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미했다. 교인들이 찾아와 그를 위로했다. 이후 교인들도 기일이면 이무영과 같이 행동했다.

옥성득 교수(UCLA)의 2002년 논문 '한국 기독교의 토착화'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1896년 스왈른 선교사가 북장로교 선교부 엘린우드 목사에게 서한을 보낸다. 하나님을 믿게 된 한 기독교인이 제사를 지내야 하는 날 자정에 선교사를 찾아왔다. 그는 신주와 제기 등 제사와 관련한 모든 도구를 태웠다. 스왈른 선교사는 "이교의 우상이 이렇게 빨리 불태워지는 것을 볼 줄 몰랐다. 이교 예식 대신 하나님을 예배할 마음이 준비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노래하고 성서를 읽고 기도했다"고 썼다.

한국의 전통적 가족 공동체는 제사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선교사들은 제사를 지내지 않은 모습에 기뻐했다. 옥성득 교수는 '초기 한국교회와 제사 문제'라는 논문에서, 당시 선교사들이 제사를 금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선교사들이 보기에 제사는 죽은 이에게 종교적 제물을 바치는 우상숭배로, 십계명 중 1계명과 2계명을 어기는 행위였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신주에 모시어 복을 비는 기복신앙이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천주교 연옥설의 변형으로 판단해 제사가 비성경적이라고 봤다. 마지막으로 제사가 한국의 조혼 풍속, 처첩제, 여성 차별 등을 낳는 윤리적 악습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1890년 조선 선교사들과 선교 전략을 논의한 네비우스 선교사도 조상 숭배를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포삼열 선교사가 펴낸 <위원입교인규됴>에도 제1조에 귀신과 우상 숭배, 제사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위원입교인규됴>는 네비우스 선교사의 저서를 조선 실정에 맞게 마포삼열 선교사가 번역한 교리서다. 마포삼열 선교사는 제사보다 조상이 살아 있을 때 효를 행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초기 한국교회는 추도 예배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조선 기독교인들이 추도 예배를 제사 대신으로 여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15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제4회 회의록'에는 교회가 추도 예배를 다룬 첫 기록이 나온다. 당시 헌의안으로 부모 기일에 기독교인이 음식을 장만하고, 이웃을 불러 함께 예배하는 것을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질문이 올라왔다. 총회는, 형식은 예배와 같으나 제사와 다르지 않기에 금지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추도 예배는 결국 토착화했다. 한국교회는 1920년대까지 추도 예배를 죄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교단 차원에서 추도 예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1942년 열린 '조선예수교장로교 31회 총회 회의록'에는 이기풍 목사 추도회를 총회 차원에서 진행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추도 예배가 교단 차원에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감리회도 1934년 추도 예배를 정식으로 인정했다. 교리와장정에 '부모님 기일 추도 예배 규정'을 만들었고, 기념 예문도 삽입했다.

한국교회는 추도 예배를 권장해 왔다. 개신교인들이 제사에 참여하지 않고, 명절과 기일을 지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제100회 총회 신학부는 추모 예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추모 예배도 제사나 고인을 위한 순서를 배제하고 고인이 생시의 신앙생활과 그 신앙생활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을 회상하고 오늘의 삶의 결의를 다지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면 유족들의 슬픔을 점진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으므로 허용될 수 있다."

교단마다 추도 예배 예식서도 발행했다. 예장합동이 2006년 발행한 <표준예식서>는 예배 순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① 인도 : OOO 
② 묵도/다 같이 
③신앙고백(사도신경)/다 같이
④찬송/다 같이 
⑤ 기도/OOO

인간의 생사를 주장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죄 많은 세상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믿음과 소망을 갖고 건강하게 살게 하여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오늘 고 OOO씨의 O주년을 맞이하여 유족들과 성도들과 함께 추모예배를 드리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먼저 유족을 위로하사 고인의 은혜와 사랑과 믿음을 다시 생각하게 하시고 그의 믿음을 따라 살게 하옵소서. 우리들은 살아 있는 동안 부지런히 주님을 섬김으로 믿음의 아름다운 자취를 남길 수 있게 하옵소서. 고인을 추모하는 식구들에게 한없는 은혜와 사랑은 내려 주옵소서.

또한 후손들은 고인이 못 다한 업적을 이어 나아가게 하시고 고인의 믿음을 자손들이 이어받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⑥ 성경 봉독(히 13:7-8)/인도자 
⑦ 설교/인도자 
⑧ 기도/인도자 
⑨ 고인의 약력 보고/OOO 
⑩ 추모사(형편에 따라서)/OOO 
⑪ 찬송/다 같이 
⑫ 축도/인도자 
⑬ 폐회/다 같이

물론 우려의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기독교인이 제사와 추도 예배를 혼동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사와 추도 예배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은선 교수(안양대 역사신학)는 2014년 <기독신문>에 기고한 논문에서 △날짜가 기일 제사와 같다 △주로 장남이 주관한다 △ 의식 후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가족 간의 우의를 다진다 △ 고인을 추모하는 동기가 가족의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목적에서 이뤄진다 등을 지적했다.

추도 예배는 한국교회 토착화의 상징과 같다. 명절이면 제사 대신 추도 예배를 드리는 기독교인이 늘었다.

학자들은 추도 예배를 제사와 혼동하지 않도록 신학적 의미를 세밀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선 교수는 2015년 <한국개혁신학>에 게재한 논문 '토착화 과정으로서 추도식 발전 과정'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제사에서는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복을 비는 성격이 강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샤머니즘은 한국의 모든 종교와 접목되어 기복주의 성격을 띠게 한다. 기독교도 기복주의 요소가 강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교회는 추도 예식의 성격을 가르치고 성경적인 신앙과 함께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도와야 한다.

현대사회의 가족 붕괴는 개인주의와 도시화가 심화하며 일어나는 사회문제다. 교회가 함께 풀어 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효 문화를 실천하고 건강한 가족 문화가 정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독교 신앙에 토대를 둔 가족 공동체 형성과 부모님의 신앙 유산을 이어 갈 수 있는 추도식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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