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016년 7월 26일 아침, 포크레인이 이영기 씨(71) 집 벽을 허물었다. 20년간 이웃하던 교회와 3년 가까이 진행한 소송에서 패한 결과였다. 집은 형태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허물어졌다. 졸지에 집을 잃은 이영기 씨는 한 달 넘게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산시 온양동 풍기3통, 50가구가 살고 있는 조용한 동네. 1994년, 교회는 토지 140평을 매입하며 풍기3통에 들어왔다. 한동안 동네 주민과 별 문제 없이 지냈다. 잡음은 교회가 재건축 계획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교회 소유 땅 안에 무허가 건물 세 채가 있어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영기 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 집 일부가 교회 땅에 걸쳐 있었다. 2.5평, 4평, 15평. 이 씨의 집이 가장 컸다.

이영기 씨 집은 어쩌다가 교회 땅을 침범하게 됐을까. 이 씨는 1957년, 아버지가 아산시로부터 점용 허가를 받은 공유수면 위에 집이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산 땅은 이 씨 아버지의 친구가 사용하고 있었다. 아버지 친구 집은 비가 오면 침수가 잦았다. 친구가 이 씨 아버지에게 땅을 바꿔 쓰자고 제안했다.

주변 마을 어른들은 친구들끼리 돕고 사는 거라며 응하라고 권유했다. 이 씨는 아버지가 아산시로부터 허가받은 공유수면 일부를 내주고 자신은 현 교회 땅 일부를 포함해 집을 지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공유수면을 매매하거나 바꿔 쓰는 게 불법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법률이 없을 때라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

그 상태로 이 씨는 50년 넘게 살았다. 개인 사정으로 집을 비운 5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용 허가를 갱신하며 지냈다. 이 씨 아버지 친구가 사용하던 땅에 교회가 들어왔다. 교회가 들어온 뒤 이 씨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서로 땅을 교환해서 사용해 왔다는 점을 이야기했지만 목사는 별말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2013년 교회는 재건축을 준비하면서 이 씨에게 이사를 요청했다. 이사 비용으로 1,8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소송 전에 목사와 전도사를 서너 번 만났다. 이 씨는 교회에 나갈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다른 살 곳이 없을 뿐더러, 긴 시간 동네 주민들과 쌓아 온 관계도 있어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거부 의사를 밝히자 교회는 2013년 7월, 이 씨에게 교회 땅에 있는 집을 철거하고 땅을 되돌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18년 동안의 토지 사용료로 8,200만 원을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길고 지루한 소송전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 사건이 좀 복잡하다. 이영기 씨(71)는 아버지가 50년대 아산시에 점용 허가를 받은 공유수면에서 60년간 살았다. 이 씨의 집은 교회 땅 위에 있었고, 교회는 이 씨의 공유수면을 주차장으로 쓰고 있었다. 교회는 이 씨에게 땅을 바꿔 사용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법원, 2심에서 판결 뒤집어 교회 손 들어 주다

이영기 씨는 교회에 과거부터 서로 땅을 교환 사용해 왔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집이 교회 땅에 걸쳐 있는 것처럼, 교회도 이 씨가 비용을 지불한 공유수면 일부를 주차장으로 쓰고 있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자기가 일방적으로 교회 땅을 점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교환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송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법원은 1심에서 땅을 '교환'해서 사용했다는 이영기 씨 주장을 인정했다. 그 결과 각자가 쓰고 있는 땅을 서로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교회는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이 씨의 공유수면을, 이 씨는 집을 세운 교회 땅을 돌려주라는 말이다.

1심 판결 이후, 교회는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씨가 사용하고 있는 공유수면 허가를 취소하라는 요구였다. 공유수면을 다른 사람의 땅과 교환해 사용할 수 없는데, 이 씨가 지금까지 교회와 교환해 온 점을 문제 삼았다. 청문회가 열렸고, 시청은 취소 민원을 받아들였다. 교회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던 곳이 취소됐다.

이영기 씨가 사용하던 공유수면 허가가 취소되자, 교회는 점유를 신청했다. 시청은 법적 분쟁 당사자인 교회에게 점유권을 허가했다. 이 씨는 교회가 자신과 공존할 생각이 있었으면 취소 신청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후 이 씨에게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법원은 2015년 11월 항소심에서 교회 손을 들어줬다. 이영기 씨 주장에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이 씨가 점용 허가를 받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산시에 없는 점, 이 씨가 말하는 건물 신축 시기와 전 토지 주인이 말하는 건축 시기가 다른 점,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점용권자 표시가 없거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점, 이 씨가 토지를 바꿔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2009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교회에 대해 주장할 수 없는 점을 꼽았다. 이영기 씨에게만 교회 땅에 있는 건축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교회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공유수면 사용 허가를 취소당한 이 씨에게 남은 땅은 집 터와 집 앞에 있는 텃밭이 전부였다. 교회는 시청에 남아 있는 땅까지 취소 민원을 넣었다. 허가 목적 상실이 이유였다. 시청이 주거를 목적으로 이 씨에게 땅을 내준 건데, 집이 허물어지면 이영기 씨가 살 수 없으니 필요가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아산시는 현재 사람이 살고 있어 점용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고 교회에 통보했다.

▲ 법원은 이영기 씨에게 교회 땅 위에 있는 일부 건축물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집은 완파당했다. 교회는 일부를 철거하다가 전체가 다 무너졌다고 했지만, 이 씨는 교회가 자신을 내쫓기 위해 완파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일부 철거 다음 날 완파된 집

올해 7월 26일 아침 10시, 이 씨 집은 법원 판결에 따라 일부 철거당했다. 아산시에서 나온 집행관, 이영기 씨, 이영기 씨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행됐다. 당일 철거는 1시경에 끝났다. 문제는 다음 날 발생했다. 이 씨가 출근하고 없는 새 집이 완파됐다. 이 씨는 마을 주민 전화를 받고 완파 사실을 알았다.

이영기 씨는 교회가 자신을 내쫓고 공유수면 사용 허가를 얻을 목적으로 집을 완파했다고 생각한다. 시청이 사람이 거주 중이라 공유수면 사용을 취소할 수 없다고 거부하자,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아예 집을 부쉈다는 주장이다. 당시 집행관이 작성한 서류에도 이영기 씨 집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협의 후 재집행한다고 적혀 있다. 졸지에 살던 집이 폐허가 된 이영기 씨는 말한다.

"지금 같으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교회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곳인데, 이 교회는 자기 이익만 찾는 거 같다. 우리는 새벽 기도, 부흥회 때 북 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럴 줄 몰랐다. 애초부터 동네 사람들과 함께 갈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같이 살 생각이었으면 자기 땅에서 나를 내보낼 순 있어도 쓰고 있던 땅까지 취소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다. 교회가 70년 내 인생을 저기에 다 묻어 버렸다."

▲ 교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 집 때문에 교회 건물 증축이 지연되고 있었고 세 사람에게 철거를 몇 차례 요청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교인 중 한 사람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교회 건축부위원장 "이영기 씨 말은 거짓…법적으로 문제없다"

교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담임목사에게 연락했다. 두 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목사는 "할 말이 없다. 전화하지 마라"고 답했다. 담임목사 대신 건축부위원장 김 아무개 집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 집사는 이영기 씨 말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 씨가 돈을 받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쟁 전에 이 씨가 집에 살지 않았고, 살고 있을 때도 마을회관에서 잤다며 집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기 때문에 이사 비용 1,800만 원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이 씨는 시내에서 살 수 있는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교회는 절차에 있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회 때문에 이영기 씨 집이 사라진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2심에서 교회가 이긴 것만 보더라도 타당한 이유가 있고, 과거 아버지 시절 땅을 바꿔 사용하기로 했어도 법이 생겼으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유수면은 자기 소유가 아니고 시에서 점유 허가를 받은 땅인데, 이를 바꿔 쓴다는 주장 자체가 상식적으로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씨가 점유 허가받은 땅을 자기 땅처럼 생각하고 교회에 사라고 권유했다고 했다.

철거 문제는 이 씨 주장이 거짓이라고 했다. 이미 오래된 흙집이고 서까래가 교회 땅에 많이 들어와 있어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이 씨 말처럼 고의적으로 그런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집사는 교회라고 모든 걸 다 참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사건으로 자기들도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교회 건물이 오래되서 벽에 금이 가 있는 등 예배 드리기 어려운 상태였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에게 몇 차례 철거를 요청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건축하기 위해 모은 돈을 현재 소송으로 다 쓴 상태라 대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들도 피해를 본 상황인데 분쟁 중인 사람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교회는 이영기 씨 외에 다른 주민들과도 분쟁 상태에 있다. 두 집은 이영기 씨와 달리 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철거됐다. 주민들은 불법 철거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멈추지 않는 분쟁, 이영기 씨가 다가 아니다

교회는 이영기 씨 외 두 명과도 분쟁 중이다. 교회 땅에 걸쳐 있는 2.5평, 4평 때문이다. 분쟁 당사자는 마을 이장과 교인의 친척 A 씨다. 지난 8월 11일, 18일 총 세 차례에 걸쳐 두 집을 부쉈다. 법원 판결도 없었다. 집행관도 자리하지 않았다. 불법성이 다분한 철거였다.

A 씨는 "사형수도 그렇다. 판결이 나지 않으면 마음대로 죽이진 않는다. 재판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철거하는 건 아니다"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거가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내용증명도, 통화도 없었다. 목사 얼굴도 못 봤다.

두 사람은 교회가 자신들을 불법 증축 건물 건으로 시청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시청으로부터 불법 증축 건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과태료 1억을 낸다는 말을 듣고 자진 철거했다. 나중에 교회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행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맞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골의 경우, 농기구 보관 창고는 허가를 따로 받지 않고 짓는 경우가 많은데, 교회처럼 하나씩 따지고 들면 불법 건물이 아닌 집이 없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교회 역시 불법 증축을 했다는 주장이다. A 씨 친척은 이 과정을 지켜보고 교회에 실망해 교회를 떠났다.

건축부위원장 김 집사는 두 사람과 상반된 주장을 했다. 불법 증축물에 대해서는 교회 불법 건축물을 자진 신고하면서 함께 신고했다고 말했다. 교회 땅 안에 무허가 건물이 있었고, 시청에 상담을 받으니 교회가 신고하지 않으면 따로 처리하지 않는다며 신고를 권했다고 말했다. 현재 분쟁을 겪는 세 집 외 다른 곳은 교회가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철거는 분쟁 당사자들에게 몇 차례 요청했지만 자기기 원할 때 해 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 땅이 아니고 개인 대 개인이라면 이런 상황은 일어날 수 없다. 법적 절차를 밟고 철거를 하려면 적어도 3~4년은 더 걸려서 그렇게 했다. 질책받아야 하는 점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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