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인생> / 이동원 지음 / 포이에마 펴냄 / 216쪽 / 12,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고교 시절 두각을 드러내 탈삼진왕, 승률왕, 방어율왕, 다승왕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역대 최고의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에 진출해 한국 시리즈에서 3승을 거두고 팀에 우승을 안겨 주었다. 천재 투수 우태진. 그의 나이 고작 스물세 살 때였다.

하지만 부상 이후 신이 주었던 재능은 모두 사라지고 그의 삶은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일간지 스포츠면보다 사회면에 나오는 일이 더 많다. 그런 그가 은퇴를 앞둔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 시리즈 마지막 시합 7차전 1회 초가 끝나 갈 무렵, 더그아웃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기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은행에서 무장 강도가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는 경찰. 인질범은 이상한 조건을 내걸었다. 투수 우태진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라는 요구다. 인질범은 점수와 상관없이 한 회가 끝날 때마다 인질 셋을 풀어 주겠다고 했다. 우태진이 경기를 도중에 포기한다면, 그땐 누군가 죽는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공을 던졌다. 야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끝끝내 나와 아버지는 그 말을 주고받지 못했다. 내 인생을 망친 건 고장 난 몸이 아니라 깨져 버린 마음이었다." (180~181쪽)

젊은 신예 작가 이동원이 최근 펴낸 세 번째 장편소설 <완벽한 인생>의 줄거리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투수 우태진, 인질극을 벌인 입양아 출신 사회복지사,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경찰청장.

작가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평범한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겪는 좌절과 상실을 들춰낸다. 인생에서 패배를 겪은 이들의 비관은 견고하다. 인질범이 경찰청창에게 했던 말처럼. "누가 이길지는 모르지만 우태진은 무너질 겁니다."

"다 이루었다." 책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인생을 마감하면서 남긴 마지막 말로 시작과 끝을 맺은 저자는, 책 제목처럼 인생의 의미를 애기하고 싶었다. 어떤 성취를 이루고 높은 지위에 오른 삶이 완벽한 인생이 아니라고 말한다. '완벽'은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임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조심스럽게 결론 맺는다.

"왜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고통은 여전히 나의 곁에 머물렀다. 바람이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처럼 삶에서 마주치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은 설명하려 들지 말고 그대로 두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코 바뀔 것 같지 않은 상황도 한줄기 바람과 함께 전혀 다른 세상이 온 것처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2017년이 시작한 지도 3주가 지났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마주하는 현실은 어떤가.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정부와 대기업 간의 정경유착 등으로 얼룩져 있다. 물가와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실업률·가계 부채는 감소할 줄 모른다. 우리는 언제쯤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새해가 새해 같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환기해 줄 수 있겠다.

"너클볼을 던지기 위해선 그 모든 힘과 의지를 내려놓아야 한다. 너클볼은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가 없다. 최고의 타자라 해도 너클볼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곤 연습해 온 대로 배트를 휘두르고 맞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건 투수도 마찬가지다. 일단 공을 던진 다음엔 마운드와 타석 사이를 흐르는 바람에,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그 미세한 바람에 자신의 인생을 맡겨야 한다.

이런 공에 처음부터 인생을 맡기는 선수가 있겠는가. 자신에게 인생을 열어 갈 힘이 있다고 믿는 선수는 너클볼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 너클볼은 한 번 죽은 자들의 공이다. 마운드가 무덤처럼 보이는 이들,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평가받는 투수들, 스스로에게 더 이상 어떠한 가능성도 찾을 수 없는 선수들이 야구가 더 하고 싶어 던지는 공이 너클볼이다. 바로 우태진 같은 선수 말이다." (75~76쪽)

"나는 뒤돌아서 저격수가 겨냥하고 있는 창문을 향해 공을 들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을 던졌던 공. 바로 이 공이 내 인생이었다. 그물에 걸려서 허우적거리기만 했던 내 인생, 나는 기도했다. 단 한 번만 더 제대로 된 공을 던지게 해 달라고."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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