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기독교여성상담소 채수지 소장이 <뉴스앤조이> 2017년 3/4분기 연재 필진으로 합류했다. 그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성신학 박사과정(Ph.D)을 수료했다. 미국 공인 모던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전문가[SMP(Society of Modern Psychoanalysts) Applied Psychoanalytic Professional]이며,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안수를 받은 목사이기도 하다.

채 소장은 지난해 1월부터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 부설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새잎교회에서 공동 목회도 하고 있다.

채수지 소장은 7월 둘째 주부터 6차례 <뉴스앤조이>에서 격주 칼럼을 연재한다. <뉴스앤조이>는 6월 21일, 노원구 한 카페에서 채 소장을 인터뷰했다.

- 기독교여성상담소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목회자 성폭력 상담이 많이 들어왔는데, 교회 내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믿는 이가 많다 보니 일반적인 방법으로 상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1998년 교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여신협 부설 기관으로 기독교여성상담소가 만들어졌다.

기독교여성상담소는 교회 내 여성의 제반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특별히 성폭력, 가정 폭력과 같은 여성들에 대한 폭력 문제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상담은 주로 신앙 상담과 심리 상담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신앙이 사람의 심리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폭력이 신앙과 연계되어 나타나 폭력을 견디게 하거나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회 내 성폭력 근절 운동을 위해 창립됐지만, 사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회 내 여성들의 인식은 크게 변화가 없다. 그래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운동이 여성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여성을 해방하고, 가부장제의 지배와 종속을 깨뜨리는 운동으로 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

사실 교회의 변화가 급선무다. 교회의 변화를 위한 여성신학적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운동이 교회에 작은 목소리로라도 울려 퍼진다면 변화가 있으리라고 본다. 최근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한 교인의 대응 양상은 과거와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여기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본다.

- 목회자이기도 하고, 상담소의 소장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었나.

신대원 시절부터 여신협에서 여성신학을 공부했다. 졸업하고 나서 교회에서 사역하기도 했지만 여신협 활동가로도 있었다. 여신협에서 교회 내 성폭력 근절 운동을 해 나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고, 그때부터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가 교회에서 사역하는 길이 막히면서 상담 공부를 하게 됐다.

신학 공부를 했지만 여성으로서, 목사로서 교회 현장에서 불평등을 많이 겪었다. "남편이 목사이니 내조나 잘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남편이 부목사로 재직하던 중에 다른 교회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그때마다 목사 아내라는 이유로 떨어졌다. 길이 가로막힌 기분이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여신협에서 기독교여성상담소 일을 지켜보기도 했으니까 상담을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정신분석을 10년 넘게 공부하면서 내담자로서도 오랫동안 수련했고, 자기분석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상담을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대체로 여성으로서의 경험이었다. 육아 문제를 비롯해 여러모로 여성으로서 장벽을 느꼈다. 인간의 무의식에 사회구조가 뿌리박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여성이 사회구조로부터 비롯되는 억압과 불평등 문제를 내면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을 맡아 교회 내 성폭력 사건 처리를 도우면서, 피해자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그럴 수밖에 없던 상황이 그려졌다. 가해자에게 더 많이 분노하게 됐다. 이런 분노를 공론화해 여성들 경험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 남성들의 가부장적 지배 담론에 구멍을 내 여기서부터 교회 개혁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 교회 내 성폭력 문제가 최근에 많이 사건화되어 나타나는 것 같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 어떻게 봐야 할까.

교회 내 성폭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4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강간당했다", "20년 동안 성폭력이 지속됐다"라고 말하는 이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야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남성 목회자가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여성이 더 손해를 보니 성폭력 사실을 무기로 피해자를 압박해 입을 다물게 해 왔던 것이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교회 내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구조적·개인적 죄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남성 목회자는, 자기들은 그렇지 않은데 남성 목회자 모두를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성에 대해 죄악시하며 금기시해 왔던 교회는 "이런 민망한 일을 왜 자꾸 꺼내느냐"면서 회피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과 더불어 교회의 성적 문란함도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예전부터 '교회당은 연애당이다'라는 소문이 있었다. 진정한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현현되고 그 사랑이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가야 할 교회에서 갖가지 성 문제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 교회 내 성폭력 사례를 보면, 대부분 남성 목회자가 여성 교인들에게 저지른다. 가부장적 문화가 교회 안에 강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문화는 이원론에 근거해 지배와 종속을 합리화하는 가부장적 언어로 구성돼 있다. 성적 지배를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는, 인종·계급·종교·민족·문화 등 모든 피라미드식 정치적 구조와 지배 이데올로기를 떠받드는 근간이다. 가부장적 문화 자체가 힘의 우열을 가리고 힘을 숭배하도록 인간의 무의식과 욕망, 신체를 규정한다.

힘에 대한 숭배가 자유로운 사랑과 자기 초월을 막고 성적 고착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교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자유의지에 기반을 둘 수 있는 참된 기독교적 사랑이 무엇인지, '해방시키는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 교회 내 성폭력, 근절할 수 있을까.

각 교단에 목회자 성 윤리 강령과 성폭력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는 아주 중요한 제도적 장치이며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시급한 대책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회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수직적 위계 구조의 교회가 수평적 관계 모델로 바꿔야 한다.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억압당하는 남성이라도 여성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고로 여성 해방은 최후의 해방이 될 것이다. 교회 내 성폭력 근절 운동은 최후의 식민지에서 해방되자는 다짐으로서,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들 위에 서기를 그만두려 할 때, 그리고 약자 편에 서는 정치적 선택을 할 때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 이번 연재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 생각인가.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한국 개신교 역사, 교회 구조, 사회·문화, 개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종교 권력화와 목회자의 권력 중독 △젠더 위계화와 순종적 여신도 △강간 친화성 사회와 성폭력 문화 △목회자의 나르시시즘(자기애)과 성 중독 △성과 사랑, 다시 상상하기 △상징과 언어, 예배와 교회의 변화를 다루려 한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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