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반쪽이 되는 법> / 릭 존슨 지음 / 채천석 옮김 / 그리심 펴냄 / 277쪽 / 1만 6,000원

1980년대 후반의 대학 초기부터 우연찮은 계기로 일반적인 사랑의 정의부터 크리스천의 데이트와 사랑, 그리고 결혼과 관련한 책을 나름 적지 않게 읽었다. 스탕달의 <연애론>과 요하네스 로즈의 <사랑의 정의>, 월터 트로비쉬나 폴 투르니에가 쓴 고전을 비롯하여 래리 크랩 등의 상담 및 심리와 관련한 다양한 책들, 국내 저자의 책들…. 그리고 당시에는 인터넷이나 성경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주제별 성경 대사전>에서 성경에 나타나는 사랑과 관련한 구절을 찾기도 했고, <철학 대사전>을 통해 사랑의 철학적 정의를 찾기도 했다. 여러 성경 공부 교재로 공부하는 일도 당연했다.

나는 당시 나침반에서 나온 제자 훈련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이 시리즈를 토대로 성경 공부를 가르치고 강의했으며, 캠퍼스에서 학과 내 여러 사람과 연애하다가 주먹을 맞아 본 경험도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후배들을 양육하며 데이트 중이거나 결혼 전 커플을 상담하고 이들의 심각한 문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성경적 연애와 결혼, 그리고 남녀 간의 차이에 대해 나름 상당한 연구와 상담을 했지만, 이론과 실제가 많이 다를 수 있더라는 것이다. 특히 내 자신에게는 더더욱 그럴 수 있었다. 성경적 원칙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실제화하고 적용하는 측면에서는 여러 변수와 보지 못하던 요소들이 등장한다는 말이다.

더더욱 아이로니컬한 것은 내 자신이 그렇게 책을 읽고 상담을 하면서도, 30세에 결혼하기 전까지 강압과 협박(?) 때문에 나간 소개팅 한 번을 제외하고는 미팅 한 번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연애도 없었다는 점이다. 짝사랑을 꽤나 했고, 여자 친구는 많고 주변에 양육하던 후배가 상당수 자매였지만, "오빠 같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줘요"라는 말도 꽤나 들었지만(그 이야기는 결혼 후에만 들었다), 정작 나 자신은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다.

의도하지 않게 어르신들 가정사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적도 있었고, 그 속에서 결혼과 남녀 관계에 대한 성경적 원칙과 원리를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스스로는 경험이 별로 없었던 셈이다. 성경적 가르침이 도움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옷으로 따지면 기성복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결혼과 가정을 다룬 많은 번역서는 우리나라 문화와 상당한 간격이 있었고, 그들 문화에서 행동 원리가 나오므로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필진 책들도 있었지만 은연중 미국의 기독교 문화를 바른 문화인 양 받아들이는 문제로 국내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던 중 3년하고도 3일간의 연애, 그 후의 결혼, 그리고 12년이 넘는 결혼 생활 속에서 내가 지금까지 가르쳐 온 것을 우리 부부와 딸에게 적용하는 작업을 해 왔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실수도 경험했다. 누구 말대로 결혼은 처음 해 보는 것이기에 실수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각각의 사람들과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문제 해결이 금방 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몇 개월이나 몇 년을 꾸준히 돌아보고 상담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사실이다. 연애부터 결혼, 그리고 지금까지 10여 년을 비정기적으로 상담하기도 한다.

주사 한 방과 같은 말 한마디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많은 사람이 문제가 표면으로 돌출하고 나서야 부부 간 문제를 심각하다고 들고 오지만, 이미 겉으로 표출되고 나서는 수습하기 힘들 때가 많다. 성경에서 부부 간이나 연애하는 이의 많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거나 실제 사례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해결하기 위해 성경을 통해 원리를 찾아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릭 존슨이 쓴 <더 좋은 반쪽이 되는 법>(그리심)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개인적으로 제목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내가 전화번호나 글에서 아내를 호칭할 때 쓰는 용어가 '나의 반쪽'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좋아하는 것은 '이 빠진 동그라미'가 등장하는 쉘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 쪽은>(시공주니어)라는 동화마냥 인간은 자신을 완성시킬 대상을 찾는 작업을 벌인다. 이는 친구를 통해서도 이루어지지만, 가정 공동체를 통해 완결된다고 할 수 있다.

창세기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육체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정신적 영적 영역까지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벌거벗었다는 것은 서로 간의 투명성이다. 서로에게 숨김도 없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의미일 게다. 하지만 인간의 타락으로, 이 결합은 불완전해지고 그 투명성도 제한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합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을 통해 좀 더 회복되긴 하지만, 아직 완전한 영화를 이루지 못했기에 한계성이 있고 또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다.

<더 좋은 반쪽이 되는 법>은 두 사람이 서로를 좀 더 알아 가고 배려하게 하기 위한 책이다. 그런 점에서 '반쪽'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남성을, 2부는 여성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반쪽이라는 것이 '똑같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똑같다면 이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반쪽으로도 자기 완성을 이룰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서로 다르기에 서로 간의 도움과 결합 없이는 하나 됨, 완성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이 점을 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남자를 모드(mode), 여자를 무드(mode)로 분석해 그 특성과 성격을 표현한다. 기존 책들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더 실제적인 영역과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읽는 이에게 도움을 준다. 종종 이런 부류의 기독교 서적이 경건이라는 이름으로 실제적이고 생활적인 부분을 다루지 않는 한계를 드러내는데, 저자는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부분을 건드린다.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가정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물론 지나치게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점은 좀 불만이다. 앞부분에서 성경을 통해 본 가정과 부부의 의미를 좀 더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저자는 그 영역을 아마도 다른 책에서 다루었거나 기존 책들에 그 책임을 맡긴 듯싶다.

추신: 이 책은 꼼꼼하기로 소문난 채천석 목사님이 번역하신 데다가, 부부 관계를 다룬 책으로서 사모님과 같이 번역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간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문양호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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