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72세 할머니는 1.5평 화장실에 살고 있다. 집은 다 부서졌다. 그나마 훼손이 덜 된 화장실을 개조했다. 160cm가 되지 않는 그가 누우면 공간이 꽉 찬다. 주변에는 부서진 집 잔해와 생활 집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환경. 이영기 씨는 이곳에서 살고 있다.

이 씨 집이 폐허가 된 건 집 옆 A교회와의 갈등 때문이었다2014년 땅 소유권 문제로 교회와 법적 공방을 벌였고, 패소한 이 씨는 결국 집을 잃었다. 재건축하려던 교회도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잔해도 치우지 못하고 엉망인 상태로 방치된 지 반년이 넘었다.

겨울이 되자 추위를 막기 위해 이영기 씨는 바깥벽에 단열재를 붙였다. 바닥에 열선도 깔았다. 그러나 한겨울을 견디기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이 씨는 주민 도움으로 마을 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쌀을 갖다 주는 사람도 있고, 생활비에 보태 쓰라고 돈을 주는 주민도 있다.

첫 보도 후 반년이 지났지만, 풍기3통은 달라진 게 없다. 이영기 씨 집(위), 교회와 분쟁 중인 다른 주민의 집(아래). 뉴스앤조이 최유리

끝나지 않는 싸움
집 부서진 주민들,
교회·교단 고소
감리회 유지재단,
맞고소 손배 청구

1월 31일, 첫 취재 후 5개월 만에 아산시 온양동 풍기3통 이영기 씨 집을 찾아갔다. 그는 이사하지 않고 개조한 화장실에서 계속 살 거라고 말했다. 시내에 사는 아들 내외는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지만, 함께 살기엔 비좁다. 아들에게 짐이 되는 것도 싫다. 지금은 추워서 마을 회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봄이 되면 개조한 화장실로 돌아갈 생각이다.

"아직 (아산시에서 허가받은) 공유수면이 모두 취소된 게 아니다. 집 앞에 공터가 남아 있다. 겨울이라서 못 하고 있는데, 봄이 되면 공터에 고추나 파프리카를 심을 수 있다. (개조한 공간이) 좁긴 하지만 그래도 공터를 보면 마음이 뻥 뚫려서 괜찮다. 원룸 같은 데 가는 것보다 낫다."

현행법상 공유수면에는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부서진 집도 재건하지 못한다. 그래도 이영기 씨는 20평 남짓한 공터에 식물을 심으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영기 씨는 교회 상대로 새로운 법적 소송을 시작했다. A교회 박 아무개 담임목사와 홍 아무개 건축위원장을 재물 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2016년 7월 26일, 이 씨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회 땅에 걸쳐 있는 이 씨 집 일부가 철거됐다. 그러나 다음 날 이 씨가 없는 사이, 침범 부분 외 나머지 가옥까지 전부 무너졌다. 이 씨는 교회가 고의로 집을 부쉈다고 주장했다.

A교회는 이 씨 외 다른 주민 두 명의 집도 부쉈다. 이 두 명도 이영기 씨와 동일한 내용으로 A교회 담임목사와 건축위원장을 고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병합되어 경찰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기 씨는 A교회가 소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유지재단도 고소했다. 문제가 된 땅 소유자가 감리회 유지재단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물질적 피해 4,000만 원과 정신적 피해 1,000만 원 총 5,0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감리회 유지재단은 2016년 12월, 이영기 씨를 맞고소했다. 유지재단은 반소장에서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토지를 자발적으로 인도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원고(이영기 씨)가 불응했다. 원고가 건물을 자진 철거하지 않고 법원의 대체집행 결정 및 철거 업체를 통해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게 되었다"고 사건을 설명했다.

유지재단은 교회 땅을 불법점거하며 이용했던 이영기 씨가 오히려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지가를 참작해 이 씨에게 10년 사용치로 총 2,300만 원가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영기 씨는 현재 화장실을 개조해서 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교회 "철거 어쩔 수 없어"
"땅 있어도 월세 생활…
우리도 억울한 것 많다"

A교회는 현재 풍기3통이 아니라 시내 상가 건물에 있다. <뉴스앤조이>는 교회 입장을 듣기 위해 박 아무개 담임목사에게 연락했으나 그와는 통화할 수 없었다. 대신 박 목사 아내와 건축부위원장 김 아무개 집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박 목사 아내는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민 세 사람이 교회를 고소해서 법원에 갔다. 형사조정위원들이 세 사람에게 '교회가 법대로 처리한 건데 왜 그러느냐'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라는 이유만으로 당했다. 교회이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 철거 문제로 벌금도 700만 원가량 냈다"고 했다.

김 아무개 집사 역시 교회가 억울하다고 했다. 이영기 씨만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교회도 피해 보고 있다고 했다. 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마을 주민들과 5건 소송을 했다. 교인들이 건축 헌금으로 모아 둔 돈을 모두 재판비용으로 사용했다. 김 집사는 "교회가 소송에서 모두 이겼지만, 유리한 건 없다. 마을 주민들이 돈이 없어서 재판비용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땅이 있어도 교회 건축을 할 수 없는 처지다. 마을 주민이 교회 세우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교회가 풍기3통에 재건축을 시도해도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면 지을 수 없다. 지난번에도 수차례 반대 플래카드를 걸었다. 우리 교회는 땅이 있는데도 다른 상가 건물을 월세로 빌리고 있다"고 했다.

김 집사는 결과적으로 지금 상황이 어느 누구에게도 유익하게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씨는 한겨울에 화장실을 개조한 곳에 사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교회는 땅이 있어도 다른 건물에 월세를 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영기 씨가 교회와 합의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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