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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나' 그리고 '하늘의 이야기'
[서평] 박흥용 <검>(포이에마)
  • 이동원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7.01.25 10:13

<검 劍> / 박흥용 지음 / 포이에마 펴냄 / 203쪽 / 1만 원

대장장이는 주문을 받아 철을 제련해 물건을 만든다. 언월도를 만들라 하면 언월도를 만들고, 부엌칼을 만들라 하면 부엌칼을 만들어야 한다. 대장장이의 뜻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영세한 대장장이인 '검'의 주인공 야이로는 그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 뒤를 쫓아 오직 직검만 만들기를 고집한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아버지, 직검을 만들다 미쳐서 죽어 버렸다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남긴 직검. 야이로에게 직검을 만든다는 것은 장인의 고집을 넘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재했던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길이기도 했다.

아버지를 죽게 했던 직검을 만들기 위해 살았던 야이로는 마침내 아버지가 남긴 검과 같은 자신의 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검을 만들기 위해 지나온 아픔과 눈물의 길을 되돌아보며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동료들에게 미친놈 소리를 듣던 고집불통 대장장이는 저 멀리 로마에서 온 천부장이 검을 의뢰하는 명인으로 성장했다.

검의 가치를 아는 무인에게 최고의 직검을 보여 주고픈 야이로. 자신의 앞에 예수가 나타나면서 야이로는 혼란에 빠진다. 천부장에게 검을 보여 줘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야이로는 그동안 만들어 왔던 땅의 검이 아닌 하늘의 검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과연 하늘의 검이란 무엇일까.

나는 시나리오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시나리오 작가의 일은 대장장이와 비슷하다. 오리지널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제작사의 주문을 받아 글을 쓴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나는 오리지널시나리오에 집착했다. 야이로가 영혼을 팔아서라도 직검을 만들기 원했던 것처럼 나는 작가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나머진 다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포기한 것 중엔 나의 글쓰기를 반대한 아버지와의 관계도 있었다.

그 정도로 글쓰기를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로 삼았던 나에게 주님이 찾아오셨다. 야이로를 땅의 검을 만드는 자라고 부르셨던 주님은 내가 지난날 써 온 글들이 땅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하셨다. 참된 생명의 말씀이, 하늘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내 삶의 가치와 목표가 달라졌다.

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 찾아가 용서와 화해를 청했다. 그리고 아버지 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땅의 이야기가 아닌 하늘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어야 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 글을 통해 하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하늘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만난 것이 박흥용 작가님의 작품들이다. 만화와 소설이라는 장르의 차이는 있지만 박흥용 작가님의 작품들 속에는 하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특히 땅의 검을 만들다 예수를 만나 하늘의 검을 보게 되는 야이로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하늘의 이야기였다.

하늘의 검이라 해서 성령의 불이 검을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의 검을 보고 고뇌하던 야이로는 그 후로도 그가 만들어왔던 땅의 검과 똑같은 형태의 검을 만든다. 하지만 그 검은 더 이상 땅의 검이 아니다. 그 검 속에 녹아진 것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의 이야기라 해서 다를 필요는 없었다. 세상의 이야기 속에 하늘의 이야기를 녹여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야이로처럼 나 자신이 먼저 예수 안에서 녹아져, 내 삶의 이야기가 하늘의 이야기가 되어야 했다. '검'을 만난 후로 지금까지 늘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써 나가고 있다. 내 삶이, 내 글이 야이로의 삶과 그의 검처럼 하늘의 이야기가 되길 기도하면서.

이동원 / 소설가. 저서로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문학동네), <살고 싶다>(나무옆의자), <완벽한 인생>(포이에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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