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편견> / 랜돌프 리처즈, 브랜든 오브라이언 지음 / 홍병룡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 332쪽 / 15,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모세가 구스 사람(흑인 여성)과 결혼하자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를 비방한다. 어떤 이는 두 남매가 비방한 이유가 '열등한' 흑인 여성과 결혼해서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당시 구스 사람은 근동 지역에서 존경받는 족속이었다. 히브리인은 이제 막 노예 상태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일부는 모세가 주제넘게 자기보다 우월한 인종과 결혼했기 때문에 두 남매가 비방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77쪽).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 23:6) 죽으면 하나님나라에서 영원히 산다는 이 고백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위안을 준다. 그러나 라오스의 극목인 부족에게는 두려운 생각을 가져다준다. 죽으면 조상과 분리되고, 살아 있는 친족과 떨어진 곳에서 영원히 산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극목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라고? 내 가족을 떠난다는 말인가?"(123쪽)

임마누엘 칸트를 비롯한 독일 현대 철학자들은, 해석하는 주체의 경험과 문화에 따라 같은 텍스트라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앞에서 제시한 예처럼 말이다. <성경과 편견>(성서유니온)은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을 때 오해와 편견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을 둘러싼 세계관, 문화를 제대로 인지하며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 랜돌프 리처즈, 브랜든 오브라이언은 인도네시아에서 오랫동안 선교 사역을 하면서 하나의 사실을 발견했다. 서양과 동양 그리스도인이 성경을 접할 때 서로 다른 해석과 적용을 내놓는다는 사실이다. 관습, 문화, 상식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 문화 차이를 비교하며 올바른 성경 읽기와 해석을 제안한다. 먼저 성경이 쓰인 시대와 독자가 경험하는 세계가 얼마나 다른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은 곧 우리 자신을 읽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가정과 가치관으로 성경을 읽는지 등을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목표 중 하나는, 성경 해석이 교차 문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낯선 성경의 땅과 우리를 분리시키는 문화적 차이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13쪽)

세계관은 주로 빙산에 비유된다. 사람들이 입고 먹고 말하는 것들은 수면 위에 있는 눈에 띄는 것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는 개개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존재한다. 같은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습, 가치, 상식 말이다.

저자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옮고 그름, 명예와 수치, 규칙과 관계, 미덕과 악덕 등의 문제에서 나타난 동양인과 서양인의 세계관 차이를 예로 소개한다. 물론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화해서 소개한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동의하지 않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이 책에 유익한 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 나오는 여러 문화 차이를 통해 기독교인들이 지금까지 당연시했던 것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고, 다른 사람보다 이러한 차이를 더 잘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성경을 읽을 때 크게 두 가지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성경을 읽을 때 '이것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만 묻지 않는 것이다. '이 구절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 대목이 원래 청중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 하는 질문도 함께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다른 하나는 특정 본문을 읽을 때 개인적인 해석과 내가 속한 공동체의 해석이 얼마나 달리 적용될지 자문하는 것이다(288쪽).

'올해에는 꼭 성경 1독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이가 많을 것 같다. 성경 읽기 계획표 등을 교인에게 배부하는 교회도 있다.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는 것인가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성경과 편견>이 성경 읽기와 해석에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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